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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0 인도네시아-적도의 천국:자바,발리,롬복(完

보로부두르를 가보자 1

by 깜쌤 2010. 2. 11.

 

 솔로에서 족자(=조그자카르타)가는 도로는 오토바이 천국이었다. 도로가 오토바이 운전자들로 가득 메워지고 있었다.

 

 

 신호를 기다리기 위해 차가 정차를 하기만 하면 앞 뒤 옆으로 오토바이가 에워싸는 형국이 되었다. 여긴 오토바이가 우선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열대의 짙은 숲 사이로 붉은 지붕을 가진 마을이 계속된다. 이제 거의 다 온 모양이다.

 

 

거의 8시가 되어서 드디어 페눔팡(=뻬눔빵)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어제 저녁 6시 50분경에 버스를 타서 이제 내렸으니 거의 13시간을 버스를 타고 온 셈이다. 터미널 입구의 안내표지판을 보면 조그자카르타라는 표현대신 요그야카르타라는 말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새로 만든 터미널 같다. 시내동남쪽에 자리잡고 있는 것 같았다.

 

배낭을 매고 내리자 곧이어 삐끼들이 둘러싸기 시작했다. 택시를 타지 않겠느냐느니 배모는 어떠냐는 식으로 지겨울 정도로 물어온다. 일일이 대답해주려면 입 아프게 생겼다. 일단 정신을 차리고 멤버들로 하여금 화장실부터 다녀오게 했다. 이동을 하려면 항상 화장실부터 다녀오는 습관을 들이는게 여러모로 유리하다.

 

삐끼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대합실 속으로 들어섰더니 그 속에는 구멍가게 천지였다. 구멍가게가 사람들 대기하는 장소보다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건너편 바깥으로 나와서 보니까  베모타는 곳이 보였다.

 

여긴 터미널에 들어오려면 입장료를 내야 하는 모양이다. 건물 주위 공간을 철망으로 에워싸버렸고 입구라고 생각되는 자그마한 출입구 앞에는 경비원 비슷한 사람이 앉아서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투구(Tugu) 기차역을 가는 베모 번호를 물었더니 5번이 그리로 간다는 것이다. 투구 기차역은 조그자카르타를 대표하는 기차역이다. 기차역 부근에는 싼 숙소들이 몰려 있으므로 일단 그리로 가야하는 것이다. 빨리 숙소를 정해야만 그다음에는 아침 식사를 하고 오후 일정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완전 고물이 되어 폐차 일보직전에서 기사회생한 후 몇번씩 재생한 것으로 의심되는 베모를 탔다. 친구는 너무 어이가 없는지 나를 쿡쿡 찌르면서 실내 여기저기를 가리켰다. 이 차는 실내 공간조차 워낙 적어서 우리 4명이 타자 곧 만원이 되었다.  

 

 

 우선 운전대 앞 부근을 보자. 부품이 성하게 붙어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실내등은 꼬마전구를 대신 붙여서 사용하고 있었고 의자는 새로 조립해서 용접한 것 같다. 실내배선은 모두 밖으로 드러나 있을 정도이다.

 

 

 여긴 우리나라와 운전석이 반대로 배치되어 있는 나라이다. 운전석 옆 공간을 살펴보자. 악셀레이터, 브레이크가 있는 곳 부근의 바닥은 다 삭아서 도로가 보일 지경이다. 운전기사 옆 문짝을 한번 보시라.

 

완전히 녹이 슨 것은 물론이고 건드리면 내려 앉을 것만 같다. 이 운전기사의 재활용 솜씨는 신기에 가깝다. 그래도 성품이 워낙 깔끔한 양반이니 신발을 벗어서 운전대 옆에 곱게 모셔 두었다.

 

 

 우리는 그런 고물 베모를 타고 투구 역을 향해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한 이십여분 달렸을까? 기사는 다 왔다는 신호를 했고 우리는 일인당 거금 2,500루피아를 지불하고 내렸다. 인도네시아 돈 루피아의 가치가 짐작이 안된다면 미국 돈 1달러를 1만 루피아로 여기고 환산해보면 된다. 

