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10 중국-신강성:실크로드(完)

전쟁터로 1

by 깜쌤 2010. 9. 2.

 

  비행장에 내렸으니 시내로 들어가기 전에 꼭 해두어야 할 일이 한 가지 있다. 여권과 여행경비로 가져간 돈을 복대에 넣고 오늘 쓸 돈을 꺼내서 주머니 속에 넣는 일이다. 아주 단순하고 간단한 일 같지만 정말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여권을 잃어버리면 여행은 종친 것이나 다름없다. 돈을 잃어버리면 집에라도 전화를 해서 다시 보내달라고 하면 되지만 여권분실사건은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여권이라는 것은 해외에서  내 신분을 증명하는 유일한 서류이므로 잘못하여 잃어버릴 경우 쉽게 재발급되는 물건이 아니다. 영사관이나 대사관에 찾아가서 해결 지어야 할 문제이므로 어지간하면 여권과 돈은 반드시 복대 속에 넣어서 몸에 밀착시켜 보관하는 것이 필수다. 

 

 복대에 귀중품을 넣어서 몸에 붙여두는 이런 일도 사람들이 지켜보는 공간에서 처리하는 법이 아니다. 우리 일행은 세명이었으므로 내가 배낭을 지키고 두사람이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면서 몸단장을 하고 나오도록 권했다. 여권과 돈이 들어있는 복대를 가슴이나 옆구리, 혹은 허리에 착용하고 난 뒤 반드시 손으로 만져서 확인을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뭐 그리 세밀하게 할게 뭐있느냐는 식으로 물어오거나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해 우습게 여겨 콧방귀를 뀌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분들은 배낭여행을 시도하지 않는 것이 좋다.   

 

 

 

 돈만 해도 그렇다. 자기가 가진 경비 전체를 주머니나 지갑 속에 넣어두고 쓸 때마다 돈을 두둑하게 들어있는 지갑을 꺼내 드는 것은 절대로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후진국에서 돈 자랑하는 것은 강도나 도둑을 스스로 불러들이는 행위와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그날 쓸 돈만 조금 꺼내서 주머니 속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꺼내 쓰는 것이 현명한 행동이다.

 

 보통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갈 때는 시내버스를 타거나 공항버스(=리무진 버스)혹은 택시를 탄다. 지하철이 연결된 곳이라면 지하철을 타는 것도 옳은 방법이다. 배낭여행자를 위한 유명한 안내책자인 론리 플래닛을 통해서 나는 공항에서 우루무치 시내로 들어가는 방법을 미리 조사를 해두었다.  

 

 나는 공항버스를 타기로 했다. 왜냐하면 공항버스가 우루무치 기차역까지 가기 때문이다. 일단 우루무치 기차역까지 가서 카슈가르(카스)로 가는 기차표 상황을 알아봐야 다음 일정을 잡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다른데서 이야기 한 사실이 있지만 중국에서 기차를 타기 위해 기차표를 구한다는 것은 전쟁터에 끼어들어 생존해서 살아오는 것과 같다고 여기면 된다. 우리나라에서 기차표를 구하는 것처럼 간단히 생각해서 역에 가기만 하면 당연히 기차표가 있고 역무원이 친절하게 안내해 줄 것이라고 여기지 말라는 이야기다. 그렇게 보고 덤벼들면 중국 여행은 처음부터 심각한 곤란에 직면하게 된다.   

 

 

 

 우리는 10원(우리돈 약 1800원)을 주고 리무진 버스표를 샀다. 나는 학창 시절에 한자공부를 조금 해두었으므로 한자를 대강대강 읽고 쓸 수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 그리고 대만에서 쓰는 번 자를 이해할 수 있으니 중국 대륙에서 쓰는 간자의 뜻과 발음을 짐작하기는 아주 쉬운 일이다.

 

한자를 안다는 것은 중국여행에서 날개를 달고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중국어를 모르는 나 같은 어설픈 인간이 중국 여행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한자를 몰라도 여행이 되긴 된다. 고생을 해서 그렇지 얼마든지 여행하기가 가능하다.

 

 위의 사진에서 행선지를 나타낸 문장 가운데서 제일 마지막 글자는 화차참이다. 화차참은 기차역을 의미한다. 중국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기차를 화차라고 하고, 그냥 기차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자동차 종류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런 자질구레한 사실을 빨리 파악해 두는 것도 아주 중요한 것이다.

