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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0 인도네시아-적도의 천국:자바,발리,롬복(完

롬복 해협 건너기

by 깜쌤 2010. 4. 17.

 

 열대지방의 진정한 매력은 바다가 아닐까 싶다. 산들바람에 날리는 야자잎들과 눈부시게 하얀 모래들...... 너무 식상한 표현들이긴 하지만 나같은 보통 사람은 그것 이상으로 어떻게 달리 표현할 수 있으랴 싶다.

 

우린 이제 빠당바이 해변에 도착을 했다. 우리를 위해 따라와준 미스터 요기가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더니만 오늘은 파도가 높아서 배가 못뜬다는 슬픈 소식을 전해준다. 그러나 나는 희망을 가진다.

 

여기도 그동안 너무 많이 변했다. 골목에는 백인들이 즐비했다. 아마 이웃 섬으로 가는 배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우리는 요기와 작별을 했다. 참 고마운 청년이다. 꼭 성공하길 바란다. 요기를 보내고 난 뒤 내가 직접 배표를 파는 곳으로 가서 알아보았다.

 

"롬복길리 뜨랑왕안으로 가려고 합니다. 배는 있소?"

"있습니다. 아침 9시 정각, 그리고 오후 1시 반입니다."

"요금은?"

"편도면 66만 루피아, 왕복이면 120만 루피아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파도가 높아서 배가 못갑니다. 내일 아침 표도 지금 사놓지 않으면 곧 동나고 말겁니다. 34인승이거든요."

 

아하, 이 친구가 말하는 요금과 시각은 지금 우리가 타려는 페리보트를 의미하는게 아니다. 편도에 66만루피아면 우리돈으로 7만원이다. 왕복이면 13만원 아닌가? 인도네시아에서 그 정도 물가면 폭동이 일어나고 나라가 뒤집어져야 한다. 이건 스피드보트 물가라는 생각이 들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고맙소이다. 페리보트는 당연히 가겠지요?"

 "자주 있습니다. 저쪽에서 표를 팝니다."

 

그렇다. 롬복으로 가는 대형 페리보트는 변함없이 잘 다니고 있는 것이다. 몇년 전에 태국의 환상적인 섬 사무이에서 코팡안 너머 삼각해변을 가진 조그만 섬으로 갈때 스피드보트를 탄 적이 있다. 속도는 엄청나게 빠른 대신 큰 파도를 만나 멀미를 하게 되면 초죽음을 당하는 처절한 경험을 하게 된다. 내가 그랬었다.    

 

 

 

이쯤에서 지도를 보자. 더 크게 보고 싶으면 누르면 된다. 1번이 롬복으로 가는 페리보트가 출발하는 빠당바이(=파당바이)이다. 롬복섬의 길리(=작은 섬)로 바로 가는 스피드보트도 여기서 출발한다. 연노랑색 점으로 그 루트를 표시해 두었다. 

 

2번은 페리가 도착하는 렘바르 항구이다. 대형 페리보트는 렘바르로 간다. 3으로 표시해둔 지점은 요즘 한참 뜨고 있는 승기기 해변이다. 우리나라의 신혼부부들이 많이 찾고 있는 곳이다. 4번은 길리로 건너가기 위한 전진기지가 된다. 방살이라는 곳이다. 거기엔 악질 녀석들 몇명이 배낭여행자를 대상으로 하여 악명(惡名)을 날리고 있다. 뒤에 자세히 소개해 드린다. 

 

5번 지점에는 세개의 섬이 있다. 이름하여 길리 메노, 길리 야이르, 길리 뜨랑왕안이다. 우리의 목적지는 길리 뜨랑왕안이다. 멋진 곳이다. 나중에 사진으로 한참 소개해드릴 생각이다. 기대하셔도 좋다. 우리는 오늘 형편을 봐서 섬까지 직접 들어가든지 아니면 승기기 해변에서 여장을 풀 생각이다.

 

 

 페리보트가 도착하는 부두에는 의식이 펼쳐지고 있었다. 항해의 무사안전과 사업번영을 비는 제사였으리라. 우리는 시간이 급했기에 다른 부두로 들어갔다. 표를 샀다. 렘바르까지는 31,000루피아이다.

 

 

 

우리돈으로 치면 삼천오백원만 하면 되는데 내가 무엇때문에 거금 7만원을 들여 섬으로 서둘러간다는 말인가? 7만원이면 이틀치 생활비인데.... 물론 시간을 번다는 이야기는 되지만 배낭여행의 묘미는 그런 것이 아니다. 

 

페리보트 사진이 흐리게 나왔다. 오토바이와 차와 승객이 어울려 배를 탄다. 오토바이를 타고 롬복해협을 건너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그렇다. 오토바이로 마음껏 다니는 것도 좋은 경험일 것이다.

 

  

 페리보트는 오전 10시 출발이었다. 우리가 빠당바이에 도착하고 나서 쉴 시간도 없이 곧장 표를 끊어서 탄 것이니 오늘도 일이 잘 풀려 나간다. 

