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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0 중국-신강성:실크로드(完)

카스에서 2 - 색만호텔 B

by 깜쌤 2010. 10. 12.

 

 색만빈관에 머물게 되면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호텔 로비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출입구로 꼭 한번 나가보시기를 권한다. 뒷뜰로 나가서는 옆건물 구경을 꼭 한번 해보시기 바란다. 안그러면 엄청난(?) 것을 놓치고 만다. 

 

 

 우리는 호텔 로비에 딸린 이 건물에 묵은 것이다. 겉으로만 보아도 현대식 건물임을 알 수 있다. 위에서 말한 문으로 나가면 중간마당이 나오면서 정원과 건물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제는 저 통로를 따라 쭉 가서 왼쪽으로 꺾어보시라. 핵심은 그쪽에 있다. 왜 내가 굳이 색만빈관에 머물려고 했는지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정원 한구석에 무궁화가 피어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피어나는 무궁화와 꽃색깔이나 잎의 모습이 너무 닮았다.

 

 

 배낭여행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존스 카페로 가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론리플래닛에 소개될 정도로 인기있는 카페이지만 들어가보지는 않았다.

 

 

 이제 정원에 있는 통로를 따라 저 안으로 들어가 본다. 포도를 길러서 덩굴을 올리려고 하는 모양이다. 장미넝쿨을 올리거나 포도덩굴을 올리면 정말 멋질 것이라는 상상을 하면서 통로 끝에서 왼쪽으로 돌았다.

 

 

 그랬더니 멋진 현관을 가진 건물이 턱 버티고 서있는게 아닌가? 입구부터가 범상치 않았다.

 

 

 현관 앞 계단에는 서양인 여행자들이 가득 몰려 있었다. 확실히 이 사람들은 유서깊은 곳을 귀신같이 찾아내서 모여든다. 이 건물은 내부 시설이 고풍스럽고 멋있는 것으로 소문이 나있다. 단 현대식으로 편리하고 깨끗한 것을 추구하는 분이라면 생각을 달리하는게 좋을지도 모른다.

 

 

 너른 마당 한구석에는 이슬람 양식의 아름다운 통로를 가진 건물이 터잡고 있었다. 무슨 용도로 만들어져 지금은 무엇으로 쓰이는 건물일까?

 

 

 자, 이제 현관 속으로 들어가본다. 현관 입구와 현관 천장의 장식이 심상치 않아보였다. 정원사인듯한 사나이는 정원에 기르는 많은 나무들에게 물을 주느라 수도꼭지에 연결된 고무관을 손에 쥐고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있었고...... 나무 밑둥치마다 한 20센티미터 정도를 파서 거기에 물이 고이도록 흠뻑 주고 있었다.

 

 

 이 건물의 로비는 작다. 하지만 운치가 있다. 객실로 연결된 통로를 따라 안으로 조금만 들어가 보았다.

 

 

 바닥에는 두꺼운 카페트가 깔렸고 복도 중간 중간마다 조명을 받아 아치 형식으로 빛나는 모습이 신비감을 불러 일으켰다. 통로가 제법 길었다.

 

 

 벽면과 천장의 장식을 보자. 여기가 러시아 공사관 건물이었을까?

 

 비틀즈는 4명으로 이루어진 영국의 록 그룹이었다. 그 정도는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다. 리드 기타와 보컬의 조지 해리슨( George Harrison) , 드럼을 치면서 보컬을 멋지게 소화해 내었던 링고 스타( Ringo Starr) , 베이스 기타와 보컬을 맡았던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 리듬 기타와 보컬을 맡았던 존 레논(John Lennon)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그룹이다.

 

 이 네명으로 이루어졌던 전설적인 록그룹 비틀즈를 모른다면 ET라고 불려도 할말이 없을 것이다. 영어로 된 이름을 클릭하면 위키피디어에서 제공하는 영어자료가 떠오를 것이다. 여행기 속에 갑자기 비틀즈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뚱딴지같이 여겨지는가? 

 

 여기 이 카스에 또 하나의 매카트니가 24살의 나이로 화려하게 등장한다. 조지 매카트니다. 1890년의 일이었다. 그는 친구였던 프랜시스 영허즈번드와 함께 카슈가르에 영국 영사관을 세우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이 영국 영사관을 치니 바크(Chini Bagh)라고 일컫는다.

 

 역사에 밝은 사람이라면 청나라의 영민한 황제였던 건륭제를 만나러 온 영국 외교관 조지 매카트니 1세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청나라가 한창 위세를 떨치던 시절, 중국 황제를 알현하려면 삼궤구고두(三跪九叩頭)의 예를 갖추어야했다. 궤(跪)는 무릎을 꿇는다는 말이고 고(叩)는 고개를 숙인다는 뜻이니 두손을 짚은채 무릎을 꿇은 뒤 세번 머리를 조아리기를 세번하는 예법이다.

 

 영국 외교관이었던 조지 매카트니는 그런 식으로 청나라 황제인 건륭제(乾隆帝)를 만나기를 거절하고 한쪽 무릎을 꿇고 인사를 하는 영국식 예절을 고집했던 사람이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갈등이 나중에 영국과 청나라 사이에 벌어졌던 아편전쟁의 빌미가 되는 것이다.  

 

 지금 등장하는 이 건륭제는 카슈가르 출신의 향비(香妃)와 기막힌 사연을 하나 만들어내는데 그 향비의 묘가 카스 시내에 있으므로 나중에 가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 맥락을 이해하고 카스를 돌아다니면 훨씬 의미있게 느껴질 것이다. 

 

 

 

 제정(帝政) 러시아는 겨울에도 얼지 않는 부동항을 얻기 위해 남쪽으로 세력을 넓히기를 간절히 원했던 나라였다. 그런 속셈은 오늘날에도 변치 않고 있을 것이다. 1800년대의 러시아는 중앙아시아로의 세력확대를 꽤한다. 이 여행기에도 자주 등장했던 키르키즈스탄도 이미 1860년대에 러시아에 병합되지 않았던가? 

 

 영국이 서남아시아에 진출해서 세력을 넓혀가며 재미를 보는 것에 러시아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인지, 아니면 러시아의 남진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영국이 중앙아시아로의 세력확대를 도모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쨌거나 중앙아시아 곳곳에서 영국과 러시아간의 미묘한 경합과 갈등이 있었던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지금은 호텔로 쓰이고 있지만 여기는 러시아와 영국이 정보수집을 위해, 세력확장을 위해 알게모르게 은밀하게 활동을 하던 그런 역사적 사건들의 현장인 것이다. 그러니 한번쯤은 구경해 두는 것이 옳지 않을까?  

 

 

 어느 정도 실내를 구경한 우리들은 밖으로 다시 나왔다. 아무리 봐도 건물이 너무 멋지다. 나는 이 건물을 구경하는 것만으로 벌써 카스 여행의 반본전은 뽑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그렇다치고 현관 입구 오른쪽으로 보이는 동상을 유의해서 보자. 누구일까?

 

 몸매와 옷차림, 머리모양으로 봐서 여자다. 한눈에 봐도 여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도 굳이 여자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카슈가르 지방은 위구르인들에게는 정신적인 고향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사람도 위구르인들이며 문화적으로는 이슬람권이고.....  이슬람권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좀 뭣한 말이지만 이슬람 문화권에서 여성의 인권은 남자의 그것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아주 미약한 처지다. 그런데도 여성의 동상이 건물 앞에 턱 버티고 서있다는 것은 대단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게 아닐까?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