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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0 중국-신강성:실크로드(完)

전쟁터로 2

by 깜쌤 2010. 9. 3.

 

 우리가 타야할 기차를 고른 뒤 줄을 섰다. 중국 전영토의 표를 다 판다는 창구를 찾아 줄을 선 것이다. 全疆賣票(전강매표)라고 쓴 창구에서는 중국 안의 도시라면 어디든지 다 팔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줄을 섰다.

 

물론 당연히 친구와 둘이 줄을 선다. 표가 있다고 할 경우 큰 돈을 꺼내야 할텐데 그때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당일날 표가 없다고 할 경우에는 즉석에서 의논도 해야하고 말이다. 문제는 내가 중국어를 할 줄도 모르고 들을 줄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럴땐 주눅이 들 필요가 없다. 말이 안되면 글자로 쓰면 된다. 나는 메모지를 꺼내서 미리 준비를 했다.

 

            我們向去希望 喀什, 硬座 3張, K9786, 8月 13 或  14日 10:00發

 

我們向去希望  喀什 : 우리들은 카스로 가려고 합니다.

硬座 3張 : 경좌로 3장을 주십시오.

K9786 : 열차번호는 K9786입니다.

8月 13 或  14日 10:00發 : 8월 13일이나 혹은 14일 오전 10시에 출발하는 표로 말이죠.

 

 내가 나타내고자 하는 의도는 위와 같다. 나는 내가 구사하는 이런 엉터리 문장이 문법에 정확하게 맞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뜻은 다 통한다. 메모지에 적어서 창구직원에서 들이밀면 직원도 ' 아, 이 사람이 외국인이구나'하고 알아차린다. 아니면 벙어리로 알아차리거나.....

 

 오늘이 12일인데 내일 13일에는 차표가 한장밖에 없단다. 물론 말이 안되니 써서 대화를 한다. 필담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므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때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짜증을 내고 불평을 한다고 해도 물러나면 안된다. 대부분의서양인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불평하지 않는다. 대신 자기 차례가 왔을때는 확실하게 일처리를 한다. 자기가 납득하고 이해가 되어 일처리가 완벽할 때까지 비켜주지 않는 것이다.

 

 우여곡절끝에 14일 경좌표로 3장을 구했다. 우리가 표를 구하는데 적어도 7분은 걸렸으리라. 어떤 중국 영감이 우리보고 무슨 말인지를 지껄이며 성질을 부렸지만 "팅부동"한마디로 끝내주었다.

 

"팅부동(聽不同)!"

 

'무슨 말인지 몰라요' 하는 뜻이다. 자, 그러면 우리가 구한 표를 보기로 하자. 바로 아래 사진처럼 생겼다.

 

 

 이게 문제의 중국열차표다. 표를 손에 넣었으니 이제 해석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내용을 모르면 말짱 도루묵이므로 철저한 확인작업이 필요하다. 다시 아래 사진을 보기로 하자.

 

 

 1 : 우루무치 역에서 팔았다는 말이다.

 

 2 : 오로목제 - 중국인들의 발음으로 하면 우루무치 정도가 될 것이다. 한자(漢字) 지명 밑에 영어로 표기해 두었다. 영어의 Q자를 중국인들은 'ㅊ'정도의 소리로 나타내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대우 마티즈 승용차를 그대로 베낀 짝퉁 마티즈의 이름이 QQ, 즉 '치치'다. 치사한 놈들!

 

 3 : K9786차 - 열차번호다.

 

 4 : 객십 - 중국인들 발음으로는 카스 정도일 것이다. 도시 이름이다. 원래는 '카슈가르'인데 자기들 마음대로 한자로 표기하고 한자발음으로 읽는다.

 

 5 : 출발일과 출발시간이다.

 

 6 : 객차번호는 4번이고 윗칸 62번 자리라는 뜻이다. 上으로 되어 있으므로 이 열차는 틀림없이 2층 열차일 것이다.

 

 7 : 당연히 열차표 요금이다.

 

 8 : 신공조경좌(新空調硬座) - 이게 중요하다. 중요한 정도를 넘어 아주 중요하다. 공조는 공기조절정도일테니까 에어컨 시설을 의미한다. 新은 이름그대로 신형일테고. 경좌! 저게 사람잡는 말이다.

 

 글자가 가진 의미 그대로 하면 '딱딱한 좌석'이라는 말이다. 중국 기차의 자리는 크게 봐서 경좌, 경와, 연와라는 세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경좌는 가장 일반적인 좌석 형태이다. 우리나라 기차는 좌석이 푹신하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 경좌의 등받이는 수직으로 서있기 때문에 밤에 잠을 잘때 아주 고통스럽다. 그나마 요즘 새로 나온 차들은 의자 위에 폭신한 자리를 살짝 깔아두어서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진 편이다.

 

 장거리 여행에서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경와인데 이름 그대로 딱딱한 침대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장거리 이동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좌석 등급이다. 이동요금에다가 호텔요금을 더하고 있으니 어찌보면 실용적이다.

 

 좀 더 편안하게 이동하고 싶다면 연와를 쓴다. 이름그대로 부드러운 침대라는 뜻이다. 부드러운 침대를 쓰는 것이므로 요금도 제일 비싸다. 비행기 요금의 반정도는 될 것이라고 여기면 된다. 우리가 구한 것은 경와가 아니다. 경와표는 이미 매진되고 없으므로 경좌표를 구한 것이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표를 구했다는 사실 자체가 어디인데........ 문제는 지금부터 이틀 뒤에 출발하는 표라는 것이다. 

 

  9번 10번은 스스로 연구해 보기바란다. 쉬우니까..... 