 

 

 빠당바이 안녕~~  요트들이 즐비한 것으로 보아 여기엔 돈이 넘치는 것 같다.

 

 

 항구를 벗어나자 대형 유람선이 눈에 띄였다. 크다. 그 너머로는 발리섬에서 제일 높은 화산인 구눙 아궁이 버티고 서 있다.

 

 

 바람은 살살 불었고 하늘은 푸르렀으며 바다는 잔잔했다.

 

 

 

난바다로 나가자 파도가 조금 높아졌지만 이런 대형 보트들은 아무 문제없이 다닌다. 미남친구는 눕기에 좋은 자리를 찾자말자 누워서 피로를 푼다. 워낙 깔끔한 품성을 지닌 친구이니 어디 하나 흠잡을데가 없다.

 

 나는 운전실 옆 바깥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그늘 들지, 조용하지..... 최고의 공간이었다. 자그마치 4시간 반이나 달려 드디어 롬복 섬의 렘바르 항구로 들어간다.

 

 

 모래톱 저 안쪽이 항구이다.

 

 

 "아이쿠, 이거 큰 시간 잡아먹게 생겼다. 늦으면 섬에 못들어가게 되는데..... "

 

우리 앞에 온 페리들이 줄을 지어 부두 접안을 기다리고 있는게 아닌가? 자꾸 조바심이 났다.

 

 

 항구 안에서 자그마치 한시간 반이나 대기했다. 부두에 도착하니 오후 4시다. 오늘 일정이 다 망가지게 생겼다.

 

 

 내리고 나니까 은근히 짜증이 생긴다. 계획이 다 틀어져 버린 것이다. 할 수 없이 내일 섬에 들어가기로 하고 미리 생각해둔대로 승기기 해변에 가서 하루를 머물기로 마음 먹었다. 덕분에 승기기 해수욕장을 가치게 되었다. 다르게 생각하면 이것도 좋은 일이 아니던가?

 

  

 우리는 부두에서 차를 전세냈다. 베모 기사와 교섭해서 승기기 비치까지 18만 루피아로 타협을 본 것이다. 우리돈 2만원 정도가 된다. 일인당 오천원 정도이지만 이들에게는 거금이 될 것이다. 운전기사 옆에 앉은 양반이 영어를 할 줄 알았는데 어딘가 불량스러운 느낌이 났다. 승기기 해변의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면 한국말을 할 줄 아는 가이드가 있는데 소개시켜 주겠단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걸작이다.

 

"롬복 치킨 좋아하시오?"

"치킨?"

나는 생뚱맞게 갑자기 무슨 치킨이냐는 생각이 들어 한방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롬복 영계 말이외다."

이슬람 국가에서 그런 말이 나오자 나는 놀라고 만다.

"가라오케 가면 17,18살 된 예쁜 아이들이 수두룩 합니다. 원한다면 안내해서 소개해드리지요."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다. 징그러운 녀석이다. 

    

 도로가에서 묘지를 만났다. 저렇게 묘를 크게 만들어두는 것을 보면 중국인들 짓거리가 틀림없다. 우리 한국인들의 묘지 사랑과 무덤 치장과 산소 자랑도 정말이지 도가 지나칠 정도이다. 중국인과 비교해도 절대 쳐지지 않는다.

 

 

 롬복 섬에서 제일 크고 중심이 되는 마타람 시내를 거쳐 암페난을 지난 뒤 승기기 비치의 롬복 스마일 투어 앞에 도착한 것은 오후 5시가 넘어서였다. 투어 회사 안에는 우리말하기가 가능한 청년이 일을 보고 있었다. 

 

그는 경기도 안산에서 3년동안 선반공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우리말로 반갑게 맞아주긴 했지만 그는 역시 인도네시아 사람이었다. 철저히 회사 입장에서 일을 하는 청년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하루 30만 루피아 정도로 숙박이 가능한 호텔을 찾았는데 기꺼이 찾아주었던 것이다. 

 

돈은 여기에서 지불하고 바우처를 받았다. 픽업을 해주겠다고 해서 차를 탔는데 알고보니 바로 옆이어서 그만 쓴웃음이 나고 말았다. 그 정도 거리 같으면 걸어갈테니 앞으로는 기름을 아끼라고 말해주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를 렘바르 항구에서 픽업해서 태워 주었던 징그러운 녀석은 바로 이 회사 사장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머물게 된 그라하 호텔의 현관이다. 그들은 내가 내민 바우처를 보자 두말않고 종업원을 불러 방을 배정해주었다. 우리 방은 길 건너편, 그러니까 해변쪽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푸른 타일이 방안과 현관에 깔린 방이었는데 지금까지 묵어본 방 가운데 최고였다. 더군다나 해변 아닌가? 그것도 롬복이 자랑하는 최고의 해변 승기기비치가 아니던가? 왜 이렇게 하는 일이 잘되는지 모르겠다. 우린 그날 환상적인 석양을 보는 행운까지 잡았고......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