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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0 중국-신강성:실크로드(完)

카스에서 1 - 색만호텔 A

by 깜쌤 2010. 10. 11.

 

 카슈가르! 정말이지 중앙아시아의 보석같은 도시다. 위구르인들의 고향이자 정신적인 지주가 되는 이 도시를 중국인들은 카스라고 줄여부른다. 자기들 입맛에 맞게 새로 작명하여 부르는 것이라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인구는 약 20만 정도다. 카스의 중심은 인민공원이 있는 일대라고 보면 된다. 위에 올려둔 그림지도에 나타난 부분이 중심지라고 보면 된다. 우리는 6번으로 표시된 오거리의 오른쪽에 자리잡은 우정국 앞에서 내렸다. 

 

 이제는 오늘밤을 보낼 호텔을 구해야했다. 나는 진작부터 색만빈관에 묵어보기로 마음먹었다. 거기는 편리하다기보다는 역사적인 의미가 깃들인 호텔이다. 새로 지어서 깨끗하고 편리한 느낌이 나는 호텔도 좋지만 나는 같은 갑이면 다홍치마라고 유서깊은 곳을 택한다. 그게 내 취향이기도 하다. 

 

 우리는 1번 지점으로 찾아가려는 것이다. 거기가 색만빈관이 있는 곳이다. 2번 부근에는 예전 성벽이 조금 남아있는 곳이다. 재개발 사업이 벌어지면 제일 먼저 헐릴 것이다. 

 

 3번 지점이 카스관광의 핵심인 아드 카흐 모스크다. 나중에 자세히 소개해드릴 것이다. 4번은 보는 그대로 호수다. 5번 지점 부근에 인민공원이 있다. 모택동의 거대한 동상이 교만스레 카슈가르를 밟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  

 

 

 배낭을 매고 걷는 것 보다 택시를 타는게 훨씬 고생을 적게 할 것 같았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가서 호텔 정문 앞에 내렸다. 목적지는 미리 메모지에 한자로 써두었다가 기사에게 보여주었다. 중국식으로 하자면 써만빈관 정도가 되려나? 예전 러시아 공사관 안에 호텔이 있다고 보면 된다. 

 

 

 호텔 앞에는 로터리가 있었다. 무엇보다 한가해서 좋았다.

 

 색만호텔의 로비는 아주 넓었다. 고풍스런 멋이 풍겨나온다. 중국 스타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봐도 이건 유럽 양식이다.

 

 

 3인실을 180원에 묵기로 했다. 체크인하면 영수증을 두장 준다. 한장은 내가 가지고 다른 한장은 2층 입구에 있는 메이드에게 주면 열쇠를 내어주는 시스템이었다.

 

 

3인실의 방은 두칸이다. 서로 연결되어 있고 욕실은 안에 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2인실을 지나면 안에 1인실이 있는 그런 방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3인실인 것이다.

 

 

우리 방에는 에어컨이 없었다. 친구가 룸 메이드에게 선풍기를 가져다 달라고 해서 선풍기를 두대 받았다. 조금 낡고 후진 방이다. 하지만 나는 크게 불만스럽지 않다. 이런 방을 60원 주고 잘 수 있다는 것은 그래도 행운에 속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짐을 풀어두고 나는 친구와 함께 다시 로비로 내려왔다. 기차표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로비 한구석에는 여행사가 자리잡았다. 이 정도의 호텔에 자리잡은 여행사라면 기차표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행사에 들르기전에 미리 꼭 한번 봐둘 것이 있다. 호텔 로비다.

 

 

 대단하다. 이 정도의 로비를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벌써 본전을 뽑았다고 생각한다. 천정과 벽면 장식이 예로운게 아니었다.

 

 

 벽면을 장식하는 도자기들도 귀품이 넘쳐난다. 옛날 서양인들은 중국 도자기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랑이 되었다고 한다.

 

 

 그 넓은 로비의 한면을 완전히 장식품으로 채웠다. 무엇보다 싸구려가 아니어서 좋았다.