 

 이틀 뒤에는 이동할 수 있으므로 이제는 잠자리를 구해야 했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아주 독특해서 아무 호텔이라고 들어가면 안된다. 외국인이 투숙할 수 있는 호텔들이 따로 있다는 말이다. 외국인 투숙이 가능한 호텔 중에 찾아가서 교섭을 해야하니 이게 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돈맛을 아는 일부 업자들은 그런 규정을 무시하고 손님을 받기도 한다. 나중에 우리도 돈벌이에 맛들인 호텔주인을 만나는 경험을 했었다.

 

 우리는 우루무치 기차역 바로 옆에 있는 아구빈관을 찾아갔다. 위 사진 왼쪽에 우뚝 솟은 건물이다. 3성급 호텔인데 3인실을 270원에 불렀다. 1인당 90원이니까 우리돈으로 16,000원 정도 되겠다. 

 

  

 호텔 왼쪽에 보이는 건물이 우루무치 기차역이다. 모레 기차를 타고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니 위치 선정에는 일단 성공한 셈이다. 배낭여행자의 참맛을 느껴보려면 시내 한가운데 들어가서 팍슨 백화점 뒤에 자리잡은 국제청년여사 같은 곳에 가보기 바란다. 게스트 하우스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게 될 것이다.

 

 벌써 해가 질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5,1의 야시장에 가보기로 했다. 우루무치에서 알아주는 유명한 야시장 거리이다. 당연히 걸어갔다. 걸어갈 만한 거리이니 걸어가는 것이다.

 

 

51로 야시장의 명성은 예전부터 자자했다. 2004년에 여기 왔었을때도 몇번 사먹어 본 사실이 있다. 가격도 그럴듯하고 선택의 폭이 넓어서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저녁에는 주로 식사종류 음식들을 팔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가자.

 

 

 우루무치는 사막 한가운데 건설된 인공도시이다. 인구도 100만이 넘어가는 거대도시이니 만큼 온갖 산물이 모여드는 물산집산지인 것이다. 거리에는 온갖 물건들이 넘쳐났다.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건조지역이라면 당연히 뛰어난 당도를 자랑하는 과일들이 자랑거리로 등장한다.  그럴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 우루무치 부근에 자리잡은 투르판은 포도의 품질이 좋기로 소문난 곳이다. 투르판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하미(合密)이라는 도시가 나타나는데 여기에서 생산된 멜론은 중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이름하여 하미과라고 하는 녀석이다.

 

 우루무치까지 와서 포도와 하미과를 사먹지 않으면 오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때 조심할 것이 있다. 여러분들이 야시장 난전에 자리잡고 앉아 음식을 시켜먹고 있을 때 과일을 깎아서 권하는 청년들을 만날 것이다. 그들이 권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받아먹으면 나머지 부분을 깎아서 칼질을 한 후에 주는데 이렇게 되면 그들의이 요구하는 금액을 그대로 다 주어야 한다. 일종의 강매행위다. 물론 우리도 한번 당했다. 

 

 

  중국인들이 신지앙 혹은 신장으로 발음하는 여기 이 신강(新疆) 땅은 이름그대로 새로운 영토를 의미한다. 여긴 한족의 땅이 아니라 위구르인들의 땅이다. 남의 땅에 들어온 한족들이 자기들 땅인양 큰소리치며 꺼떡거리지만 사실은 그들의 땅이 아닌 것이다. 그러니 여기까지 왔다면 어지간하면 위구르 음식을 맛보는게 어떨까? 위구르 음식과 한족 음식들의 먹거리는 무궁무진하게 깔렸다.

 

 

 난 사궈에 눈길이 갔다. 닭다리가 들어간 사궈는 우리말로 하자면 닭고기 뚝배기탕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한 뚝배기에 10원에서 12원 정도 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조금 짜다는 느낌이 들지만 먹을만 했다.

 

 

 그외에도 양꼬치구이가 있다. 쇠꼬챙이에 꿴 꼬치를 굽는 연기가 시장거리에 가득했다.

 

 

 이런 맛깔나는 음식들을 뿌리치고 그냥 돌아나오는 사람들은 음식에 관한한 도가 터졌다고 해야하지 않을까?

 

 

 우리는 이 가게 좌판에 딸린 의자에 앉아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사진 속에 나타난 한자를 보자.

 

 

 회민(回民) 사과(砂锅 [shā guō])라는 말이 보일 것이다. 회민이라는 말은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중국발음 사궈는 질그릇이다. 그러면 대강 뜻이 짐작될 것이다. 뒤에 두글자는 모르겠다.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아는 분이 계시면 한수 가르쳐주시기 바란다. 내 실력은 이 정도가 전부다.

 

 

 우리에게 가져온 음식이다.  국물이 시원해서 먹을 만했다.

 

 

 저녁을 먹은 우리는 슬금슬금 돌아다니며 시장구경을 했다. 우루무치 시민들이 다 몰려나온 듯 하다.  

 

 우루무치는 아마 지구 전체에서 바다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도시일 것이다. 그러니 바다생선 보기는 정말 어렵다. 민물고기가 이 정도면 엄청 큰 고기가 아닐까? 자글자글 익어가는 생선바베큐가 눈길을 끌었지만 사실 저게 민물고기인지 바다생선인지는 나도 잘 모른다.

 

 

 통으로 구운 양구이도 보였다. 먹음직스럽다.

 

 

 입구쪽으로 나오면 과일 난전들이 모여있는 곳을 지나치게 된다.

 

 

 첫날이어서 엄청 피곤했다. 우리들은 슬슬 걸어서 호텔로 향했다.

 

 

 그리고는 그대로 곯아떨어졌던 것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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