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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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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0 중국-신강성:실크로드(完)

타쉬쿠르간으로 2

by 깜쌤 2010. 9. 18.

  

 28번 버스가 시내중심가로 들어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버스를 타러갔다. 앞문으로 오르려는데 누가 말을 붙여왔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 낯설고 외진 오지에서 우리말로 이야기를 걸어오는 것도 놀라운 일인데 '선생님, 안녕하세요?'하고 나오니 나는 순간적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를 아세요?"

 

 나라고 하는 인간은 못말리는 존재다. 스타도 아닌 주제에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는가 싶어 엉겁결에 나온 소리가 '저를 아세요?'하는 소리였으니 지금 생각해도 피식 웃음이 나온다.

 

 "한국분 아니세요?"

 

그렇게 말을 걸어온 분은 올해로 쉰이 되신다는 점잖은 분이었다. 1원을 주고 탄 버스 안에서 대화가 이어진다.

 

 "어디로 가십니까?"

 "우리는 타쉬쿠르간으로 가려고 합니다."

 "아하, 그러시군요. 저희 부부도 타슈쿠르간으로 가려고 합니다. 지난 며칠동안 저희들은 그곳에 가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하면서 정보를 수집해보았는데 들어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홍수가 나서 도로가 끊어졌다는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속으로 맥이 빠졌다. 중국에서 파키스탄으로 이어지는 카라코럼 하이웨이를 달려보는 것이 필생의 소원가운데 하나인데 그게 불가능해지다니 이게 무슨 경우란 말인가? 그러나 우리말은 끝까지 들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지 않는가? 그분의 부인이 말을 이었다.

 

   

 "저희들은 크게 실망해서 타쉬쿠르간가는 것을 포기하고 쿠차까지 돌아갔습니다만 여기에서 만났던 한국총각들이 어제 연락을 해왔습니다. 그들이 타쉬쿠르간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길래 저희 부부도 쿠차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온 것입니다. 원하신다면 같이 가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알아보고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차를 빌릴 경우 1인당 100원이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린 엄청나게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 사실 우리는 도로가 끊어진 것을 모르고 온 사람들인데 여기에서 같이 갈 수 있는 사람들을 우연히 만난 것은 큰 행운이 아닌가? 그렇지않아도 새로 정보를 수집해야할 처지였는데 도움을 주실 분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너무 잘된 일이다. 문제는 우리들의 몸 컨디션이다.

 

 우리는 24시간동안 기차를 타고 장거리 이동을 해왔다. 그런데 지금 다시 짚차를 타고 7시간 정도의 이동을 계속해야 한다. 몸이 견뎌낼지 조금은 불안했지만 한번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멤버들의 의견도 좋다는 쪽이어서 결국은 결심을 하고 말았다.

 

 

 "예, 좋습니다. 같이 가십시다."

 

 시내로 들어간 우리들은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카슈가르 국제버스 정류장으로 옮겨갔다. 부인은 중국어에 아주 능통해서 자유자재로 의사를 표시할 수 있을 정도였다. 운전기사와 교섭해서 1인당 100원으로 가기로 했다. 사진사 내외분과 우리 팀멤버들 셋, 그리고 중국현지인 청년 1명, 이렇게 여섯명이 함께 차를 세내서 타기로 했다.

 

 국제버스 정류장이라고 하지만 후줄그레 한 곳이다. 버스는 어쩌다가 한번씩 떠나는 정도이고 휑당그할정도로 넓기만 한 곳 한 모퉁이에 사무실이 어설프게 자리잡고 있는 정도라고 보면 된다.

 

 

 우리가 타고갈 차는 일본의 미쓰비시 자동차 회사의 Jeep이었다. 내가 제일 앞자리에 타고 그들 내외는 왼쪽에 자리를 잡았다. 왼쪽으로 앉아아먄 좋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우리가 그쪽으로 앉겠다고 고집피울 처지는 아니었다. 남자분이 전문적으로 사진을 찍는 분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실 말이지 사진이라는 취미가 돈과 시간이 제법 많이 들어가는 비싼 취미가 아니던가? 그러니 우리가 양보하는게 당연한 일이다.

 

 

 아무래도 오늘 저녁이나 되어야 목적지에 도착할 것 같다. 우리는 지금 아침도 굶은 상태다. 점심과 저녁은 어디에서 먹을지 기약이 없고...... 짚차는 카스 시내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도로는 넓었고 시내는 제법 번화했지만 도심을 벗어나자 한적함이 찾아들었다.

 

 

 무엇보다 나귀가 끄는 달구지가 많이 보였다. 말이 끄는 수레도 어쩌다 있긴 했지만 나귀달구지가 압도적으로 많이 다녔다. 남자들은 회교도임을 나타내는 납닥한 모자를 머리에 얹었고 여자들은 러시아 냄새가 조금씩 풍기는 수건으로 머리를 싸맸다.

 

 

 중앙아시아 풍광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백양나무 가로수가 우거진 도로라고 단정지어도 될 것 같다. 나는 이런 모습을 떠올릴때마다 마음이 싸아해진다. 영화 <제3의 사나이> 마지막 장면과 비슷한 풍광이라고 해야하나? 아니다. 거기다가 비유하면 안된다. 

 

차라리 <의사 지바고>와 비교하는게 낫다. 그렇다. <닥터 지바고>의 몇 장면들과 비슷한 모습들이 제법 등장한다. 적어도 카스에서 타슈쿠르간 가는 길은 내눈에 그렇게 비친다. 제일 앞자리에 앉은 나는 값싼 감상에 젖어들고 만다.

 

  

 나라는 인간의 단점이 바로 이것이다. 이런 장면을 그저 쳐다보기만 해도 눈가가 촉촉해지고 마는 요상한 습관이 있는 나는 못말리는 존재다. 과장해서 표현한다면 이런 분위기에 젖어들기 위해 배낭을 매고 떠난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운전기사는 내가 가지고 간 K2 회사의 모자를 너무 좋아했다. 내 모자는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해서 내 시야에서 사라지고 만다. 어디에서 어떻게 흘리고 말았는지 모른다. 없어진 모자를 다시 구하기 위해 나는 나중에 카슈가르에 돌아와서 백화점을 방문해야 했고..... 짚차는 앞을 향해 신나게 달렸나갔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