 

 

 

 

도로 모퉁이를 돌아가자 기차역이 보였다. 일단 기차역이라는 사실을 확인해 둔 기차역 입구 계단에 배낭을 한곳에 모았다. 해가 나면서부터는 피부가 따끔거렸다. 확실히 열대지방의 햇살은 따갑다. 두 사람을 남겨두고 미남 사장과 나는 호텔을 구하기 위해 기차역 앞 골목을 뒤져보기로 했다. 

 

투구 역앞에 자리잡은 번듯한 호텔은 하루밤에 일인당 3만원을 투자할 경우 엄청나게 멋진 시설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곳을 찾는게 아니다. 우리돈 1만원 정도로 하룻밤을 깔끔하게 보낼 그런 방을 찾는 것이다.  

 

 

 

위의 지도를 클릭해보시기 바란다. 제법 크게 뜰 것이다. 지도 한가운데 조금 윗부분의 A자 표시가 있는 곳이 조그자카르타의 투구 기차역이다. 흰색으로 1,2,3,4라고 쓰여진 곳을 연결하면 네모난 구역이 만들어질 것이다. 싼 숙소는 이 부근에 몰려있다는 말이다.

 

어디가 어디인지 모르겠다면 컴퓨터에 구글 위성지도와 함께 구글 지도를 깔아두기 바란다. 그리고 지도를 찾아보면 된다. 엄청나게 편리한 서비스이므로 사용하지 않으면 손해가 된다. 여행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반드시 사용하실 것을 권한다.

 

 

 

 몇군데를 쑤셔보고 다니다가 우리는 커다란 교회건물을 찾게 되었다. 조그자카르타에서 교회를 찾아내다니.... 현지인 목사를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누어본 뒤 우리는 다시 호텔탐방을 계속했다. 사실 이 부근에는 13년전에 와 본 적이 있으므로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그땐 민박집을 구해 묵었었다.

 

 

 13년 전 일기장에 그렇게 나와 있었다. Rejeki Homestay 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나는 이번에는 호텔에 묵기로 결심했다. 우리는 카루니아 호텔에 들어가 방을 살폈다. 마음에 든다. 흡족하다. 아주 깔끔했기 때문이다.

 

 

 멤버들을 모시러 투구 기차역에 다시 가서 우리가 봐 놓은 방상태를 설명해주고 오늘 하루를 묵는 것으로 동의를 받았다. 이제 호텔에 들어왔으니 샤워라도 해야 한다. 첫날 밤은 노숙을 했고 이튿날은 장거리 야간버스에서 밤을 새웠으니 머리도 반드시 감아야했던 것이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길거리에서 풍악소리가 들렸다. 발코니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 보았더니 청년 몇몇으로 이루어진 미니악대가 거리를 돌며 집집마다 찾아가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었다. 마치 정월 대보름에 풍악대가 집집을 돌며 지신(地神)을 밟아주는 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찌보니 이동 가믈란 연주단 같기도 하다. 제법 음악 수준이 높은 것 같았다.

 

 

 우리가 묵는 이 호텔 구역에는 작은 호텔과 홈스테이 집들이 제법 많이 모여 있었다.

 

 

 샤워도 했으니 우린는 외출 준비를 하기로 했다. 오늘 오후에는 보로부두르를 가볼 생각이다. 오늘 보로부두르를 봐두면 내일은 쁘람빠난을 가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서둘러야 했다.

 

 

 외출 준비를 하고 나서 밖으로 나왔다. 호텔 구조를 가만히 살펴보니 우리가 묵는 방이 이 호텔의 최고 명당에 속하는 방 같았다. 그저 우리는 하는 일이 잘 되는 사람들이다. 이젠 점심을 먹어야 했는데......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