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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0 인도네시아-적도의 천국:자바,발리,롬복(完

바뚜르 화산에 올라가자 1

by 깜쌤 2010. 4. 10.

 

 새벽 3시에 일어났다. 미스터 요기가 3시반에 우리가 머무는 방의 문을 두드린다고 했기 때문이다. 밤새도록 번개가 번쩍거렸다. 저러면 내일 화산에 오를 수가 있으려나 하고 걱정이 될 정도였다. 멋진 일출을 보는 것은 사실상 힘들지 싶었다.

 

배낭을 꾸려놓고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 옆방에 가서 일행을 깨웠는데 미남 친구는 지난밤 한숨도 잠을 자지 못했다면서 화산구경을 가는 것을 포기하겠다고 하는게 아닌가? 여기까지 와서 바뚜르 화산 일출구경까지도 포기하겠다면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리는게 된다.

 

세시 반이 되어도 그는 오지 않았다. 약속시간 지키기를 칼같이하기 원하는 나는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신종 사기수법에 걸린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3시 45분이 되자 그가 대문 밖에서 고함을 질러 주인을 깨웠다. 대문을 열어달라는 것이다. 요기씨는 5분뒤에 사람들을 데리고 올테니 기다려달라고 말을 했으므로 우리는 대문밖 도로에 나가서 기다렸다.

 

그런데 동네 개들 4마리가 몰려들어 우리를 보고 짖어댔다. 아니 이녀석들은 잠도 안자고 설쳐대는가 싶었다. 녀석들이 야간 반상회라도 하는 것일까? 그 와중에 왠 오토바이 한대가 오더니 그냥 따라오라고 한다.

 

나는 거절했다. 깜깜한 밤중에 오토바이가 한대 외서 따라 오라고 해서 따라가면 곤란하다. 그의 신분을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거절하자 그는 몇번인가 무엇인가 설명하려고 시도하다가 사라졌다.  

 

  

 3시 50분이 되자 어둠속에서 고급 승용차 한대가 미끄러져 왔다. 우리보고 타란다. 타고보니 앞자리에는 백인 아가씨가 한명, 뒷자리에는 백인 여자가 두명 타고 있었다. 도합 여섯명이다. 바뚜르 호숫가를 조심스럽게 달려 어떤 집에 도착하고 보니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마당에 안내되어 갔더니 커피 한잔과 케이크 한조각, 물 병과 작은 랜턴 하나를 준다. 으흠. 이것에 의지해서 산에 오르겠다는 말씀이지? 이 새벽에......  상황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야간등반은 힘이 든다. 길을 모르므로 체력안배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베이스 캠프로 삼는 집 거실에 보니까 한글 현수막이 장식용으로 걸려있었다. 한글 현수막이 왜 여기에 걸려있을까 싶어 호기심이 생긴다. 현수막을 가지고 가리개 비슷하게 쓰고 있었다. 조금 있다가 신체가 아주 건장한 백인청년이 새로 왔다. 그렇다면 도합 일곱명이니 재미있게 생겼다. 

 

커피 한잔을 마시고 랜턴을 켠 뒤에 가이드를 따라 산을 오른다. 물론 요기씨는 가지 않는다. 그는 일종의 매니져이다. 사방이 캄캄하기만한데 내 옆에 현지인 한 녀석이 붙더니 자기 배낭속에 콜라가 들어있다고 이야기를 한다. 정상에서 마실 것이란다. 나는 순진하게도 우리들에게 공짜로 줄 것을 가지고 가는 줄 알았다. 공짜로 줄 것 같으면 미리 나누어 주면 서로가 편하다는 것을 미리 짐작했어야 하는데.....

 

앞사람 발만 보고 따라가는 것이니 길의 경사도를 모른다는 약점이 있다. 숨을 헉헉거리며 열심히 올랐다. 한 십오분 정도 정신없이 따라 올라갔더니 쉼터가 나왔다. 어둠 속에서나마 두 눈을 밝히고 살펴 보니 작은 집이 있는데 우리들 발소리와 이야기 소리에 놀라 주인이 불을 켜고 문을 열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니 촛불을 켠다. 약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누구냐고 묻는 것 같았다.  

 

다시 열심히 산을 오른다. 7부 능선쯤을 오르니 드디어 사방이 부옇게 밝아온다. 커다란 나무 부근에서 두번째 휴식을 취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우리는 지금껏 나무 숲 사이를 지나 올라온 것이다. 이젠 사방에 나무가 거의 없다. 검은 화산재가 가득한 길만 위로 나 있는게 전부이다. 저 위에 오두막이 한채 보였다.

