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에는 공부를 아주 잘 했던 친구가 살았었습니다. 나중에 정신이 이상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로는 어떻게 되었는지 알길이 없습니다.
친구의 어르신이 마을 지도자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제는 개천에서 용나기가 어려운 시대가 되었지만 그땐 그렇지 않았습니다. 천재들 중에는 시골 출신이 제법 되었습니다. 정보에 어둡고 사회변화에 일찍 눈을 뜨지 못했기에 뒤쳐진 것 밖에 없습니다.
굽이쳐나가는 곳에는 펜스를 둘러쳐놓았습니다. 여기가 댐공사 현장입니다.
댐을 만드는 곳 주위로는 이렇게 담장을 만들어서 보안 시설을 해두었습니다. 담장 길이가 제법 깁니다.
펜스가 끝나는 곳에서 현장쪽을 본 모습입니다. 댐이 만들어지는 곳에는 그냥 묻어버리기에 너무 아까운 장소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인삼포도 물에 잠길 것입니다. 인삼밭뿐만 아니라 여기 보이는 모든 논밭과 강, 그리고 작은 봉우리들이 다 잠기게 됩니다.
저기 보이는 작은 절벽 밑으로 물이 감돌아 나갑니다. 맑은 모래밭도 이제는 더 이상 못보게 되었습니다.
저기 공사현장 밑으로는 하얀 조팝나무꽃들이 수두룩 했었습니다. 나는 내성천을 너무 사랑합니다. 이런 시내를 만나보기가 이제는 너무 어렵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 몇군데 남지 않은 맑은 곳인데 수몰예정지로 변하고 있으니 어찌 슬프지 않겠습니까?
더구나 여기는 제 유년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물과 모래밭이 제 어린 시절의 놀이터였습니다. 저기 보이는 산이 흉물스럽게 된 것은 철도용 자갈을 채취하느라 벌어진 일이기도 합니다.
모래위로 흐르는 맑은 물이 이젠 그리 흔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예전엔 모래톱들 위로 갯버들이 자라기도 했고 여뀌들이 가득하기도 했습니다만 워낙 자주 모래를 긁어가는 바람에 이제는 다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많았던 버드나무들도 무참히 잘려나갔습니다. 도대체 남아있는 것이 없습니다. 중간에 댐이 생겨 물이 끊기면 무섬마을의 아름다운 경치도 타격을 입지 싶습니다. 그래도 천만다행인 것은 영주쪽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이 남아있다는 것이죠.
무섬 위 미림이라는 마을에서부터 물이 쌓이면 봉화부근까지 수몰될 것이라고 하더군요.
이런 귀한 경치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 이제 몇년동안이나 허락될지 모르겠습니다.
물이 오른 버들가지를 꺾어서 버들피리를 만들어 불 줄 아는 아이들이 이제는 얼마나 될까요? 요즘 아이들이 버들피리라는 말 자체를 알기나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기차역도 수몰 대상이 되는 모양입니다. 이 부근의 모든 것들이 다 물에 잠기게 된다는 말이겠지요.
나는 이 동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기차역 부근 너른 공터는 운동장 구실을 했었습니다.
상승기류에 몸을 맡기고 까마득히 높은 하늘 위에서 맴을 돌던 매들도 이젠 다 보금자리를 버리고 떠나고 말았습니다. 산자락에 천연자갈이 가득했던 것이 마을 훼손의 단초를 제공하고 만 셈입니다. 나는 그 자갈무더기 위에서 미끄럼을 타고는 했었습니다. 그런 날들이 왜 이리도 그리워지는 것일까요?
집이 있던 마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마을 앞 자그마한 논들과 도랑은 이제 추억속에만 존재하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나는 안동으로 나가는 직행버스를 타기 위해 고개를 넘었습니다.
안동에서 직행버스를 타고 와서 여기서부터 무섬까지 걸어가도 됩니다만 아무 연고도 없는 분들이라면 너무 지겹지 싶습니다. 영주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이 마을까지 가도 됩니다.
나는 오후 4시 5분 직행버스를 기다렸습니다.
버스는 5분 늦게 도착을 했습니다. 나는 버스를 타고 안동으로 향합니다. 여기도 물에 잠길 것입니다.
안동에 도착하자 나는 부지런히 안동역으로 향했습니다. 오후 5시에 경주로 내려가는 기차가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안동까지는 무궁화호 기차가 자주 연결됩니다만 부산과 경주로는 뜸한 편입니다.
그렇게 당일치기 무섬여행을 마쳤습니다. 어쩌다가 맞이한 귀한 하루를 그렇게 보냈습니다. 무섬여행 며칠전에 뵈러 간 어머니도 이 부근 어디에 살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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