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10 중국-신강성:실크로드(完)

타쉬쿠르간에서 8 - 남매의 집

by 깜쌤 2010. 10. 6.

 

 시가지 구경도 했고 석두성도 보았고 점심까지 먹었으니 이젠 호텔로 돌아와 쉴 일만 남았다. 그럴 수 있을 정도로 타쉬쿠르간은 작은 마을이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여행을 하면 돈과 시간 낭비가 된다.  한 사람은 호텔에 남겠다고 해서 친구와 나는 변두리 탐방에 나섰다. 우리는 석두성이 있는 곳과는 다른 반대방향, 그러니까 타지키스탄과 국경을 이루는 산밑에 가보기로 한 것이다.

 

 

 호텔이 있는 사거리에서 산쪽으로 슬금슬금 걸어갔다. 사실 구경할만한 멋진 경치가 있는 것도 아니므로 그냥 어슬렁거려 보는 것이다. 사진에 나타난 것처럼 산에는 풀한포기 자라지 않는다. 여기만 해도 해발고도 3600미터가 넘는다. 그러니 나무가 자랄 환경이 되지도 않을 뿐더러 물조차 귀하기만 하니 식물이 버텨낸다는 것만 해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그래도 군데군데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주로 물가이거나 집주위였지만..... 우리는 아이들이 걸어가는 길을 뒤따라 가는 중이다. 녀석들은 걸음이 빨랐다. 어디로 가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히히덕거리며 뒤를 돌아다보기도 했다. 

 

 

 황량하기 짝이 없는 곳이지만 군데군데 돌로 담을 두른 집이 보였다. 사람을 태우고 다니거나 수레를 끄는데 사용되는 나귀가 돌짝밭 사이에서 먹이풀을 뜯고 있었다. 

 

 

 저 앞에 보이는 산이 타지키스탄과 국경을 이룬다. 나는 서유기에 등장하는 화염산을 떠올렸다. 어찌 저렇게 풀한포기 없이 존재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저 앞에서 한 사나이가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의 집은 어디일까? 내 머리 속으로는 갑자기 이란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만든 영화 속에 저와 비슷한 장면들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무리 황량해보이는 곳이라도 어디엔가 사람은 살며 모진 생명을 이어가고 있으면서 나름대로의 사랑을 꽃피워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가 우리를 스쳐지나가고나자 더욱 더 고요한 적막이 사방을 감싸고 만다. 저 산을 넘으면 어떤 경치가 펼쳐지는 것일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한없이 마구 뒹굴어 다니는 돌을 모아 요새같은 담을 쌓고 그 속에다가 진흙으로 집을 만들었으리라. 

 

 

 집하나하나가 모두 요새처럼 보였다. 중국 서부 티베트의 장족들이 사는 두툼한 벽을 가진 집은 정말 요새처럼 보였는데 여기 집들은 벽두께가 조금 더 앏은 것 같다. 집마다 나무를 가득 심어둔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

 

 

 그러다가 나는 길가 밭에서 풀을 베고 있는 소년과 소녀를 만났다. 그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더니 그는 자기쪽으로 오라는 손신호를 보내왔다. 손에 들고있는 낫이 조금 께름직했지만 아이들이니 무슨 일이 있겠는가 싶어 다가가보기로 했다.

 

 

 소년과 소녀의 집 부근에는 짐승들의 배설물을 모아놓은 곳이 보였다. 비가 적게 오는 곳이니 모아서 건조시킨 뒤 연료로 쓸것이다.

 

 

 우리는 사다리가 걸쳐져 있는 돌담사이로 난 입구를 찾아갔다. 그들 남매가 베어놓은 풀들이 여기저기에서 시들어가고 있었다.

 

 

 이쪽이 뒷문같다. 소년은 앞장서서 우리를 안내했다. 왼쪽 돌담은 양이나 염소를 가두어놓는 축사가 틀림없다.

