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는 몽골민족이 전매특허를 내어 사용하는 거주형태가 아니다. 적어도 중앙아시아를 기반으로 하는 유목민이라면 거의 예외없이 게르라는 형식의 이동식 주택을 만들줄 안다고 보아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게르가 만들어내는 인상이 워낙 선명해서 그런지 유목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우리나라에서도 요즘에는 관광용 게르가 설치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석두성에서 내려다본 습지에 자리잡은 게르의 인상이 너무나도 선명했으므로 나는 습지 속에 걸어들어가 게르를 한번 살펴보고 싶었다. 몽골인들이 게르라고 부르는 이것을 러시아어로는 유르타라고 부르고 중앙아시아에서는 보편적으로 유르트라고 부른다고 한다.
나는 조심스레 습지에 발을 넣어보았다. 폭신폭신한 느낌이 든다. 초록색 천연 잔디 양탄자를 밟는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중국 내몽고에서 밟아본 초원과는 완전히 느낌이 다르다.
나는 게르의 주인을 찾았다. 노인이 한분 나왔는데 그는 영어를 몰랐고 나는 타지크어도 위구르어도 중국어도 몰랐다. 외모와 느낌으로 한족같아서 한자를 써보았는데 그는 대강 이해를 했다.
내 짐작대로 여긴 관광용 식당이었다. 물론 게르에서는 잠을 잘 수가 있다. 주인은 양고기 요리와 양고기 꼬치 전문이라는 이미지를 풍겨왔다. 그는 나에게 게르의 안쪽을 보여주었는데 그 아름다움은 상상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그가 보여준 게르 안은 완전히 유흥 식당 분위기였다. 바닥에 깔린 진한 붉은 빛의 양탄자가 내 눈을 어지럽혔다. 벽면에 스피커가 달려있는 것으로 보아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 가능한 것 같았다.
벽면은 붉은색이지만 천장은 푸른색 계통이다. 화재에는 약할지 모르지만 분위기하나는 끝내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도 화려해서 눈이 아플 정도였다. 게르 입구로 쓰는 문은 평소에 닫아둔다고 한다. 열어두면 짐승들이 들어가기 때문이란다. 그가 요리하는 음식을 먹어보고 싶었지만 준비가 하나도 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나는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정말 어렵게 모처럼 방문한 곳인데 하늘이 너무 흐려서 사진이 영 아니게 나왔다. 하늘이 맑고 깨끗할 때 다른 사람들이 촬영한 사진을 보면 그 선명도가 놀라울 정도였다.
어떤가? 습지가 정말로 초록 카펫처럼 보이지 않는가?
그렇다고 해서 아무군데나 드러누우면 곤란하다. 내가 밟고 선 대지가 울렁거린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풀밭이 요동(?)치는 것은 기본이었고 물기가 마구 스며 올라올 정도였으니까.....
그런 풀밭 위를 짐승들이 돌아다니며 풀을 뜯고 있었다. 물론 엄청나게 무거운 소들이 밟아도 끄덕없을 정도로 단단한 부분도 많이 있다.
내가 방문했던 게르의 아랫부분이 들려있는 곳을 보면 여기 이 습지의 분위기를 대강 짐작할 수 있겠다.
주인 영감님은 손을 흔들며 돌아섰다.
중국인들은 게르를 한자로 包(포)라고 쓰고 바오 내지는 파오 정도로 발음하는 모양이다. 글자와 발음이 어쨌거나간에 게르는 전통 중국인들의 주거 형태는 아닌 것이다.
풀밭 중간으로 흐르는 작은 물줄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지만 스며나오는 물과 진흙에 발을 다 버리고 말았다.
짐승들이 귀엽다고 해서 습지 속으로 함부로 걸어들어가면 봉변을 당하는 수가 있다. 짐승을 지키는 개들은 크기가 송아지만하기 때문이다. 터키 동부지방에서 개들의 습격을 받고 혼비백산했던 경험을 떠올리고나니 더 이상 안으로 들어가보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지고 말았다.
우리는 석두성 밑 습지가로 나있는 도로를 따라 다시 시내로 걸어가기로 했다.
타지크족 남자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놀이에 열중해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건 틀림없는 화장실이다. 아마 반대편에 여성용 입구가 있을 것이다.
가난한 동네임에도 불구하고 모스크가 존재했다. 지극히 수수한 모스크였지만 그래도 앞쪽은 타일로 장식해서 분위기를 살렸다.
어느 나라 어느 사회든지 아이들만은 표정이 밝다. 여자 아이들은 어릴때부터 히잡을 씌우거나 전통 모자를 쓰게 하는 모양이다.
어지간한 곳에는 나무를 심고 관리하는 듯 했다. 그나마 여기는 습지 가여서 나무가 자랄 수 있는 것 같다.
아름다운 환경 속에서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다 같은 모양이다. 작은 자투리 땅에 꽃밭을 가꾸어두었다.
조금만 걸으면 시내가 된다. 우리는 다시 시내로 들어왔다.
점심을 먹어야 했다. 시장부근에서 음식점을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속은 어두컴컴했어도 사람들은 많았다. 사람많은 음식점이 원래 맛있다지 않던가?
나는 국수를 시켰다. 양고기가 국수위에 덮밥처럼 덮여나왔다. 9원이었다. 배가 불러서 다 못먹을 정도로 양이 많았다.
다른 두분은 볶음밥에다가 만두가 들어간 밥을 골랐다. 나는 오늘 아침을 컵라면으로 떼웠기에 배가 살짝 고팠는데 양고기가 올려진 국수를 먹고 나니 그제서야 조금 살만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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