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경주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자전거를 타고 10분만 나가면 아름다운 경치를 지닌 시골마을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산가는 길에 거의 지나게 되는 오릉만 하더라도 마을을 지나기만 하면 곧바로 너른 벌판을 만날 수 있다.
이미 오릉 벌판은 가을이 차지해버렸다. 누른 기운이 슬슬 번져가는 나락들은 조금씩 고개를 숙이고 있고 줄지어 날아가는 기러기떼들이 하늘에 저마다의 흔적을 남기고 갔다.
안압지옆 연밭엔 끝물로 향하는 연꽃들이 마지막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연밭에 터잡고 살던 오리들을 올해엔 아직까지도 만나보지 못한 것 같다.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삼릉숲으로 향하는 도로가에 자라는 벚나무들은 벌써부터 이파리를 인도에다가 흩뿌리고 있었다. 자동차 매연에 찌들어버린 탓일까? 미처 피지 못하고 져버린 청춘들 같아서 마음이 아려왔다.
또 계절이 바뀌는 모양이다. 벌써 9월하고도 중순이다. 세월이 살같이 빠르게 흐른다더니 꼭 들어맞는 말 같다. 이제 나에게 남겨진 가을은 모두 몇번쯤 될까?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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