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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안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나라안 여기저기 in Korea

퇴계 오솔길 2

by 깜쌤 2010. 5. 31.

 

  건너편의 가송협 절벽 한 모퉁이를 유심히 살펴보면 아름다운 정자 하나가 숨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푸른 강물을 향해 한그루의 소나무가 쓰러질 듯한 몸을 곧추세워가며 자라는 모습이 일품입니다.

 

 

 처음부터 저렇게 자랐는 것인지 홍수에 쓸려넘어지다가 간신히 버틴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하여튼 위태로운 모습으로 버티고 서 있습니다.

 

 

 고산정(孤山亭)이라는 이름이 붙은 정자인데 퇴계의 제자인 금난수(秀) 선생이 지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가송협을 이루는 또 다른 한쪽 절벽은 독산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이만하면 경치가 제법입니다. 나는 낙동강 이편에서 건너편의 고산정을 한참 동안이나 보고 서 있었습니다.

 

 

 아주 참하게 지은 정자 같습니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산이 청량산 산자락들입니다.

 

 

 여기가 수몰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강변의 저 바위조각들은 위에서부터 무너져내린 파편들일까요?

 

 

 여기에서 보는 경치가 일품입니다.

 

 

 독산자락에는 작은 논배미가 하나 붙어있었습니다. 부부는 부족한 일손을 메우려는듯 일하기에 바빴습니다.

 

 

 나는 천천히 걸어내려갑니다. 강물과 함께 가는 것이죠.

 

 

 이제 고산정의 모습이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고산정에는 퇴계선생의 시를 적은  판이 보존되어 있다고 합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았더니 두산백과사전에 그 시가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출처는 당연히 두산백과사전입니다.

 

      일동이라 그 주인 금씨란 이가   
      지금 있나 강 건너로 물어보았더니   
     쟁기꾼은 손 저으며 내 말 못 들은 듯   
     구름 걸린 산 바라보며 한참을 기다렸네

 

퇴계집 2권에 나온다고 합니다.

 

 

 한번 보고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다시 한번 셔터를 눌러보았습니다.

 

 

 나는 다시 발걸음을 돌려 강변으로 난 길을 따라 갑니다.  

 

 

 다리 건너편에 자리잡은 마을이 정겹기만 합니다.

 

 

 한참을 걸어가다가 문득 허전한 마음이 들어 뒤를 돌아다 보았습니다. 내 발걸음을 따라 오다가 미리 질러가버리는 저 물흐름도 얼마 못가서는 갇혀버릴 것입니다. 안동댐이 그리 멀리 있는게 아니거든요.

 

 

 다리에는 한가한 시간을 즐기는 어떤 양반이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송어낚시를 하는 것이지도 모릅니다. 

 

 아무리봐도 우리나라처럼 이렇게 아기자기한 경치를 자랑하는 나라는 드문 것 같습니다.

 

 

 이제 저 모퉁이를 돌아가면 또 어떤 경치를 만날까 싶어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모퉁이를 돌아서면 뒤에 두고온 경치는 잃어버리게 되므로 다시 한번 더 눈에 넣어둡니다.

 

 

 이 부근에 월명담이라는 명소가 자리잡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런 안내판이 곳곳에 서 있으므로 살피면서 걸어가보는 것도 좋지 싶습니다.

 

 

 모퉁이를 돌았더니 직선으로 곧게 뻗은 도로가 나왔습니다. 아마 저 길 끝머리 어디쯤에 농암선생의 종택이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월명담이라고 생각되는 장소를 찾아보았습니다. 아마 저기쯤 저쪽, 강건너편 부근일 것 같습니다.

 

 

 강변에 붙은 작은 땅뙈기에는 서너가지 농작물들이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푸릇푸릇하게 묻은 신록들 사이로 뻐꾸기 울음소리가 스치는 바람을 타고 지나갑니다.

 

 

 나는 뻐꾸기 소리에 취해 그만 몸과 마음이 나른해지고 말았습니다.

 

 

 이런 산골에서 뻐꾸기 울음소리를 듣는 것은 너무 지나친 호사이며 사치인 것 같아서 스스로 부끄러워지고 맙니다. 좋은 경치를 보는 것만 해도 어딘데 말이죠....

 

 

 그렇습니다. 이런 여울은 달밤에 보아야 합니다. 강변에 앉아 가만히 숨죽이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여울탄'자를 써서 월명탄(月明灘)이라는 이름도 하나 붙여두어야겠습니다.

 

  

 조금 더 걸어내려갔더니 저기 앞에 기와집 지붕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농암선생 종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괜히 발걸음이 빨라졌습니다. 이럴수록 서두르면 안되지만 차시간에 맞추어 되돌아나가야할 처지이니 나도 모르게 자꾸만 발걸음이 빨라지고 맙니다.

 

 

다음 글에 계속합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