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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0 인도네시아-적도의 천국:자바,발리,롬복(完

화산(火山) 오르기 1

by 깜쌤 2010. 4. 1.

 

새벽에 두런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우리는 계속 자기로 했다. 다른 방 투숙객들이 화산구경을 가기 위해 내는 소리였던 모양이다. 우리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브로모 화산을 보러 가기로 했었다. 다만 우리는 걸어서 가기로 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옷을 입고 밖으로 나오니 날이 제법 차다.

 

 

 화산에 다녀와서는 이따가 호텔 맞은 편 산봉우리에 올라가볼 생각이다.

 

 

 우리는 목표지점을 확인해두고 출발한다. 사실 브로모 화산가는 길이야 워낙 단순하니 목표지점을 확인하고 말고 할것도 없지만...

 

 

 설사가 멈추지 않는다고 호소하던 미남친구를 남겨두고 세명이서 화산을 구경하러 가기로 했다. 브로모 화산지대는 인도네시아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관광명소이다. 어제 우리는 미리입장료를 내어 두었다. 2만5천루피아였다.

 

입구에서 입장권을 보자고 했지만 어제 입장료를 내어두고 영수증을 받아두었으니 문제될게 없다. 우리 얼굴을 기억하고 있던 직원이 그냥 지나가라고 한다.

 

 

 말을 타거나 끌고 가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는데 그 궁금증은 나중에 풀렸다.

 

 

 아득한 옛날,여기서는 굉장한 화산폭발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길래 화구호가 이렇게 큰게 아닐까? 우리는 물없는 이 화구호를 걸어서 지나갈 것이다. 일본 큐슈지방의 명물 화산인 아소화산의 외륜(外輪)도 상상을 넘어설 정도로 거대했다. 그것은 어마어마한 대폭발이 예전에 있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저쪽에 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것이 브로모 화산이다.

 

 

 그 뒤쪽으로 보면 다시 거대한 화산 크레이터가 보인다. 오른쪽에 종지를 엎어놓은 듯이 보이는 잘 생긴 화산은 바톡화산이다.

 

 

화구호가 있는 곳으로 가는 길은 포장을 해두었다. 내리막길이므로 걷기가 편하다. 많은 사람들이 말을 몰고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도로를 내려서면 화산이 정면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바톡화산도 높이가 2440미터에 이르는 산이니 그린 만만하게 볼만한 산은 아니다. 한라산 보다는 훨씬 높고 백두산 보다는 낮다. 모습이 참하지 않은가?

 

 

 

 관광객을 실어다주고 돈을 받는 말몰이꾼들이 우리에게 말을 타지 않겠는냐고 물어왔다. 우리는 걷기로 했다. 우리라기 보다는 내가 걷기로 했다는게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해가 뜨면서 화산의 음영이 뚜렸하게 나타났다. 저 앞에 보이는 흰 울타리 안쪽으로 사람들의 출입이 빈번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곁으로 잘생긴 개 한마리가 동행을 하기 시작했다. 그냥 똑바로 가면 화산으로 직행하는 지름길이지만 우리는 다른 길로 가보기로 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화산을 둘러보고 나오고 있었다. 저 사람들은 새벽같이 일어나 마을 부근의 높은 산에 올라서 화산을 보고 난뒤 다시 지프차로 내려와서는 화산구경을 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나는 이 하얀기둥을 따라 걷기로 했다. 끝부분까지 간뒤 바톡화산 밑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브로모 화산까지 갈 생각이다.

 

 

 보기보다는 화산모래가 단단했다. 우리는 저기 화구호 위에 보이는 송신탑 부근에서 여기로 내려온 것이다.

 

 

 물이 마른 바닥은 모래였다. 군데군데 식물들이 자라나고 있는 모래 둔덕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아무리 봐도 바톡화산을 너무 잘 생겼다.

 

 

여기 지형은 너무 신기하다는 느낌이 든다.

 

 

 바톡화산 밑에 자리잡은 건물은 힌두교 신전이다. 이 화산 주위에 사는 소수민족은 힌두교 신자들이다. 이슬람의 박해를 피해 여기까지 들어온 사람들이니 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사원의 규모가 제법 크다.

 

 

 말을 모는 사람들 수도 엄청나게 많았다.

 

 

 이들은 모두 말을 몰고와서 여기에다가 매어두고 손님을 기다리는 것 같다. 하지만 법이 그대로 잘 지켜지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가 아니던가? 뜨내기 말몰이꾼들이 은근슬쩍 끼어들어 손님을 태우고 돈을 받는 그런 얌체짓을 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분홍색 짚자를 타고온 롱코트의 할아버지는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된다. 이런 차들은 화산구경을 하기 위해 영업허가를 받은 차들이다.

 

 

 아까부터 우리 앞뒤를 어슬렁거리던 녀석은 이젠 앞장서서 제법 길안내 역할을 충실하게 해나갔다.

 

 

 힌두교 사원을 지난다.

 

 

 여기 사람들은 일년에 한두번씩 화산이 폭발하지 않도록 화산신을 달래는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군데군데 말들이 서서 저 등허리에 올라타고 가줄 손님을 기다린다. 물론 돈을 내어야 태워준다.

 

 

 끈질기게 달라붙어 흥정을 해오던 말몰이꾼에게 진 우리 멤버들은 말을 타기로 했다. 하기사 지금 안타보면 언제 말을 탈 기회가 만들어지겠는가 말이다.

 

 

 물론 나는 안타고 걸어간다. 용암이 흘러내리다가 굳어버린 산비탈을 걸어올라가는 즐거움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돈을 아끼고자 하는 생각도 있기 때문이다.

 

 

 거의 다 왔다. 이제는 말에서 내려 걸어올라가야 한다. 내 앞을 가던 개는 어느순간부터 보이지 않았다. 화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황냄새가 싫어졌을까?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