 

 

 벽면의 일부를 파낸 공간마다 귀한 자기를 한개씩 배치해 두었다. 

 

이런 작품들은 어떤 눈으로 봐야할지 모르겠다. 나는 쓰윽 한번 훑어보는 눈만 가지고도 벌써 고관대작이 된듯한 호강을 누렸다.

 

 

 나는 로비 한쪽에 자리잡은 색만 여행사로 가서 기차표를 구할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2층으로 올라가는 통로 옆에 자리잡은 여행사였는데 직원들이 친절했다. 내가 구하려는 것은 며칠 뒤의 우루무치행 기차표다. 만약 그 표를 못 구할 경우 우리는 타클라칸 사막 남쪽으로 가는 버스를 탈 생각이다. 쉽게 우루무치로 가느냐 아니면 사막 남쪽을 엄청 돌아서 우루무치로 가느냐 하는 것이 기차표 한장에 걸린 셈이다.

 

 

 여행사 직원은 카스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검색을 하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다른 곳으로 전화를 해서 빼돌린 차표가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는 식이었는데 이젠 그렇지 않으는 것을 보면 여기도 많이 깨끗해진 것 같다. 기차역에 근무하는 역무원들은 그런 빼돌린 차표로 한몫을 보기도 했었는데 그렇게 하기가 조금 어려워진 모양이다.

 

 

 좋은 일 아니던가? 여행사 직원이 아무리 검색하고 조사를 해봐도 적어도 일주일 뒤까지는 기차표 여분이 없었다. 그렇다면 오히려 잘된 일이다. 나는 타클라마칸 사막 남쪽으로 크게 돌아가기로 결심을 굳혔다. 내 결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가 잘 안되는 분들을 위해 타클라마칸 사막 부근의 지도를 바로 밑에 올려드린다.  

 

 

 

 

 빨간 선은 중국 국경이다. 지도에서 빨간 점으로 찍혀있는 곳이 현재 우리가 도착한 카슈가르이다. 노란색 선을 따라가면 타클라마칸 사막의 북쪽을 지나가는 길이 된다. 기차를 타면 그런 식으로 갈 것이다.

 

 옥색 선은 타클라마칸 사막 아래를 지나가다가 중간쯤에서 사막을 건너게 된다. 그런 뒤 우루무치로 가는 것이다. 옥색 선을 따라가면 엄청 돌아간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루무치에서 카스까지 오는데 기차를 탈 경우 24시간이 걸렸다. 카스에서 버스를 타고 사막 남쪽을 돌아 우루무치까지 가려면 도대체 얼마동안 버스를 타야할까?

 

  일단 그렇게 결심을 하고나자 마음이 편해졌다. 그렇다. 죽기아니면 까무러치기다. 이번 기회에 타클라칸 사막 남쪽을 빙 돌아서 가는데까지 가보는 것이다. 그 길을 한번 밟아보는 것이 내 인생에서 꼭 이루어야 할 일 가운데 하나가 아니었던가?

 

 그날 우리는 통닭 세마리를 사서 닭고기 파티를 열었다. 장작구이 비슷한 것이었는데 배를 두드려가며 실컷 먹고 먹었지만 다 먹지 못하고 남겼다. 체력을 비축해두기 위해서였다. 어차피 큰 고생하기로 마음먹었으니까......

 

 여행사에서 인터넷으로 내 블로그에 접속을 시도해보았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게 사실이었던 것이다. 중국에서 해외 사이트의 블로그로 접속이 안된다는 것 말이다. 카페는 된다. 그러나 그것도 언제 갑자기 막혀버릴지 아무도 모른다.

 

 나는 갑자기 우스워졌다. 그래놓고도 G2 국가란다. 나는 중국이라는 나라가 세계를 선도할 자격이나 있는 나라인지 너무 의심스럽다. 돈도 좀 있고 덩치는 클지 모른다. 그러나 국민들의 의식수준이나 삶의 질이나 사회구조나 인간이 공통으로 추구해야할 규범 면에서 우리가 과연 배워야 할게 있는지 모르겠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