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시골에서 직접 따서 말린듯한 빨간 가을고추 서너근을 함지박에 담아 도로가에 내어놓고 팔고 있었다. 마른 고추들이 제법 실해보였다. 낮술을 한잔 걸친 듯한 중년의 사나이가 육순은 훨씬 넘은듯한 고추 장사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매, 고추 한개 얼마해? 10원?"
중년의 사나이는 10원짜리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보여가며 물었다. 그러자 할머니의 대답이 곧 돌아왔다.
"100원."
사나이가 그냥 일어서서 휘청이는 걸음걸이로 두걸음을 뗐다. 그의 뒤통수에 대고 할머니가 소리쳤다.
"그 돈 안주고 그냥 가?"
"줘야지."
다시 돌아선 사나이는 할머니 손바닥에 어느새 꺼냈는지 100원짜리 동전 하나를 올려두고는 빨간색 마른 고추 한개를 들고 휘적휘적 걸어가는게 아닌가? 중년의 사나이는 취기가 엿보이는 다른 친구와 함께 마른 고추를 반으로 갈라서 씹고 있었다. 갑자기 세상이 팍팍해지면서 내 입안이 얼얼해지기 시작했다.
(오늘 오후, 시장에서.......)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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