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은 보로부두르 입장요금이 자그마치 12만 루피아였기때문이다. 중국 관광지의 입장료도 국민소득에 비해 엄청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여기도 만만치는 않았다.
달러 환산가격으로 12달러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아까 점심으로 먹은 닭다리 얹은 나시참푸르 가격이 1만2천루피아였으니 점심값의 열배가 되는 거금이 아니던가? 족자의 보로부두르와 쁘람빠난 유적지가 족자 경제에 기여하는 가치는 무시못할 정도가 될 것 같다. 발리에 쏟아붓는 외국인들의 관광을 위한 소비금액이 이 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표를 내고 들어갔더니 입구 공간에 게시해둔 공짜라는 표지판이 눈을 번쩍 뜨게 만들었다. 아니 이게 뭐야? 음료수가 공짜라는 것이 아닌가? 동작도 빠른 우리 팀 멤버들도 언제 보았는지 그새 확인했다면서 냉장고 속의 물도 공짜인데 일인당 4병(이게 맞는 말인지는 아직까지도 거시기하지만)까지 가져가서 마실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럴리가 있는가 싶었지만 근무하는 아가씨들도 분명히 무료라고 했으니 생수 4병을 챙겨두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조금은 의심스럽다. 나이살이나 먹은 어른들이 공짜에 환장한 듯이 덤벼든 모습이 그리 아름답지는 않았기에 생각할수록 낯이 화끈거리기도 했는데.....
입장료를 엄청 세게 받는 대신 이런 작은 서비스를 해주는 것도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느낌이 들었다. 공짜행진은 그것으로 끝나는게 아니다.
차와 커피도 공짜다. 다만 셀프서비스이다.
나는 커피를 한잔 마시기로 했다. 인도네시아 커피는 맛있다. 맛도 진하고 향기도 좋다. 나는 이번 인도네시아 여행에서 제법 이 나라 커피를 마셔두었다. 차보다는 커피가 피로회복에도 좋았고.....
커피를 마시고 잠시 쉬었던 공간이다. 표를 내고 그냥 들어가지 말고 반드시 이곳에서 한잔 마시고 물도 한병 챙겨서 가기 바란다. 정신을 가다듬은 우리는 이제 보로부두르 유적지를 행해 나아갔다.
저쪽은 나가는 곳인가 보다.
자, 이제 간다. 보로부두르 유적지를 보러 말이다.
유적지 안을 다니는 작은 자동차도 운행되는 모양이지만 우리는 걸어가기로 했다.
잘 가꾼 화단이 있는 곳을 따라간다. 열대지방 특유의 밝고도 환한 색을 가진 식물들이 분위기를 아름답게 만들어주었다.
칸나일까? 화단에 활짝피운 여러가지 꽃들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저기다. 보로부두르 유적이 드디어 살포시 그 자태를 드러내었다.
너무 급하게 서둘러 올라가면 감상하는 재미를 반감시키고 만다. 그러니 분위기를 즐겨가며 천천히 서두르기로 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뒤를 이어 로마제국 초대황제의 자리에 오른 옥타비아누스 아우구스투스가 남기셨다는 그 유명한 말씀대로 행동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천천히 서둘러라."
유적지의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시시한 건축물이 아닌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급한 마음에 부지런히 잰걸음을 옮기고 있었지만 나는 조급한 가운데에서도 여유를 가지기 위해 노력했다.
갑자기 날이 흐려진다. 이럴 땐 햇빛이 환하게 나는게 좋은데.....
잿빛 돌들을 쌓아서 만든 유적지이므로 분위기가 어두침침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나온 정원의 모습이다.
보로부두르를 하늘에서 보면 바로 이런 모습이 된다. 다섯겹의 사각형 기단위에 세개의 동심원이 있고 한가운데 커다란 스투파가 있는 형상인 것이다. 올라가는 계단은 사방에 있으므로 모두 네군데가 되는 셈이다.
정원이 차지하고 있는 면적도 엄청나다. 그리 짜임새 있는 정원은 아니었지만......
이제 저 문을 통과해서 게단을 오르기만하면 본격적인 유적지 탐방이 시작된다.
어떤가? 유적지의 규모가 상상을 넘어서지 않은가?
세계유산 592호란다.
나무에는 하얀 꽃이 조롱조롱 맺혔다.
문을 통과해서 뒤를 돌아보았다. 한번쯤은 이렇게 뒤를 돌아다 보는 여유가 필요한 법이다.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보로부두르 유적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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