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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0 중국-신강성:실크로드(完)

우루무치로 날아갔다

by 깜쌤 2010. 9. 1.

 

 여름이 왔다. 배낭을 매고 멀리 달아나고 싶은 생각에 몸이 근질근질해지면서 온 몸 깊숙히 배겨버린 병이 다시 도지기 시작했다.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돈과 시간이 문제였다. 명사도 아닌데 생활은 왜 이렇게 바쁘기만 하고 비행기 요금은 그렇게 하늘을 향해 나로호마냥 수직으로 치솟아 오르기만 하는지 모르겠다.

 

 방학이 되었지만 2주일 동안은 특별근무를 했다.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영어캠프 프로그램의 전체 진행을 책임지고 있었으므로 7월 하순의 황금같은 시간에도 꼼짝못하고 국내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시간이 생길때마다 인터넷에 접속해서 싸구려 항공권을 검색해보고 있었지만 싸고 귀한 황금노선의 표들은 전문가들과 전문여행사들이 싹쓸이를 하다시피 다 낚아채가고 조건이 안좋으면서도 비싼 잔챙이 항공권만 조금씩 남아 있었다. 유럽행 비행기표는 아예 씨알이 말라버렸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나타났다. 7월 하순까지만 해도 찾아보기 어렵던 표들이 8월 초순이 되자 무슨 일인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중국 서부 우루무치행 55만원대의 표가 나타난 것이다. 이게 무슨 이런 복덩이가 다 있는가 싶어서 인터넷으로 덜컥 예약을 해버렸더니 세금이 16만원이나 와르르 붙으면서 순식간에 71만 4600원짜리 표로 둔갑해버리고 말았다. 

 

아이쿠머니나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이 정도 가격이면 싼게 아니다. 비싼 비행기 요금을 마련하기 위해 그동안 쉬지도 못하고 여러가지 행사 진행과 강의요청을 받아들여 몸이 바스라지도록 뛰어다녔다. 그러니 온갖 잔병에 시달리느라 가냘프기 짝이 없는 내몸이 성하게 남아날 리가 없었다.   

 

 

 인천에서 아침 8시에 출발하는 북경(北京)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경주에서 밤 12시에 인천공항으로 가는 심야버스에 몸을 실었다. 차비로만 벌써 거금 4만원이나 날아갔다. 갑자기 결정된 여행인지라 급행비자를 받는다고 다시 9만원을 투자했으니 준비과정에만 벌써 84만원을 몰아다 넣은 것이다.

 

 배낭여행을 위해서는 따로 특별히 준비할 것도 없었다. 집에 있는 물건들을 주섬주섬 집어 넣는 것으로 끝을 냈다. 지퍼가 달린 지퍼백에다가 종류대로 물건들을 넣고 고무밴드로 살짝 감아두면 된다.  

 

 

 아침을 굶은 처지였으므로 비행기 안에서 주는 기내식을 맛있게 해치웠다. 이번에는 중국남방항공회사(CZ)를 이용해서 중국서부를 돌아다닐 생각이다. 기내식 수준은 우리나라 국적기들에 비하면 한참 아래였다. 배낭여행자 처지에는 이런 것들을 탓할 필요가 없다. 주면 주는대로 먹는다. 안주는 것보다 낫지 않은가?

 

  

 어렸을때 하도 많이 굶어본 처지라 나는 음식을 안가린다. 혐오식품 빼고는 다 먹을 줄 안다. 음식 타박을 하는 사람들은 배낭여행이라는 것을 시도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북경 비행장에 내려서 입국 절차를 밟았다. 짐을 찾는데 어떤 청년이 와서 툭툭 친다. 무슨 일인가 싶어 돌아다보니 손에 든 작은 소형칠판에 '국내환승'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이구 고마워라. 인천에서 짐을 붙였을 때 최종 목적지인 우루무치까지 보내주었으면 좋으련만 그게 안된다고 하더니 이렇게라도 신경을 써주는가 싶어서 고마웠다.

 

 

 큰 짐이라고 해봐야 배낭 한개지만 미리 보내고나니 이제 조금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젠 국내선으로 갈아타면 된다. 북경도착이 현지 시간으로 9시 15분이었다. 우루무치로 가는 비행기는 오후 12시 45분 출발이다. 그러니 세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대합실에만 죽치고 앉아있기가 너무 무료해서 밖으로 나가보았다. 여기가 북경이구나. 북경을 처음 온것이 벌써 십년전이다.

 

 

 이번이 중국배낭여행으로 다섯번째다. 그러면 아래 지도를 보기로 하자.

 

 

 

지도를 클릭하면 크게 뜰 것이다. 붉은 색 점으로 찍어둔 곳이 그동안 방문해본 곳이다. 어떤 곳은 두번씩이나 가보기도 했다. 앞으로 두번 정도 더 갈 생각인데 더 가야할 장소에 번호를 매겨 표시해 두었다. 1번이 티벳과 청해지방이고 2번은 중국 동남부 지방이다. 이번에 내가 둘러볼 곳은 노란색 점으로 표시해두었다.

 

 

 중국이라는 나라의 크기는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대륙 전체와 비슷하다. 그러니 북경이나 소주 항주 정도만 둘러보고 중국에 대해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 하는 것은 정말 웃기는 이야기가 된다.

 

 

 물가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공항 자판기를 찍어두었다. 당연히 일반 수퍼마켓보다는 훨씬 비쌀 것이다. 유명 관광지에 가면 돈에 환장한 중국상인들이 이 정도 가격은 보통으로 요구할 것이므로 미리 파악해두는 것이다.

 

 

 우린 다시 비행기를 탔다.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서도 다시 세시간을 더 날아가야 한다. 비행기 속에서 주는 기내식으로 점심을 떼웠다.

 

 

밥에다가 덤으로 도시락까지 주는데 속내용이 더 궁금해졌다.

 

 

 중국 내륙의 대기오염도는 상상을 넘어서므로 비행기에서 눈을 아무리 부릅뜨고 아래를 살펴봐도 어차피 땅위의 경치는 안보이게 되어 있다. 난주(蘭州 란저우) 정도를 지나면 하늘이 맑아져서 아래가 보일지도 모르겠다.

 

  

 우루무치가 가까워지면서 멀리 눈덮힌 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린 저런 곳을 찾아다닐 것이다.

 

 

 구름 위로 솟아오른 산봉우리마다 빙하가 덮혀있다. 어떤 곳은 눈이 그대로 쌓여있기도 하다.

 

 

 산자락 아래는 당연히 사막이다. 황무지인 것이다. 물론 군데군데 오아시스와 초원도 존재할 것이다.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이런 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며 그들의 삶에 나타나는 문화가 우리 역사속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를 알아보고 싶었다. 나는 역사학자가 아니다. 하지만 그런 문제에 대한 호기심으로 충만한 사람이다.

 

 

  비행기는 고도를 낮추었고 우리는 사뿐히 우루무치 공항에 도착했던 것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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