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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0 인도네시아-적도의 천국:자바,발리,롬복(完

다시 발리로

by 깜쌤 2010. 4. 6.

 

 어제 저녁부터 한기(寒氣)를 느꼈다. 너무 무리했었기 때문이리라. 비상용으로 지어간 감기몸살약을 먹고 잤더니 증세가 조금 덜한 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밖을 살피려는데 바깥 경치가 잘 보이지 않는다. 창문에 물기가 주르르 흘렀다. 확실히 추운 곳이다.

 

  

 화산 바닥으로부터 비구름이 마구 솟구치고 있었다. 엄청난 폭풍우기 스쳐 지나가는 그런 상황과 똑같은 모습이다. 나는 여름용 파카를 꺼내 입었다. 어제 잠잘 때도 겨울용 옷을 꺼내 입었었다. 밤에는 보통 5도까지 기온이 떨어진다고 한다.

 

 

 온 사방이 축축했다. 오늘은 어떤 일이 있어도 발리섬 서부인 길리마눅까지 이동해야 한다. 그래야 내일 발리에서 일정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짐을 챙겼다. 이럴땐 조금씩 서글퍼진다. 정든 곳을 버리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즐거움은 있지만 왠지 마음이 허허로워지는 것이다.

 

 

 화구호 바닥으로부터 끊임없이 비구름이 솟아오르고 있다. 온 사방이 축축한 것은 물론이고 앞도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어제 우리는 엄청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며칠동안 단골이 되어 드나들었던 푸풋 음식점도 이젠 못가게 생겼다.

 

 

 나는 체모로 라왕마을에서 자꾸만 남아메리카 안데스산맥에 사는 인디오 마을의 분위기를 느껐다. 한번도 가본 사실은 없지만 지금까지 얻은 문헌정보와 영상정보에 의하면 왠지 분위기가 흡사할 것만 같다.

 

 

 호텔에서의 아침식사는 건조하게만 느껴졌다. 분위기는 좋고 깔끔할지 모른다. 그러나 정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음식조차도 메말라보였다. 미남친구는 어제 하루종일을 굶었다. 설사때문이다. 친구에게 권해서 아침식사를 하도록 했다.

 

우리는 오늘 오전 11시 5분발 기차를 타야한다. 기차로 장거리 이동을 해야만 설사때문에 고생하는 친구가 화장실 사용문제로 고통을 당하지 않게 된다. 여기서 나가는 미니버스는 10시에 있다. 프로보링고까지 가는데 한시간 반 정도가 걸리므로 미니버스를 타고 가면 기차로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식사를 마친 후 호텔 리셉션에 가서 사정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개인차를 쓰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해왔다. 가격은 25만 루피아를 불렀다. 우리돈으로 치면 2만 8원쯤 되는 돈이고 이들 물가로 치자면 상당히 큰돈에 해당되는 거금이다.  

 

나는 두말없이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9시에 출발하는 조건으로 말이다. 상대는 선금을 요구했지만 나는 기차역에 도착한 후 주겠다고 역제안을 했다. 그랬더니 호텔측에서는 일단 보증금으로 10만 루피아를 미리 건네주고 도착해서 나머지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해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이 정도면 합리적이다. 일이 잘되려고 그랬는지 호텔측에서는 출발 시간을 8시 45분으로 앞당기고 싶단다. 우리로서는 손해볼 것이 전혀 없는 제안이었다.

 

 

 출발준비를 다해두고 나는 마지막으로 호텔 안에 있는 트럼펫 플라워 사진을 찍어두었다.

 

 

 트럼펫꽃을 보는 일은 태국 치앙마이에서 보고 나서는 처음인 것같다. 우리나라 들판에 자라는 독말풀과 생김새가 비슷하다.

 

 

 브로모, 바톡 화산이여! 안녕~~

 

 

 미니버스를 타고 우리는 산을 내려갔다. 아이들이 등교하는 시각이어서 그런지 아이들 모습이 자주 보였다. 산을 내려오니 회교도가 절대 다수를 지배하는 나라답게 히잡을 쓴 여학생들이 많이 보인다. 남학생들이 위험천만한 모습으로 자동차 지붕에 올라타고 가는 모습이 눈에 띄였다. 저래도 되는가? 괜히 내가 열이 올랐다.

 

 

 자동차는 점점 고도를 낮추어갔고.....

 

 

 한시간 10분 정도를 달린 끝에 프로보링고 역에 도착했다. 기사에게 팁으로 1만 루피아를 주었다. 우리돈으로 치면 1,200원정도 되지만 기사에게는 기분좋을 정도의 큰돈인 것이다.

 

 

 역앞에서 일단 정신을 가다듬은 뒤 대합실에 들어가서 기차료를 샀다. 미리 기차시각표를 사진 찍어둔 것이 이때 도움이 되었다. 내 앞에 선 사나이가 양보를 할듯한 제스추어를 취해왔다. 고마운 사람들이다.

 

기차표를 발매하는 컴퓨터에 이상이 있는지 한참을 꾸물거린 끝에 25분만에 표를 샀다. 요금은 3만 루피아였다. 그런데 기차칸 번호가 없다. 표를 파는 역무원은 2라는 숫자를 자꾸만 강조했다. 물론 영어로 말이다. 

 

 

 

1번이 오늘아침까지 머물고 있었던 브로모화산지대이다. 2번은 기차를 타기 위해 내려간 프로보링고이다. 프로보링고에서 기차를 타고 3번으로 표시된 바뉴왕이까지 갈 것이다. 

 

바뉴왕이에서 페리보트를타고 자바해협을 건넌 뒤 4번으로 표시한 길리마눅까지 오늘 가야 한다. 내일 아침에는 차를 타고 5번으로 표시된 낀따마니의 바투르 화산지대까지 갈 것이다. 그런 뒤에는 6번 빠당바이로 가고 페리보트를 타고 해협을 건너서 롬복 섬의 렘바르 항구까지 간다.

 

렘바르에서는 차를 빌려타고 롬복섬의 승기기 해변에 갈 것이다. 8번으로 표시된 곳이 승기기 해변이다. 그 다음에 최후의 목적지인 9번 뜨랑왕안 섬으로 갔다가 다시 발리로 돌아오는 여정을 가지는 것이 우리 여행의 기본 개념도이다. 

 

 

 오늘은 기어이 길리마눅까지 가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뉴왕이 도시까지 가야했고....

 

 

 기차표를 산 우리들은 11시 5분발 티무르호를 기다렸다.

 

 

 기차여행만큼 즐거운 일이 또 있던가? 동남아시아에서 기차를 탄다는 것은 정말이지 유쾌한 경험을 하는 축에 들어간다. 

 

 우리가 2호칸에 올라탔더니 역무원이 따라와서 2등칸 3호실로 안내를 해주고는 자리까지 확인해주었다. 고마운 사람들이다.

 

 

 기차는 벌판을 달리다가 산을 넘기도 했다. 나는 차 안에서 라면을 주문했다. 1만 루피아이니 우리돈으로 치면 12,00원 정도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라면이 의외로 매콤한 맛을 내어주어 오랫만에 입맛을 돋구어주었다.

 

 

 시골역을 마구 지나치고.....

 

 

 열대지방에서는 정말로 보기 힘든 소나무 숲이 우거진 산을 넘기도 하고.....

 

 

 벼가 익어가는 들판을 달리기도 하다가 오후 4시 5분 경에 바뉴왕이 기차역에 도착한 것이다. 거의 5시간이나 걸렸다. 그런데 말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