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들면서는 산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젠 다시 바다가 좋아지기 시작한다.
아직도 나에게 많이 부족하기만한 너른 마음이 더 필요하기 때문일까? 그러길래 탁 터진 바다가 슬금슬금 좋아지는가 보다.
내가 바다를 처음 본 것은 중학교 3학년때였다.
울산으로 당일치기 소풍 비슷한 일정으로 다녀온 그날이 바다를 처음 본날이었는데 나는 오염된 물만 싫컷 보고 왔다.
그리고 그날 나는 내 평생에서 가장 많이 두들겨 맞아본 날중의 하나로 자리매김 하는 어처구니없는 추억을 가지게 되었다.
두고두고 내 자신이 싫어질 정도로 무참하게, 정말 비참하게 선생님으로부터 비인간적으로 마구마구 맞아본 날이었다. 물론 맞을 짓을 해서 터진 것이긴 하지만......
넓고 아름다운 바다를 보면서도 그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그만큼 안타까운 추억으로 기억의 바다 깊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리라.
그후 살면서 참 많은 바다를 보았다.
열대의 환상적인 바다에 빠져 한참동안 그런 곳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이제 희끗한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다시 바닷가에 섰다.
흘러보낸 날들에 대한 아쉬움조차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살아온 날들에 대해 큰 미련은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많이 살았다. 나는 내가 이만큼 많은 날들을 살줄 몰랐다.
젊었던 날 무지막지하게 마셔댔던 술때문에 술독에 빠져 간경화나 간암같은 병으로 죽을 줄 알았다.
아니면 좌절감과 허무감에 빠져 스스로 목숨줄을 끊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만큼 많은 날들을 보냈다. 크게 오래 산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찬란하게 불끈 솟아오르던 해처럼 화려한 날을 가져보진 못했다.
가시로 찔려 아픔을 겪고 좌절했던 날이 더 많았다. 특히 젊었던 날에는......
늦게나마 마음밭 속에 아주 작은 안식처를 하나 마련했다.
어렵게 마련한 작은 마음밭조차 가끔씩은 덮쳐오는 모진 파도때문에 아픔을 겪기도 한다.
그래도 난 참고 산다.
내가 매일 매일 바라보는 등대가 있기 때문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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