 

 

오두막까지 오르고 보니 이제 대강 상황이 짐작된다. 여기가 바뚜르 화산 등반을 위한 진정한 전초기지인 셈이다. 우리만 올라온게 아니다. 벌써 올라온 팀들도 많았고 모두들 흩어져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콜라가 든 배낭을 든 녀석이 콜라 한병을 따주기에 고맙게 받았는데 돈을 내란다. 아차 싶었다.

 

두말 할 것도 없이 이런 데서 마시는 음료수는 비싸다. 그는 거금 25,000루피아를 불렀다. 이 정도 가격 같으면 수퍼에서 4개를 사마실 돈이다. 짠돌이인 나는 화들짝 놀랐지만 어쩌랴? 이미 콜라 뚜껑을 따버렸으니 꼼짝없이 돈을 지불해야할 처지가 된 것이다. 기분이 상한 나는 콜라를 동료들에게 권하고 입에 대지도 않았다.

 

 

 스위스에서 온 아가씨 둘 가운데 하나는 인도네시아말을 능숙하게 구사했다. 아무리 봐도 이십대초반이다. 독일 할머니도 한분 있었는데 모두들 담배를 엄청 피워댔다. 이탈리아 청년은 자기 몸매 자랑하기에 바쁘다. 수컷으로서의 종족 유지 본능이랄까? 우리 한국인은 너무 점잖다. 나부터도 튀는 행동은 하지 않는 편이니 그저 가만히 쳐다보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호수가 저 밑 마을에서부터 올라온 셈이 된다. 오두막 부근에도 크레이터가 존재한다. 화산 분화구 말이다. 김을 내뿜고 있으니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한다.

 

 

 김이 올라오는게 보이는가? 사방이 구름 천지여서 일출 보기는 글렀다. 움푹 파인 구덩이 규모가 엄청 크다.

 

 

 오두막 뒤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보였다. 우리는 가장 짧은 코스를 예약했으니 여기서 내려가도 할말은 없는 처지다. 이렇게 오르는게 30달러면 발리 섬에서는 그저먹는 장사를 하는 셈이다. 론리 플래닛의 안내를 보아도 가격은 비슷한 것으로 보아 관광당국에서 철저하게 장사속으로 하는 등반이벤트 같다.

 

요기의 말에 의하면 관계당국에 미리 등반 인원수를 신고하고 허락을 받아두어야 한단다. 아마 안전을 위해서이리라. 그 정도는 나도 이해를 한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비하면 가격이 비싼 편이다. 관광객을 봉으로 아는 이런 심보는 버려야 한다.

 

 

 머리를 빗는 빗모양으로 생긴 바뚜르 호수는 발리 섬 안에서 제일 큰 민물호수이다. 발리 섬의 저수고 구실을 하는 호수이리라. 화산 자락에 사는 사람들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껴안고 사는 처지이다. 화산이 돈을 벌어다 주는 고마운 존재가 되는 대신 위험을 안고 사는 셈이다.

 

 

절벽 밑은 분화구이이다. 이정도 거대한 분화구 같으면 화산폭발 위력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컸다는 말이 된다.

 

 

먼저 온 백인들이 햄버거 비슷한 빵과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나중에 우리도 오두막에서 제공하는 바나나가 든 빵 한조각과 계란과 커피 한잔을 먹고 마셨다. 빵은 공짜이지만 나머지는 다 유료였다.

 

 

 계란은 반숙 상태여서 먹기가 불편하다. 얘네들은 계란 먹을 때 소금을 찍어 먹을 줄 모르는 모양이다. 우리는 이 부근에서 인간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원숭이 가족 네마리를 보았다.  

 

 

 저쪽에도 오두막이 두채나 있다. 원숭이는 저쪽에서 백인들에게 먹을 것을 제법 얻어먹은 모양이다.

 

 

 바로 요 녀석들이다.

 

 

 멀리 가지도 않고 인간들 근처를 살살 배회한다.

 

 

오두막에서 나누어 주는 바나나가 든 빵 맛은 기막히다. 달고 맛있다.

 

 

 분화구 속은 보면 볼수록 공포심이 생긴다. 너무 깊어서 그런지 저 아래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아침 요기를 한 우리들은 오두막 뒤로 난 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검은 화산흙에 발이 푹푹 빠진다.

 

 

 드디어 오두막에서 보던 봉우리에 올랐다. 구름인지 안개인지 구별이 안되는 물기 축축한 구름에 휩싸인다. 봉우리 꼭대기에는 텐트가 쳐져 있었다.

 

 

 원숭이 한마리가 여기까지 따라 왔다. 요녀석도 제법 질긴 녀석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