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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0 중국-신강성:실크로드(完)

타쉬쿠르간으로 5 - 카라쿨 호수

by 깜쌤 2010. 9. 22.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이 길을 따라가면 파키스탄으로 넘어갈 수 있다. 중간에서 키르키즈스탄으로 넘어가는 길도 하나 있다. 중국과 아프가니스탄도 국경을 맞대고 있으므로 넘어가는 것이 가능할 터이지만 아프가니스탄의 정치적인 상황이 극도로 불안한 만큼 우리 한국인들은 여행금지국가로 지정된 그곳으로 넘어가는 것자체가 불법이 된다. 

 

 

 이 골짜기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거의가 타지크 사람들이라고 한다. 중국내에 약 4만명 정도가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소수민족이지만 중국 바로 옆에 자기들 나라를 건국하여 살아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인구의 4분의 1정도가 타지크 사람이기도 하다. 그들은 목축을 주업으로 한다고 한다.

 

 목축을 한다는 말은 이동생활을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한곳에 정착해서 가축을 기를 수도 있는 세상이니까 생활방식 자체가 변하고 있는 모양이다. 아름다운 쿰타흐 주변에 시멘트로 게르를 만드는 사람들은 한족들일까 아니면 위구르인일까? 타지크사람들이 관광사업에 눈을 떠서 고정식 게르를 만드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주인이 누구일지 궁금하기만 했다.  

 

 

모래먼지 때문에 하늘이 뿌옇게 변해서 그렇지 호수 저편의 산들은 만년설을 이고 있는 파미르 고원의 영봉들이다. 

 

  

 쿰타흐 한쪽에는 현대식 마을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타지크 사람들의 마을일까?

 

 

 쿰타흐를 지나고 나서 우리가 탄 차는 게즈다리아를 따라 한없이 올라가기만 했다. 이 눈녹은 물이 없다면 일본 영토의 4배반이나 되는 신강 지방의 상당부분은 사람살이가 영원히 불가능한 황무지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지구온난화현상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높은 산에 저장된 만년설의 녹아내리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 평소보다 많은 강물이 흘러야하니 산밑으로는 홍수가 발생하게 된다. 홍수가 발생하는 것으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만년설이 다 녹고나면 그 다음에 벌어질 현상은 무엇이 될까? 상상만 해도 끔찍한 결과가 벌어지게 될 것이다. 

 

 

 한참을 달리던 우리 차가 멈춰서고 만다. 내려서 살펴 보니 공사중이었다. 오지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인데 이럴 경우에는 그냥 참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말도 안통하는데 내가 나서서 떠들 일은 결코 없으며 불평은 더더구나 할 필요가 없다. 불평은 하면 할수록 하는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있다. 그저 묵묵히 우리에게 주어진 이런 상황을 즐기면 된다.  

 

 

 우리는 우파르 시장에서 사온 하미과 하나를 깎아 먹기로 했다. 우리 운전기사의 하미과 깎는 솜씨가 우수해서 그에게 맡겼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한조각을 오토바이를 탄 현지인에게 권해보았다. 의외로 선선히 잘 받아먹었다.

 

 작은 친절을 베풀어두면 의외의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법이다. 물론 그런 것을 노리고 한 행동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여행경험을 통해 얻어둔 작은 지혜 가운데 하나이다.

 

 

 중장비가 동원되어서 무너져내린 흙더미를 치우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작업이 끝날때까지 기다렸다. 그동안 나는 부근의 지형을 살폈다.

 

 

 산에는 풀한포기 자라지 않는다. 강을 따라 식물들이 조금 자라고 있을 뿐이다. 이 길을 따라 혜초가 걸었을지도 모르고 법현이나 현장이 걸어갔을지도 모른다.

 

 

 강물은 흐렸다. 골짜기 곳곳에는 부채살처럼 펴진 선상지가 자리를 잡았다. 눈녹은 물이 흘러내릴때 쓸려온 흙과 자갈들이 오랜 세월동안 부채꼴 모양으로 퇴적되면서 선상지(扇狀地)라는 독특한 지형을 형성했으리라.

 

 

 

사진지도에서 A쪽은 중국 영토이다. B쪽은 타지키스탄이고 C는 현재 우리가 머물러 있는 부근이 될 것이다. C밑에 보면 호수가 보일텐데 이 호수가 카라쿨 호수이다. 이 부근의 경치가 환상적인 것으로 소문이 나있다. 이 글 밑에 쯤에 등장할 것이다. 호수 부근에서 하루를 머물고 트래킹을 즐기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이 제법 있는 모양이다. 지도를 클릭해서 크게 확대해두고 보면 이해하기가 편할 것이다.

