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마눅까지 왔으니 이제는 해협을 건너서 자바섬으로 가야했다. 버스터미널에서 페리를 타는 부두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는게 급선무였다. 그러기 전에 먼저 우리를 길리마눅까지 태워온 운전기사와 차장을 찍어두고.....
다음에 돌아올 때를 대비해서 길리마눅 버스터미널을 살펴봐두어야 했다.
대합실이 엄청 넓다. 이런데서 노숙을 하면 정말 시원하지 싶다. 문제는 모기인데.... 의자에 누워 낮잠 한번 즐기고 가면 너무 멋지겠다는 생각이 떠 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화장실을 다녀오기로 했다. 이런 화장실은 무료가 아니다. 곳에 따라 다르지만 일천 루피아나 이천 루피아 정도를 받는다. 대신 유료화장실은 그래도 깨끗한 편이므로 사용할만했다.
동남아시아의 화장실은 간단한 샤워를 할 수 있도록 해둔 곳이 많았다. 물을 끼엊어서 씻는 것을 만디라고 하는 모양인데 이 사람들은 하루에 두번씩은 만디를 하는 것이 습관이라고 한다. 종교적인 의미도 있겠고 열대지방에서 생활하느라 만들어진 관습일 수도 있겠다.
자세히 보면 변기 부근에 물을 내리는 장치가 없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용변을 보고 난뒤 바가지에 물을 떠서 부으면 내려가도록 되어 있다.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의 화장실에는 화장지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이 사람들은 왼손을 사용해서 뒷처리를 한다. 그래서인지 식사할 때는 거의 오른손만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들일 경우 왼손과 오른손 사용에 관한 규정이 코란 경전속에 밝혀져 있는 모양이다. 우리가 생각하면 징그러운 관습일 수 있겠으나 비데를 사용하는 것이나 물과 손으로 뒷처리를 하는 것이나 무엇이 다르랴? 그래서 그런지 이 사람들에게는 치질이라는 질병이 드물다고 한다.
정신을 차리고 잘 살펴보니 부두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버스터미널 도로 건너편이었다. 그렇다면 너무 쉽다.
우리는 자기 배낭을 찾아서 어깨에 걸쳐매고는 발걸음도 가볍게, 보무도 당당하게 부두로 향했다.
일단 부두 시설 입구로 들어서서 매표소로 향햤다. 사람들이 와 몰려나오는 것으로 보아 부두 시설이 틀림없다.
잠시 햇볕이 쏟아지자 순식간에 땀이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으흠.... 어른은 5,700루피아란 말이구나 싶었다. 이렇게 가격표가 붙어있으면 얼마나 좋은가 말이다.
돈을 주면 카드를 하나 준다. 지하철타는 곳 입구처럼 만들어진 출입문의 카드삽입구에다가 카드를 밀어넣으면 된다. 우리가 어리버리하게 나오자 직원이 이 일을 대신해 주었다. 남의 나라에서는 이런 일을 조금 둔하게 해도 흉이 되지 않으니 홀가분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간단한 일조차 잘 해내지 못하면 출신지를 의심받는 일이 생길수 있지 않던가?
팀멤버 모두들 세련된 차림이지만 나는 많이 어설픈데다가 어리버리하다. 그러니 내모습은 소개할 수가 없다.
건물을 빠져 나오자 그늘 밑에 앉은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손가락으로 배를 가리켜 주었다.
저쪽이다. 배라는 것이 당연히 바다에 떠있으니 찾기는 너무 쉽다.
저 정도의 페리보트라면 탈만 하겠다. 자동차도 들어가는 대형 아니던가?
녀석이 상어 아가리같은 입구를 벌리고 우리를 맞아주었다.
건너편이 자바섬이다. 아주 가까운 거리다. 이 정도 거리일 경우 30분 내외의 시간이면 충분히 건너겠다.
기름이 조금 뜬 바다물 속에는 물고기들이 바글거렸다.
차례를 기다리는 페리선이 한두척이 아니었다.
건너편 자바섬쪽으로 배다리를 쳐든 녀석이 제법 흉물스럽다.
우리가 타고나자 얼마 안있어 배가 출발했다. 역시 우리는 하는 일이 너무 잘 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갑판 꼭대기에 올라가서 바닷바람을 마셨다. 아래를 보니 오토바이들이 정렬되어 있었다.
이 쪽은 발리섬이다. 우린 서서히 항구를 빠져나가는 중이다.
승선권 영수증이고......
"발리 안녕~~ 나중에 새로 올께~~ "
"조만간에 다시 올께~~"
발리섬을 뒤에 두고 자바섬쪽으로 나아갔다.
잠시 뒤에 자바 섬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짙은 수풀 속에 자리잡은 마을이 정겹게 느껴졌다.
산모습으로 보아 뒤에 보이는 산은 틀림없는 화산일 것이다.
바다위엔 낭만이 널렸다.
물색깔로 보아서 비가 온 뒤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흙탕물이 바다로 밀려들고 있었다.
마을이 제법 참했다.
규모로 보아 그리 작은 마을이 아니었다.
오른쪽 끝머리에 부두가 자리잡았다.
흙탕물 속을 헤치고 이웃마을로 건너가는 아이가 보였다. 그렇다면 크게 깊지 않다는 말이 된다.
길리마눅 건너편의 도시는 바뉴왕이가 된다. 다만 페리보트가 도착하는 지점은 케타팡이라고 하므로 이 사실을 기억해두면 여러가지로 편리할 것이다. 처음에는 이 사실을 몰라서 많이 혼란스러워 했다.
초록색 지붕을 가진 건물은 모스크이다.
비록 작은 항구이지만 페리선들이 부지런히 내왕하고 있었다. 가만히 보고 있으려니 두 섬 사이의 물동량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알겠다.
사실 우리가 탄 보트는 바다위에서 하선순서를 기다리느라고 조금 지체했다.
배가 부두에 접안하기 시작하자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제일 먼저 핸들을 잡기 시작했다.
저쪽 도로에다가 페리보트의 탑승다리를 갖다댈 모양이다.
그렇다. 이제 곧 있으면 우리도 내려야 했다. 이제 드디어 자바섬으로 건너온 것이다. 또 어떤 일들이 우리를 기다릴지 사못 기대가 되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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