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이자 탤런트이며 가수이기도 한 류시원씨의 고향이 하회라고 들은 기억이 난다. 인터넷으로 확인을 해보니 사실이었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류스타 류시원씨 덕분에 최근에 일본에도 하회마을의 명성과 분위기가 제법 알려져서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다녀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안동역부근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시내버스 46번을 탔다. 요금은 1000원이었던가? 안동도 장거리나 오지로 다니는 시내버스 요금을 모두 통일한 모양이다. 요즘은 어지간한 지방자체단체마다 운송업자들에게 보조금을 지불해서 거리에 관계없이 동일한 요금체계를 적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2010년 가을에 찍은 사진이다. 버스 시간표를 참고로 하기 바란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달랑 5시간 반이다. 나는 11시 25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탔다.
버스는 예천으로 향하는 시가지 간선도로를 지나간다. 쉽게 말하면 출발해서는 그냥 서쪽을 향해 곧장 달린다는 말이다.
안동시내를 벗어나면 풍산읍에 다다른다. 버스는 풍산읍을 거쳐 너른 벌판을 빙 둘러 달렸다.
저 벌판 건너편이다, 물론 하회마을은 건너 산너머에 자리잡고 있다.
하회마을 입구에까지 오는데 약 50분 가량이 걸렸다. 보통 그 정도는 걸리는 것 같았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에 운전기사의 안내방송이 있었다. 하회마을 주차장에서 마을로 들어갈때 탈 수 있는 셔틀버스 승차권을 받아가라는 내용이었다. 시내버스를 탄 보람이 있다.
사실 나같은 사람이야 셔틀버스를 타지 않고 그냥 걸어갈 사람이다. 비록 500원짜리 표지만 관광객의 입장을 생각해서 편의를 봐준다는 그 마음씀씀이가 소중한 것이다. 이런 작은 것들이 여행자를 감동시키는 법이다.
하회마을 입장료는 2천원이었다. 강건너편 부용대 밑에서 배를 타고 들어오거나 병산서원에서 산을 넘어올 경우에는 무료 입장인 셈이 된다.
시내버스를 타고 갈 경우 곧바로 하회마을로 입장을 해버리면 몇가지 재미있는 구경을 놓치는 셈이 된다. 나는 주차장 부근에 자리잡은 작은 장터를 보고 들어거기로 마음먹었다.
새로지은 건물이어서 그런지 색깔부터 고왔다. 은은한 매력이 넘친다고나 할까.
나는 장터마을로 걸었다. 무엇을 사먹으려고 하기보다 어떤 것이 있는가를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탈 박물관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시간이 모자란다는 핑계를 대고 들어가보질 못했다. 나는 하회마을에서 오후 3시에 시내로 돌아나갈 버스를 탈 생각이다. 지금 시간이 벌써 12시 반 아닌가?
하회마을에는 이런 장터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낮으막한 산과 굽이쳐 흐르는 강가에 어울리는 건물들은 아파트가 아니고 현대적인 상가도 아니다. 관광객을 위한 기본 편의 시설을 해놓은 것을 보면 여기가 경주양동 마을보다 한수 위인 것 같다. 그렇다고 경주사람들이 실망할 일은 아니다. 남이 잘해놓은 것을 보고 벤치마킹하면 더 낫게 만들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오늘 여기에 온 이유는 양동과 하회를 비교하는 글을 써보기 위한 자료수집차 온 것이다. 두 마을 모두 한날 한시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받았으니 이제는 누가 잘 보존하며 운영하느냐 하는 문제를 양어깨에 걸머진 셈이 되었다. 나는 안동에서 기본 공부를 하고 경주에서 터를 잡고 살고 있으므로 두 도시에 애착이 가는 사람이다.
경주가 예전부터 유명한 관광지였다면 안동은 최근들어 떠오른 도시가 되었다. 경주가 불교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도시라면 안동은 유교적인 멋이 배인 도시이다. 그뿐이랴?
경주가 신라천년의 도읍지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산다면 안동은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나선 도시다. 그러길래 나는 더더욱 관심을 많이 가지고 지켜보는 중이다. 이런 얘기는 나중에 따로 하자.
코스모스가 곱게 피었다. 나는 이런 풍경이 너무 좋다. 작은 하회장터 마을에는 담장이 없다. 담이 없다는 것은 모든 것이 터져 있다는 말이고 숨길게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담이 없으니 출입하기도 훨씬 편하다. 그리고 여유가 있어 보인다.
전통 기와집과 초가를 잘 섞어 배치했다. 내가 무슨 전문가도 아닌 주제에 잘했다느니 좋다는니 하는 식의 표현을 하려니 뒤통수가 땡기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러니저러니하고 말은 하기 쉬워도 실제로 고안해내기는 어려운 법 아니던가?
메뉴는 거의 비슷한 것 같았다. 안동 간고등어 정식 아니면 안동찜닭 혹은 헛제사밥이다. 메뉴가 단순하다고 해서 우습게 여기면 안된다. 다른 지방에서는 맛볼 수 없는 별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한가지 더 추가할 것이 있다. 안동식혜다.
나는 경주를 떠올릴때마다 특별히 내세울만한 특징있는 먹거리가 없다는 것을 두고 늘 안타까워 한다. 일부에서는 황남빵이나 찰보리빵을 내세우기도 하지만 그런 종류는 한끼로 떼울만한 정식 식사는 아닌 것이다. 마산이라면 아구찜을, 포항이라면 물회나 횟밥을 떠올릴수도 있지만 경주를 대표할 수 있는 식사는 과연 무엇이라고 해야할까?
울궈먹는 것도 상대편이 식상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일의 하멜린 같은 도시는 "하멜린의 피리부는 사나이"라는 전설 한편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지 않는가? 영화 한편, 소설 한편, 시 한수가 모두 관광자원이 되는 마당에 그런 면으로 눈을 뜨지 못하는 것은 무능에 속한다.
장터마을을 둘러보면서 어리버리한 인간이 떠올렸던 생각들이다.
"이리 오너라" 한소리를 외치면서 들어서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특정한 집을 소개해주고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런 일은 입맛에 밝은 분들이 얼마든지 나서서 잘 해주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분위기와 시설물에 관심을 쏟을 뿐이다.
기와집에 덧댄 창들이 눈에 거슬린다. 전체적인 조화를 깨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활짝 열어제쳐둔 방에 들어가서 앉았으면 좋겠다.
들어가 앉아서는 한상 받았으면 했지만 돈과 시간이 부족했다. 나는 침만 삼키고 돌아서고 말았다. 배낭여행을 하느라 나도 모르게 몸에 배인 이 짠돌이 정신때문에 손해보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어리
버리
'우리나라 안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 나라안 여기저기 in Korea'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회 3 (0) | 2010.10.24 |
---|---|
하회 2 (0) | 2010.10.21 |
병산서원에서 하회마을까지 4 (0) | 2010.10.15 |
병산서원에서 하회마을까지 3 (0) | 2010.10.13 |
병산서원에서 하회마을까지 2 (0) | 2010.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