 

 

 

 

 버스를 탔으니 시내로 들어가는 것은 아주 쉽다. 우루무치 시내 전체를 나타낸 지도를 구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직까지 중국의 공항이나 기차역에서 그런 지도를 공짜로 구하기는 '미션 임파서블'이다.

 

 

 

 

 언제 다시 공항에 올지 모르므로 공항사진을 찍어두었다. 우루무치 공항은 시내에서 약 15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버스를 타면 시내에 들어가는 데는 기본적으로 한 30분 이상은 걸릴 것이다.  

 

 

 

 

 드디어 우리는 우루무치 기차역에 도착했다. 우리의 다음 행선지는 카슈가르라고 이야기를 했다. 거기가 어디인지 모르면 이 여행기를 읽어도 이해가 잘 되지 않을 것이므로 그 위치를 안내해 드리겠다. 바로 아래에 있는 지도를 보자. 그전에 잠시.....

 

위 사진에서 건물 중간부분에 보이는 부분은 대합실로 들어가는 문에 해당한다. 표는 대합실에서 구하는 게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승차권을 판매하는 장소는 따로 있다. 이른바 수표청이라는 곳인데 거기에서 표를 구해야만 대합실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 것이다. 우루무치 역의 매표소는 사진속의 큰 건물 왼쪽에 보이는 작은 붉은빛이 나는 곳에 있다.

 

 

 

 

 이 지도를 클릭하면 크게 뜨게 된다. 눌러보는 것이 이 여행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1번이 신강성의 성도인 우루무치다. 2번은 투루판 정도로 여기면 된다. 3번이 카슈가르이다. 중국인들은 카슈가르를 카스 정도로 간단하게 부른다. 우루무치에서 카슈가르까지 가는데 기차를 타도 24시간이 걸린다. 호화버스를 타도 같은 시간이 걸린다고 여기면 된다.

 

 거리도 엄청 멀다. 중국여행에서는 한번 이동했다 하면 이 정도는 보통으로 움직인다. 장거리 이동은 아무래도 기차가 편하므로 기차표 구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적다. 그러면 자동적으로 구하기가 힘들어지고 가격이 올라가는 게 경제원칙의 기본이 아니던가?

 

 

 

 

우루무치 기차역 광장의 모습이다. 역광장을 메운 인파들을 보라. 저들 대부분이 기차를 이용하려고 나온 사람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물론 저 가운데 상당수는 장사꾼이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간에 기차를 타려고 하는 사람들의 수는 상상을 넘어서므로 기차표 구하기가 전쟁이라는 것이다.

 

 쉽게 기차표를 구하는 방법도 있긴 하다. 암표를 구하거나 아니면 여행사를 통해서 수수료를 주고 구하는 것이다. 암표는 위험부담이 있고 여행사를 통하게 되면 보통 차표 한 장 당 수수료로 30원 정도는 주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여행사를 통한다고 해서 차표를 다 구하는 것도 아니다. 워낙 움직이는 사람이 많다보니 어지간하면 이동하기 일주일 전이나 아니면 하다못해 사흘 전까지는 미리 부탁을 해서 구해두어야 한다. 내일 출발하는 표를 오늘 구한다는 식으로 행동하고 다니면 기차표 자체를 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물론 예외의 경우도 있긴 있다.

 

 차표를 구하지 못하면 한도시에 묶여서 오도가도 못하고 죽치고 앉아있어야 한다. 일정은 엉망이 되고 구경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 수단은 버스를 사용하는 것이다. 대여섯 시간 타는 것도 지겨운데 24시간 이상을 버스로 이동하려면 중노동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리라. 물론 나중에 우리도 장거리 침대버스를 타고 24시간을 이동해보는 지겨운 경험을 했다.   

 

 

 

 

 우루무치 기차역에 도착한 나는 친구와 함께 기차표를 파는 수표청으로 들어갔다. 일단 심호흡을 하고 나서 소란하면서도 혼잡하고 우중충하면서도 어두운 실내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비상 모드로 전환시켜 놓은 뒤 소매치기 예방을 위해 배낭을 앞으로 옮겨 메고는 벽면에 붙여놓은 좌석 가격표와 열차시각표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어리

버리

 

 

 

 

'배낭여행기 > 10 중국-신강성:실크로드(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산공원 2  (0) 2010.09.07
홍산공원 1  (0) 2010.09.05
이국적인 이도교 시장   (0) 2010.09.04
전쟁터로 2  (0) 2010.09.03
우루무치로 날아갔다  (0) 2010.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