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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10 인도네시아-적도의 천국:자바,발리,롬복(完

마을구경

by 깜쌤 2010. 2. 9.

 

 역건물 내부는 아주 깨끗했다. 지저분하지 않아서 좋았다.

 

 

 여긴 종착역이다. 자바섬의 동쪽끝인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여기가 바뉴왕이 기차역이었다. 케타팡에 있지만 바뉴왕이 기차역이다.

 

 

 손님을 기다리는 객차가 단정하게 줄을 지어 서 있었다. 기관차 한대에 어떤 이상이 있었던 모양이다. 시동이 다시 걸리자 그것을 수리해낸 기술자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를 했다.

 

 

여행자들에게 종점이 주는 느낌은 왠지 약간 서글프다는 것이다. 더 이상 갈 수 없다는 것과 무조건 내려서 새로운 세상과 부딪혀야 한다는 사실 때문일까?

 

 

 

 열대의 무성한 잎들과 노랑과 초록이 어울려서 주는 색감이 너무 좋았다. 왜 월드컵에 출전하는 브라질 선수들이 노란색과 초록으로 이루어지는 유니폼을 입는지 이해가 될 것 같다.

 

 

 화장실도 아주 깨끗했다.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역무원은 나를 보고 들어오라고 했다. 사진 속에 보이는이 분의 이름은 하리 쿠스완토(Mr. Hari Kuswanto)씨이다. 그는 시간을 쪼개어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한다고 했다. 다시 바뉴왕이로 돌아오게 되면 연락을 해달라고 했다.

 

그는 자기가 살고있는 고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분 같았다. 바로 앞에 있는 산이 이젠 화산이라는 사실도 이 분에게 들어 알았다. 나그네에게 진심어린 친절을 보여준 그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싶다. 

 

"그런데 말입니다, 왜 기차를 타고 조그자카르타에 가시지 않습니까?"

"저희들은 이미 버스표를 끊었습니다."

"가격은 얼마이던가요?"

"1인당 26만 루피아였습니다."

"그래요? 족자까지 가는 기차가 있는데 1등칸도 17만5천 루피아면 갈 수 있습니다. 단 버스보다는 늦게 도착합니다. 낮 12시 반경에 도착합니다. 혹시 페리부두의 관광안내소에서 표를 끊으셨나요?"

 

그는 거기에서 입을 다물었다. 나는 그의 마지막 말에서 풍기는 묘한 뉘앙스를 얼른 깨달을 수 있었다. 자기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입을 다물었는지도 모른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결국 우리는 시간을 번 대신 돈을 더 쓰게 된 것이다. 진심을 말하자면 사실 나는 기차를 타고 싶었다. 훨씬 편하고 안전하기 때문이다. 우리 일정이 빡빡해서 반나절이라는 시간도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기차 애호가가 아니던가?

 

 

 내 글을 읽는 어떤 분들은 대화 내용을 어떻게 기억하는지 궁금해하는 분도 계시지 싶다. 나는 여행을 할 때마다 철저하게 기록을 해둔다. 일기장을 쓴다는 말이다. 일기장이라고는 하지만 절대로 단순한 일기장이 아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지 싶다. 나는 해외 배낭여행을 기록한 일기장을 열아홉권 가지고 있다. 한번 여행할때마다 한권씩을 남긴다는 뜻이다.

 

   

 그런 일기장과 사진을 바탕으로 하여 기행문을 쓰는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찍어온 사진은 약 4,500장 정도가 되었다. 2005년의 동부유럽 배낭여행에서는 약 5,500장 가량의 사진을 찍었다. 

 

내 컴퓨터 속에 저장된 사진만도 10만장이 넘어간다. 이 블로그 속에 올라간 사진이 이미 3만2천장이 넘었으니까 내가 자료로 쓰기 위해 개인 컴퓨터 속에 저장하고 있는 사진의 분량을 대강 짐작하실 것이다.

 

 

 기차역을 나온 우리는 마을로 들어가보기로 했다. 마을구경만큼 좋은게 또 있던가?

 

 

 바나나 숲에 둘러싸인 마을은 고요했는데 골목에는 우리를 보고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몰려나오기 시작했다.

 

 

 이 집 아이들은 영어를 할 줄 알았다. 상당히 좋은 집에서 살고 있었다.

 

 

 마을은 새마을 운동이 벌어지기 전의 우리나라 시골마을 같았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서 범상치 않은 어떤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었다. 그 범상치 않음은 나중에 조그자카르타에서 찾아내고야 말았는데 어떤 일이 있어도 조그자카르타 유적지 부근을 소개하는 글만은 꼭 읽어주시기 바란다. 멋진 사진이 여러분들을 만족시켜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후진국 사람들이라고 깔보면 곤란해진다.

 

 

 

 마을을 벗어나니 곧 부두가 나왔다. 고등학교 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 페리보트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었는데.....

 

 

 바다에 점처럼 떠 있는 것은 동네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통로에서 바다로 마구 뛰어들어 헤엄치며 놀고 있있던 것이다.

 

 

 나중에 물어보니 이 아이들은 발리섬에서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길이라고 했다. 수학여행을 가는 모양이다.

 

 

 여고생들이어서 그런지 풋풋한 아름다움이 가득했다. 그리고 상당히 늘씬했다. 체구는 작아도 몸매는 발군인 것이다.

 

 

 우린 다시 다른 마을로 가보기로 했다. 시간이 남았기 때문이다. 우체국도 보고....

 

 

 그런 뒤 골목길로 들어섰다. 마을길이 아주 깨끗했다.

 

 

 집들은 조금 누추했을지 몰라도 사람들은 은근히 친절한 그런 매력을 풍겼다.

 

 

 우린 동네 구멍가게에서 열대과일인 람부탄을 사먹었다. 동네 사람들이 얼마나 친절한지 모른다. 낯선 사람들이 마을에 찾아들어왔기 때문일까? 아이들이 몰려들어 우리를 구경거리로 삼기도 했다.

 

흰옷을 입은 친구는 아주 깔끔한 영국신사이다. 미남인데다가 깔끔하기 그지 없으니 사람들이 더 친절을 베푸는 것 같았다. 회색모자를 쓴 분도 마찬가지다. 귀공자 타입의 용모를 가진 분인데 대단한 미남이시다. 이번 여행에서는 미남 두분을 모시고 다닌 셈이다. 그럴땐 새까만 피부에다가 완전 민주주의형 얼굴을 가진 내가 조금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집집마다 예쁜 색깔을 칠해서 특유의 아름다움이 묻어나게 했다. 

 

 

 집집마다 과일나무들이 풍성했고.....

 

 

 방범용으로 달아놓은 외등에 벌레가 달라붙지 못하도록 하는 아이디어일까? 페트병을 이용한 생활의 지혜가 놀랍다.

 

 

 꽃집에서 자주보던 꽃이 보였다.

 

 

 돌아오는 길에는 공동묘지를 보기도 했다.

 

 

결국 우리는 다시 부두로 돌아왔다. 안돌아오고 배길 재주가 있기는 하던가?

 

 

 이제 슬슬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어둠이.....

 

 

 

깜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