주차장에서 도로를 따라 걸어가는 길은 밋밋한 도로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강변을 따라가는 왼쪽 길을 선택했다.
낙동강 가로 따라가는 길인데 길이 길인만큼 강변 경치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저 멀리 부용대의 깎아지른듯한 절벽과 화천서원이 보였다.
조금만 더 왼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하회마을 둑길이 보인다.
도로를 따라 걷는 것보다는 한결 운치가 넘쳤다.
낙동강변의 고운 모래가 가을 정취를 돋구었다. 강변에 그득한 여기 모래는 골재채취를 핑계삼아 함부로 퍼갈 생각은 못하리라.
산림녹화사업과 함께 모래 유실 방지를 위한 사방(沙防)공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난 이후로부터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모래의 양은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재채취라는 이름으로 그동안 무수히 모래를 퍼내갔으니 강에서 모래밭이 사라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낙동강 상류를 이루는 중요한 두개의 강줄기에 안동댐과 임하댐을 건설했으니 모래가 흘러들 여유조차 이젠 다 사라져 버렸다.
그나마 이 정도라도 남아있는게 천만다행이라고나 해야할까......
나는 둑길을 따라 걸었다. 도로에서 둑길로 올라오는 곳에는 코스모스가 가득 피었다.
구경을 마치고 돌아나가는 사람들보다는 마을을 구경하러 들어오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여기는 주말마다 마을 전체가 몸살을 하지 싶다.
나는 마을 구경은 뒤로 미뤄둔채로 둑을 따라 걸었다. 가을 햇살이 제법 따가웠다.
저 길로 들어가면 마을 안길이 된다.
제방을 따라 오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일부러 사람들 발걸음이 뜸한 때를 골라 사진을 찍었다.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보았다. 저 멀리 산허리가 잘록한데서부터 걸어온 것이다. 그래봐야 한 1킬로미터 정도 조금 더 되는 거리이니 부담갈 일이 없다.
강건너편의 화천서원 건물이 건너오라고 손짓하는듯 했지만 거긴 지난 겨울에 둘러본 적이 있으니 오늘은 사양한다.
나는 둑길에서 내려와 강변으로 나아갔다.
임시주차장으로 쓰는 공터 옆으로 억새가 가을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부용대 절벽 밑에 자리잡은 옥연정사와 화천서원을 보기 위해 강을 건너려는 사람들이 작은 배를 타려고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아직은 억새가 덜 피었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찼다. 강건너편에서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어서 건너와서 자기들을 태워가라고 아우성을 쳤지만 뱃사공은 느긋했다.
어느 정도 손님이 차자 배는 강물을 약간 거슬러 올라가는듯 하더니 이내 방향을 바꾸어 건너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노를 젓는 나룻배가 건너다녔겠지만 요즘은 배에 엔진이 달렸다.
나는 강변의 솔밭을 걸어보았다.
솔밭 어귀에서 본 부용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구비구비 돌아가는 물길과 하얀 모래밭과 푸른 솔밭, 그리고 강 건너편의 낭떠러지..... 이런 식으로 골고루 박자를 맟춘듯 아름다운 곳은 드물지 싶다.
강 이편의 모래밭과 저편의 모래밭만을 넣고 사진을 찍었더니 훨씬 예쁘게 나왔다.
거기다가 푸른 하늘을 뒤로하고 솟아오르는 흰구름이 오늘따라 유난히 새하얗다.
혼자서 즐기기에는 너무 아까운 풍경이었다.
나는 두번 다시 못볼 경치를 보는 듯 강변에 서서 한참을 넋놓고 보았던 것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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