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립민속박물관은 규모가 제법 됩니다. 박물관 속을 보는 것도 좋지만 나는 주로 야외에 옮겨다 둔 우리네들의 집을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저번에 소개를 한 무섬 마을의 집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공간이라면 여기 소개하는 몇몇 집들은 한때는 실제로 사람들이 살던 집이었지만 지금은 단지 전시용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런대로 관리를 해두어서 구경할만 합니다.
주로 안동지방의 집들인데 수몰지구 안에 있던 것들이 주류를 이룹니다.
회를 칠한 집들이 아주 단정하게 보입니다. 나는 단정한 회벽이 그리도 좋습니다.
마루밑의 구멍은 환기용이었을까요? 방밑바닥에는 구들이 깔려있어야 하므로 설치하기가 조금 어려웠을지도 모릅니다.
아궁이도 한번씩은 청소를 했으면 합니다. 비닐 같은 것은 넣고 태우면 환경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시커먼 그을름으로 인해 구들장 통로가 막힐 수도 있지 싶습니다.
어느 어른이 사셨을까요? 장죽을 꼲아든 시골 할아버지가 생각납니다.
집에서는 제법 단아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뒷간이었던가 봅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일자형 집이 아니어서 나름대로는 귀중한 가치를 지닌 듯 합니다.
초가이긴 하지만 안채와 사랑채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도 나이가 들면서 비로소 사랑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요즘이야 명문대가의 후손이 아닌 이상 별채를 지닌 큰 기와집을 유산으로 물려받을 수 없으니 사랑채가 점점 사라지는 추세입니다만 나는 아내에게 간절히 부탁을 해서 사랑채대신으로 쓸 수 있는 서재를 마련했습니다. 덕분에 큰 소리도 못치며 쥐여사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이집 뒷간도 제법 참합니다. 요즘 아이들이야 이런 시설을 보면 질겁을 합니다만.....
초가를 본 뒤로는 그만 아래로 내려오고 맙니다.
이젠 다음 골짜기를 훑을 차례입니다만 그렇게 자세하게 보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할 것 같습니다.
아기를 데리고 나온 젊은 엄마들이 많았습니다.
요즘 남편들이 젊은 어머니들에게 이런 집에서 살라고 하면 아마 이혼 소송감이 되지 싶습니다.
한지 달랑 한장 바른 문으로 삼동 추위를 이겨내고 여름 더위와 모기, 파리들로부터의 시달림을 이겨냈을 기운 빠져버린 늙은 할머니들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투박한 댓돌을 딛고 오르내렸을 나이든 어른들과 우리들 인생살이......
조팝나무 자잘한 꽃들이 조롱조롱한 가운데 세월이 조는듯 합니다만 사실은 어찌나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지 체감을 못할 정도입니다.
양반으로 태어나 글을 읽을 줄 알고 경제적으로 조금이나 유복한 인생을 살았다면 그나마 덜 서글펐을 것입니다.
그냥 민초로만 사는 것도 부족해서 어지러운 세상까지 겪었다면 그 슬픔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갑니다.
부엌 한칸, 방 두칸....... 말 그대로 초가삼간 집입니다. 그래도 이집 주인은 "양친부모 모셔다가 천년만년 살고싶다"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열심히 사셨을 것 같습니다.
위쪽으로 더 올라가 보며 세밀하게 더듬어야 하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모자랄 것 같았습니다.
나는 잠시 툇마루에 걸터앉아 쉬려다가 참고 돌아나왔습니다.
골짜기 안으로도 집들이 가득합니다.
관광객을 위해 무료자전거를 대여해준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안동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려다가 참았습니다.
나는 다시 시내로 걸어나갑니다. 안동 구시가지의 골목길과 산에 다닥다닥 붙은 몇몇 안남은 집들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려면 아무래도 자전거 없이 다니는게 편할 것 같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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