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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우리나라 안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나라안 여기저기 in Korea

봄에 가보는 무섬 5

by 깜쌤 2010. 5. 14.

 

 어느 정도 마을 구경을 마친 나는 마을앞 둑길 위로 올라섰습니다. 이 정도면 단아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기와집과 초가의 어우러짐이 정말 멋진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얕으막한 뒷산에는 상수리나무같은 잡목들과 소나무가 적당히 섞였습니다.

 

 

 배산임수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마을터전 같습니다.

 

 

 나는 둑에서 내려 내성천 모래바닥으로 내려갔습니다.

 

 

 외나무 다리를 밟아보기 위해서입니다.

 

 

 회룡포에 일명 뿅뿅다리가 유명하다면 여기는 진짜 외나무 다리가 아직도 남아 있어서 더더욱 유명세를 타게 만들었습니다.

 

 

 통나무를 반듯하게 잘라서 만들었네요. 제가 어렸을때 이렇게 깔끔하게 잘 만든 외나무 다리는 정말 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냥 자귀나 손도끼로 어설프게 다듬은 투박한 외나무 다리를 건넜었습니다.

 

 

 나는 외나무다리 한가운데서 흘러가는 시냇물을 유심히 살폈습니다.

 

 

 인생은 흘러가는 강물위에 그리운 이름을 써보는 일 같습니다. 모래위에다가 써보는 이름은 조금이라도 남아 주지만 흐르는 물위에 남겨보는 자국들은 너무 덧없이 사라지고 맙니다.

 

 

 내가 건너온 외나무다리를 되돌아보았습니다. 나는 자꾸 무엇인가 그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앞을 보면 저만큼 더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만 건너가면 그 다음에는 무엇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를 모르기에 은근히 두려워지는 것, 그게 인생길 같습니다.

 

 

 저렇게 흘러버린 물들이 바다로 들어간다는 것을 이제는 다 아는 나이가 되었지만 어렸을땐 정말이지 알 도리가 없었습니다.

 

 

 

 나는 되돌아나가기로 마음 먹습니다.

 

 위쪽을 보니 물들이 계속 흘러오고 있었습니다.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것인지 모르고 그저 가는데까지 마구 가보는 길이 인생길 같습니다.

 

 

 되돌아서 건너온 나는 둑길로 올라섭니다.

 

 

 강변에 붙은 밭에 트랙터로 써레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푹신한 흙의 감촉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둑길을 걸어 하류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전통한옥마을 기념관이 나옵니다.

 

 

 여기 이 동네는 청록파 시인인 조지훈의 처가 동네이기도 합니다.

 

 

 조지훈 선생이 여기로 장가를 들때만 해도 얼마나 깨끗한 환경을 지녔을지 상상을 할 수 있습니다. 가옥들은 지금보다 많이 누추했을 것입니다.

 

 

 나는 둑길이 끝나는 곳에서 산길을 따라 걸어간 뒤 도로로 나갈 생각입니다.

 

 

 그렇게 해서 지방도로로 나왔습니다. 무섬마을이 마치 꿈길처럼 아득한 곳에 자리잡고 나를 배웅해주었습니다.

 

 

 이제 나는 하류쪽으로 조금 걸어간 뒤 다시 고개를 넘어서 상류쪽으로 방향을 틀 것입니다.

 

 

 그러면 내가 초등학교를 다녔던 곳이 나오게 됩니다.

 

 

 산자락에는 사과꽃이 가득했습니다.

 

 

친구가 살던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이제는 얼굴도 이름도 희미해진 친구들입니다. 길에서 만나 통성명을 한다해도 서로 몰라볼게 뻔합니다.

 

 

 나는 아련한 추억속으로 잠겨들어갑니다.

 

 

 친구네 집에 놀러갔던 일, 같이 고개 넘어 학교를 오갔던 일들이 마구 스쳐지나가지만 그 기억조차도 아련해지고 맙니다. 회색빛으로 변해버린 내 머리카락이 바람에 서글프게 흩날렸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오래 산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더 살고 싶은 생각이 가득한 것은 못버린 욕심들 때문이겠지요.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