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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0 중국-신강성:실크로드(完)

다시 카스로

by 깜쌤 2010. 10. 8.

 

 아침 7시 15분에 일어났다. 밖은 희끄무레했다. 우리 시간으로 친다면 5시 15분 경이라고 봐야한다. 오늘 카스로 나가는 버스는 9시 반 출발이라고 했으니 서둘러야 했다. 체크아웃을 하고 보증금 100원을 돌려받았다.

 

 중국 호텔에서는 보증금을 요구하는게 관례다. 호텔방의 물건이 없어지거나 호텔재산을 파손시키면 보증금에서 물건 가격만큼 제하고 내어주겠다는 심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다. 나는 차표를 사기 위해서 먼저 호텔을 나섰다. 서둘렀는데도 벌써 8시 35분이었다.

 

 내 앞으로 카가 멀대처럼 큰 서양청년이 커다란 배낭을 매고 호텔로비를 지나가고  있었다. 객운점(=버스 정류장)에 가보니 입구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잘 생긴 사나이가 표는 대합실에 가서 구하라고 이야기를 해준다. 대합실에 가보니 키 큰 서양청년이 내 앞에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표를 사려는 사람들이 제법 되었다. 카스까지 가는 버스의 요금은 51.5원이다. 내가 세사람 분으로 155원을 주었는데 거스름돈 0.5원을 내어주지 않고 벼티고 있었다. 말없이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더니 5각을 내어준다. 적은 돈이라고는 해도 화장실 한번 갈 돈이다. 하는 처사가 얄미워서 그런 작은 돈이라도 기어이 챙겨받았다.

 

 

 버스에 오르니 벌써 자리가 거의 다 찼다. 우리 일행이 미리 좌석을 잡아두었기에 그나마 앞쪽으로 앉을 수 있었다. 좌석번호가 차표에 기재되어 있었지만 지키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우리 번호는 뒤편이었는데 말이다.

 

 9시 30분에 출발한다는 버스가 9시 10분이 되자 출발해버린다. 좌석이 차면 출발하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시간이 10분인데 우리가 잘못 안것인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9시 10분에 출발했다.

 

 

 오늘도 하늘이 누렇게 흐렸다. 어제 저녁 잠시동안 하늘이 맑았던 것은 어찌된 연유일까?

 

 

 한번 왔던 길로 돌아가는 것이니 신비감은 떨어진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날이 맑을 경우에 이 길을 가는 것은 엄청난 복을 누리며 가는 것임이 확실하다. 워낙 경치가 좋기 때문이다.

 

 

 눈덮힌 산들이 나타났고.....

 

 

 7천미터 급들의 산에서 녹아내린 맑은 물들이 황량한 대지 위를 적시고 있었다.

 

 

 파미르 고원위에 솟아오른 산봉우리들이 그지없이 아름다웠다.

 

 

 우리는 저 산밑으로 지나갈 것이다. 산위에서 보는 경치하나는 정말이지 너무 광대해서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지경이다. 

 

 

 구름조차 산 밑에 걸려있는 형편이다. 고원에는 푸른 풀밭이 펼쳐졌다.

 

 

 한쪽엔 호수가 만들어졌고.....

 

 

 카라쿨 호수를 둘러싼 산들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하랴?

 

 

 카라쿨 호수를 지나 쿰타흐로 가는 길은 절경 그자체다.

 

 

 차가 출발한지 두시간이 지나서 쿰타흐 부근에 도착했다. 11시 10분경이다. 운전기사는 우리들에게 10분간의 여유를 주었다. 우린 모두 야외의 노천 화장실을 이용했다. 

 

 

 나는 습지쪽으로 다가가서 셔터를 눌렀다.

 

 

 저 멀리 파미르 고원을 둘러싼 봉우리들이 눈을 이고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서 벌써 형용하기 어려운 장관을 이룬다.

 

 

 버스가 출발하기 전에 공안이 올라와 인원수를  확인했다. 중간에 누가 샜을까봐 그러는 것일까? 

 

 

 쿰타흐를 지나 30분 가량 협곡을 따라 내려왔을까? 버스는 또다시 정거하고 만다. 높은 산에서 무너져내린 토사와 바위덩어리들이 길을 막고 있었던 것이다. 포크레인과 불도저가 동원되어서 부지런히 제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승객들은 모두 내려서 작업광경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다. 자전거를 탄 백인청년이 보였다. 놀라운 체력과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청년임이 틀림없다. 이렇게 높은 고도에서 저전거 페달을 밟는다는 것은 보통 체력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내려온 협곡이 보인다. 도로 옆으로는 쿰타흐와 타지키스탄의 골짜기에서 내려온 황토물이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아래로 아래로 마구 쏟아져 내려가고 있었다. 물의 수량도 엄청나지만 속력도 보통이 넘는다.

 

 

 모두들 공사가 끝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럴땐 그저 기다리는 것 밖에 다른 묘수가 존재할 리 없다.

 

 

 나는 다시 버스로 올라가서 밀린 일기를 썼다.

 

 

 멍청하게 그냥 시간을 보내기가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다.

 

 

 실내에서 기다리고 있던 타지크 소녀도 지루했는지 한번씩 일어나서 몸을 비틀었다. 아가씨들이어서 그런지 조신한 행동으로 얌전하게 기다렸다.

 

 

 어느 정도 공사가 이루어지는 듯하자 뒤에서 기다리던 차들이 앞으로 밀려들어와서 차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 바람에 마주 오는 차들이 통과하기가 곤란해졌다. 공사감독인 듯한 사람이 와서 새치기한 차의 기사들을 상대로 호통을 쳐서 후진을 시켰다. 어디에나 싸가지 없는 인간들이 존재하는 법이다.

 

 

 검문소를 지나서는 마구 달린다. 운전기사도 잃어버린 시간을 보충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붉은 지층이 보이는 게즈다리아 부근에서 다시 멈추어서야 했다. 저번에 끊어진 도로가 그새 다 연결될 수는 없었을테니까.....

 

 

 나는 버스에서 다시 내렸다. 우리가 깔개를 꺼내 깔고 앉는 것을 본 외국인들이 우리가 한국인임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파키스탄 사람들인데 한국인 등산객을 위해 식사를 제공할때 그런 물건을 보았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은 김치를 만들줄 안다길래 나는 깜짝 놀랐다. 

 

 

 키가 멀대처럼 컸던 청년은 독일인이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는데 인도의 뉴델리에서 출발해 파키스탄을 거쳐 중국으로 가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8개월간 여행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난을 씹으면서 동시에 사과를 꺼내서 깎아먹었다. 점심겸 아침으로 말이다. 이러다가 언제쯤에 카스에 도착할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드디어 앞차들이 슬금슬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도 다시 차에 올랐다. 우파르를 거쳐가면서도 차는 서지 않았다.

 

 

 꽁지가 빠지도록 도망치듯 달린 보람이 있어 오후늦게 카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카스에 왔으니 이젠 오늘 우리가 머무를 호텔을 찾아야 했다.

 

 

 버스 정류장 구내를 빠져나온 뒤 도로 건너편에서 시내버스를 기다렸다.

 

 

 20번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와서 카스우체국 부근에 와서 내렸던 것이다. 오늘 하루는 어디에서 머물러야 할까?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