 

 

 안으로 들어서자 마당이 나타났다. 아주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시골에서 가을에 타작을 하기 위해 마당을 깨끗하게 쓸어두는 그런 타작마당이 생각났다. 집터가 보기보다 아주 넓었다. 소년은 왼쪽으로 보이는 입구쪽으로 우리를 들어오라고 권했다. 마당에는 흐릿한 하늘 아래로 쏟아지는 옅은 햇살을 쬐며 해바라기를 즐기는 할머니가 졸고 있었고......

 

 

 방 속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화려했다. 친구와 나는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겉에서 보는 초라함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가 안에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단정하게 개어놓은 깔개들과 이불 비슷한 것들, 벽에 걸린 카펫, 손님접대용 의자와 탁자와 그 위를 덮은 각종 천들의 화려함이 눈을 부시게 만들었다.

 

 

 소년과 소녀는 우리들에게 앉으라고 권했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지만 눈빛과 몸동작으로 대화가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소녀는 이목구비가 아주 또렸해서 한눈에 보아도 미인 같았다.

 

 

  소박한 가구들로 채워진 실내였지만 색상만은 화려했다.

 

 

 마당에 졸고있던 할머니가 들어와서 친구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나는 그들에게 우리나라에서부터 가지고 간 필기도구를 선물로 드렸다. 볼펜과 연필이 같이 들어있는 작은 선물이다.

 

 

 소년은 우리들에게 다른 공간을 보여주었다. 위에서 본 응접실 옆에는 부엌이라고 생각되는 작은 공간이 있었다. 여기에도 가스가 보급되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바닥은 흙으로 되어있었다. 내가 어렸을때 살았던 시골집 부엌에 있던 아궁이는 없었지만 부뚜막은 여기에도 보였다. 찬장에는 그릇들이 몇개 보였고.....

 

 

 다른 방에는 중앙에 난로가 설치되어 있었다. 천장 일부분은 유리같은 것으로 되어 있어서 햇빛이 들어오게 되어 있었다. 그 햇빛 덕분에 실내는 환하기만 했다. 벽면은 걸개들과 그림, 가족사진이 들어있는 사진틀로 장식되어 있었다. 난로를 피워 실내온도를 올리는가 보다.

 

 

연통이 천장을 뚫고 밖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아크릴판인지 유리판인지는 모르지만 그것으로 천장을 막아두었다. 그래야 먼지와 차가운 공기가 실내로 그냥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으리라. 함부로 날림공사를 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바닥에 깔아둔 카펫은 제법 두꺼우리라. 흙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막으려면 한장만 깔아서는 안될 것이다. 벽에 걸린 그림 가운데 미나렛이 솟아오른 건물은 사우디 아라비아의 메카에 있는 모스크를 나타낸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들은 거의가 다 회교도들이니까....

 

 

 그들 남매의 안내로 실내를 구경한 우리들은 밖으로 나와 작별인사를 했다. 비록 차한잔까지 얻어마시지는 못했지만 이방인들에게 실내를 보여주는 그들의 따뜻한 마음씨는 마음에 와닿았다.

 

 

 우리는 정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마당 한구석에는 땔감용 나무들이 널려 있었다.

 

 

 자전거도 보였고.....

 

 

 드럼통으로 만든 간이 아궁이도 보였다. 사람살이는 어디나 다 비슷한가 보다.

 

 

 우리는 검은 구멍처럼 보이는 출입문속으로 들어가서 실내를 구경했었다. 창문이 거의 없는 집안 구조였지만 예상외로 실내는 환했던 것이다.

 

 

 타지크 남매의 집을 나온 우리들은 다시 산을 향해 걸었다. 길가에는 묘지들이 보였다. 산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가는데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더니 경찰 복장을 한 사나이가 우리를 불렀다. 나는 순간적으로 가슴이 철렁했다. 워낙 오지인지라 외국인이 현지인 집을 함부로 방문하면 안되는 규정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다행하게도 경찰은 산쪽으로 접근하면 안된다는 표시를 하는 정도로 끝냈다. 안도한 나는 친구와 함께 시내로 방향을 바꾸어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했다. 공안과 충돌해서 좋은 일은 없기 때문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