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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야생화, 맛/경주 돌아보기 Gyeong Ju 1 (完)

그윽한 미소를 찾아 떠난다 2

by 깜쌤 2010. 6. 23.

 

 아직까지는 등반로의 경사가 완만해서 쉽게 올라갈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해도 무리가 되지 않는다.

 

 

 안내판을 잘 보기 바란다. 선각육존불이라고 표시된 노란색 화살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작정 남산을 오르면 여기가 왜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지 이해를 못하게 된다. 처음으로 경주 남산에 가는 분들은 제법 그런 실수를 많이 저지른다.

 

저번 글에서 목 윗부분이 없는 불상을 소개한 사실이 있다. 그 부근에도 불상 유적이 있지만 그냥 넘어가고 말았다. 찬찬히 살펴보면 경주남산에는 수없이 많은 불교유적지가 있다. 그러길래 남산 전체를 야외박물관이라 부르는 것 아니겠는가?

 

 

 주등산로에서 한 20여미터만 올라가면 이런 유적지를 만나게 된다. 거대한 자연석에 새겨진 부처의 모습이 등반객을 맞아준다.

 

 

 정식명칭은 삼릉계곡 선각육존불이다. 두개의 바위에 불상이 6개나 조각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저 밑에서 올라온 것이다. 얼마안되는 거리임을 단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찬찬히 보면 부처상이 보일 것이다. 선으로 형태를 새겨넣은 것이므로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제단처럼 사용되는 바위 뒤로 커다란 두개의 바위가 자리잡고 있음을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왼쪽 바위 표면에 새겨진 불상들이 보이는가?

 

 

 남산은 화강암 산이다. 그러므로 곳곳에 바위투성이다. 어지간한 바위마다 불상이 새겨져 있다고 봐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화강암은 단단한 돌이다. 그런 돌에다가 무엇을 새겨 넣는다는 고도의 집중력과 기술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 된다.

 

 

 은은한 미소를 띄고 있는 부처를 새기면서 장인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인데 부처의 얼굴 형상도 나라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탑의 양식은 당연히 다 다르다. 우리나라 탑이 아담하고 소박하다면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보는 탑은 일단 크고 화려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나는 혼자서 조용히 바위 여기저기를 살펴본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솔가지 사이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소리뿐이다.

 

 

 어느 정도 살펴본 나는 다시 본등반로로 옮겨와서 슬슬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날이 가물어서 그런지 계곡에 물이 거의 없었다. 사실 남산에서 물 흐르는 소리를 듣고 싶으면 용장골로 가는 것이 제일 현명한 처사가 된다.

 

 

 어느 정도 오르다가 나는 다시 불상을 볼 수 있는 샛길로 들어섰다. 현재 경주 남산의 샛길들은 안식년제(=자연휴식년제)를 도입해서 어지간한 곳은 거의 다 막아두었다. 옳은 일이라고 본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산이어서 그런지 어디하나 빠꼼한 구석이 없다.

 

치성을 드리기 위해 산 여기저기를 누비는 사람들도 제법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남산에서 기도를 하거나 치성을 드리면 더 영험해지는가 보다. 그렇게 주장하는 무속인도 있는 것으로 안다. 나같은 사람이야 단순히 산을 오르는게 좋기 때문에 남산을 찾는 사람이지만 다른 목적으로 이 산을 드나드는 사람들도 제법 될 것이다. 

 

 

 조금 위로 올랐더니 오늘 내가 만나보고자 했던 불상이 나타난다.

 

 

 멀리서 봐도  정성들여 보수한 흔적이 나타난다. 

 

 떨어져 나간 광배를 곱게 이어붙인듯 하다. 부처는 여기 앉아서 사바세계를 내려다 보는 중일까? 얼굴에 아주 엷은 미소가 번져있는듯 하다.

 

 

저 멀리 경부고속도로에서 경주로 들어오는 나들목이 보인다.

 

 

 옆으로 돌아가서 보면 광배부분은 부처상과 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뒤에서 본 모습이다.

 

 한여름철에 여길 오면 울창한 숲 속을 점령한 매미소리를 신나게 감상할 수 있다.

 

 

 남산이라는 산은 참 묘하다. 겉보기에는 단순하고 작게 보인다. 그러나 들어와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멋진 산이다. 

 

 

 불상 뒤로 바위가 보일 것이다. 거기엔 수도하기에 알맞은 공간이 있다.

 

 

 보이는가? 입구로 사용하는 공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돌을 가지고 채워넣었다. 소나기를 피하는데는 유용하지만 추위를 피할 수는 없는 곳이다. 나는 여기에서 돌아나왔다. 저녁에 해야할 일이 있었으므로 산바람을 맞아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다. 

 

  

 산자락에 작은 밭을 하나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길이 한 십리정도 연결되어 있으면 좋겠다.

 

 나는 다시 도로로 내려왔다.

 

 

 이젠 시내로 돌아가야 한다. 나는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부드러운 미소를 지닌 부처는 남산자락 어디에  그냥 곱게 놓아둔채로 말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