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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0 중국-신강성:실크로드(完)

카스로 가는 기차 2

by 깜쌤 2010. 9. 15.

 

 산중턱에 걸려있는 저 기차역을 향해 우리들이 탄 기차가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즉 철길이 영어의 S자 먀냥 크게 휘어져 있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 기차는 눈앞에 보이는 저 산을 넘어간다는 말이 되지 않겠는가?

 

 

 산꼭대기 부근에는 눈이 덮여 있었다. 지금은 8월이다. 8월에 눈덮힌 산들이 수북한 곳을 우리는 넘어가고 있다는 말이 된다.

 

 

 풀이 듬성듬성 나있기에 얼핏보면 너른 초원처럼 보이는 이 거대한 산자락에는 군데군데 생채기처럼 파인 곳이 있고 거기에는 물이 흘렀다. 이런 눈녹은 물이 흘러내려 사막에 오아시스를 만드는 것이다. 놀랍기만 한 자연의 조화이며 신비이다.

 

 

 우리가 탄 기차는 산자락을 하염없이 기어 오르고 있었다.

 

 

 우리가 지나온 골짜기가 저어기 밑에 보인다. 그런 식으로 산자락을 휘감아가며 천산산맥의 봉우리들을 넘어갔다.

 

 

 산기슭에는 천연목장들이 즐비했다. 고도가 높아서 그런지 나무들은 간곳이 없고 그저 끝없는 풀밭이 펼쳐진 것처럼 보인다.

 

 

 그 거대하고 광활한 천연목장 중간중간에 자동차들이 박혔다. 경치에 반한 여행객들이 자동차를 몰고 일부러 찾아들어간 것이리라. 우리나라 같으면 환경파괴행위로 지탄받을 짓이지만 중국에서는 이런 행위가 보통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런 식으로 천산산맥을 넘어 화정(和靜)역에 도착했다. 지도를 꺼내보니 화정역 다음 역이 언기(焉耆 옌치)역으로 되어 있었다. 혜초왕오천축국전에 등장하는 언기국 말이다. 현재의 언기라는 도시가 혜초가 언급한 언기국과 비슷한 위치에 존재했었다면 우리는 지금 굉장한 곳을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기차가 멈추어 서자 사람들이 몰려나가 이동매점을 둘러싸고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몰려서서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

 

 

 화정에는 새로지은 아파트단지들이 제법 보였다. 이런 곳에 이 정도의 거대한 도시가 존재하려면 그만큼 많은 물이 존재해야한다. 지도를 자세히 살펴보니 화정과 언기 옆에 거대한 호수가 존재하고 있었다.

 

 여행기를 쓰며 인터넷으로 위키피디어 백과사전에 가서 검색해 보았더니 보스텅(博斯腾 박사등)호수가 바로 부근에 존재하고 있었다. 해발고도 1048미터 높이에 자리잡은 평균수심 8미터 짜리 중국최대의 담수호라고 소문난 호수이다. 그런 호수가 근처에 있으니 농업이 발달할 수밖에 없겠다.  

 

 

 그제서야 이곳의 사정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우루무치에서 구입한 지도를 가지고 다시 자세히 살펴보았다. 화정에서 언기까지는 약 33킬로미터이다. 언기역 다음으로 큰 기차역은 쿠얼러(庫爾勒 고이륵, 库尔勒)인데 언기에서부터 52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이런 도시들은 천산남로에 존재하는 도시들이 되겠다. 즉 타클라마칸 사막 북쪽에 존재하는 도시들이라는 말이 된다. 현대에 태어난 우리들은 기차를 타고 쉽게 여행하고 있지만 백년전만 하더라도 말이나 낙타로만 이동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걷든지......

 

 

 화정시의 도심을 벗어나자 주위로 광활한 오아시스 대지가 펼펴지기  시작했다. 제법 너른 면적이다. 기차를 타고 반시간 이상 달려도 끝이나지 않았으니까.....

 

 

 철로를 따라 도로가 나있었다. 화정 교외로는 거대한 트럭에 붉은 색이 나는 열매를 가득실은 트럭들이 밭가에 줄지어 서 있기도 했다. 무슨 과일인지 너무 궁금했다. 혹시 당근같은 채소였을지도 모르겠다.

 

 

 사막지대에서 거대한 강을 만나게 되자 어안이 벙벙해졌다. 지도를 살펴보니 공작하(孔雀河)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움직이는 호수로 유명한 로프누르 호수로 흘러들어가는 강줄기가 아닐까 싶다.

 

 이 강의 이름과 위치도 너무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았다. 위구르 사람들 말로는 콩큐강이라고 한다. 강이라는 말 자체가 중국 한자이니 위구르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콩큐다리아라고 해야 옳지 싶다.

 

 

 기차는 하염없이 나아갔다. 아침 10시에 기차를 탔는데 이젠 서서히 해가 기울기 시작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쿠얼러 역에 도착해서는 제법 오래 쉬었다. 쿠얼러는 고대 서역에 자리잡았던 서른 여섯나라 가운데 하나인 거리국(渠犁國)의 본거지이다. 한서(漢書)의 기록에 의하면 당시 인구는 일만명이 채되지 못했던 모양이다.

 

 

 쿠얼러의 특산품이 바로 향리(庫爾勒香梨)이다. 색깔이 초록이어서 얼핏보면 사과처럼 보인다. 우리가 얻어먹은 배가 바로 쿠얼러배였던 것이다. 기차역의 이동매점에서 파는 물건을 보면 초록색 과일이 보일 것이다. 바로 저녀석이다. 

 

 쿠얼러는 영어로 코를라 정도로 소리낸다. 쿠얼러를 지나자 해가 지기 시작했다. 보름이 되려면 제법 남은 반달이 뜨기 시작했다. 반달이 기차를 따라 오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는 놓쳐버리고 만다. 피로에 지친 터라 눈이 저절로 감기기 시작했으므로.....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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