 

 

 건너편에 자리잡은 산은 해발고도가 7500미터 이상이다. 지금 우리가 서있는 이곳만 해도 해발고도 3500미터 내외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산병 증세가 나타나지 않으니 그저 고마울 뿐이다.

 

 고산병이라는 사실을 모르던 옛날에는 뒤통수가 망치로 맞은듯이 아프면서 뒷골이 띵해지고 어지러운데다가 숨쉬기조차 힘들었던 그런 고산병증세를 악마의 장난으로 생각했다. 높은 산에는 무서운 악마가 살고 있어서 지나가는 나그네를 의도적으로 괴롭힌다고 여겼던 것이다. 왕오천축국전이나 대당서역기같은 글에도 그런 식으로 묘사한 부분이 나타난다.

 

 어느 정도 도로 상황 정리가 끝나자 우리차는 출발했다. 언제 다시 돌발상황으로 인해 멈추어 설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순조롭게 나가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마침내 우리는 커다란 산중호수를 만나서 잠시 정차하게 된다.  

 

 

 이 깊은 산중에 아름다운 호수가 자리잡고 있으리라고 짐작은 했었다. 배낭여행안내서에 기록이 되어있었으므로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막상 눈으로 보니 감흥이 더했다.

 

 

 호수 건너편에는 만년설을 덮어쓴 산봉우리가 줄을 지었다.  멋지다.

 

 

 이런 지대는 기후의 특성상 봄이 되면 야생화로 덮혀야만 한다. 그때가 제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8월 중순에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 야생화가 만발한 경치를 보기어려웠다. 눈덮힌 산악지대를 여행하면서 야생화천국을 만난다는게 얼마나 귀한 경험이던가?

 

   

 나는 배낭여행을 하면서 이런 풍경을 자주 보아서 그런지 감흥이 조금은 덜했지만 처음 따라온 분들은 그저 마냥 신기해하면서 즐거워했다. 그렇다. 순수는 소중한 것이다. 

 

 

 호수가에는 게르를 만들어두었다. 숙박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만들어둔 것이지만 외국인들은 조금 문제가 있는 모양이다. 론리 플래닛에 의하면 외국인들이 여기에서 묵는 것을 현지인들이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끔씩은 폭력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던 모양이다. 

 

 경치에 취한 외지인이 여기에서 묵을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교통편이다. 지나가는 차를 히치하이킹 하는 것도 되긴 하겠지만 그게 안될 경우에는 하루에 한두번 지나가는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할 것이다.

 

 

 도로 옆에는 현지인들의 게르가 설치되어서 구멍가게 역할을 하고 있었다. 부근에는 물론 타지크 사람들의 마을이 있다. 여기를 지나가는 차들은 거의 예외없이 차를 세우고 호수를 구경하고 갔다.

 

 

 그런데 가관인 것은 카라쿨 호수에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한다는 사실이다.  중국인들의 입장료 징수는 워낙 유명해서 세계적으로 원성이 자자한 편이다. 터무니없이 비싸기 때문이다. 

 

 

 입장료가 자그마치 50원(元)이다. 50유안이면 우리돈으로 따질 경우 9000원 내외다. 당연히 우리는 돈을 안내고 바깥에서 호수를 보기로 했다. 밖에서도 다 보이니 굳이 안으로 들어갈 필요도 없다. 이 산중 키르키즈인들이 거주하는 땅에 조잡하기 짝이 없는 중국식 문을 설치해 두었으니 이런 부조화가 다 있으랴 싶다.

 

 

 나는 우리가 지나온 길을 훑어보았다. 우리는 저 밑에서부터 올라온 것이다. 이 부근에서는 모래먼지가 조금은 덜한 것 같았다. 푸른 하늘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었으니 다행이다.

 

 

 구멍가게 역할을 하는 게르에서 나온 사람이 우리들에게 옥을 보여준다. 어설픈 한국말로 말을 붙여오면서 말이다.

 

 

 나는 처음부터 기념품에는 관심이 없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사온 기념품은 하나도 없다. 나는 애시당초부터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 여행객이다.

 

 

 이젠 돌멩이 하나도 줍지 않는다. 공항을 통과할때 문제가 되기도 하려니와 트러블이 발생했을 경우 목격하게 될 중국관리들의 고압적인 자세가 싫기때문이다.

 

 

 이제는 내 눈앞에 펼쳐진 모습들을 담담하게 그냥 보고 즐길 뿐이다. 

 

 

 차가 출발하려고 할때 접근했던 현지인은 옥이라고 보여준 돌멩이 가격을 200유안으로 불렀다. 누군가가 손에 쥐고 있는 돌멩이를 플라스틱이라고 하자 그들은 정색을 하며 펄쩍 뛰었다. 플라스틱을 옥으로 둔갑시켜 팔아먹은 인간들은 과연 누구였단 말인가?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