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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0 인도네시아-적도의 천국:자바,발리,롬복(完

우붕에서 길리마눅까지

by 깜쌤 2010. 2. 4.

 

 덴파사르우붕 장거리 터미널에서 길리마눅까지는 4만 루피아를 요구했다. 표를 파는 곳이 없는데다가 그냥 차안에서 기사에게 지불하라고 하니 달라는대로 주어야 할 처지였다.

 

 그래도 정확한 가격을 알아보겠다고 이사람 저사람에게 물어보았지만 물어보는 사람마다 우리에게 차를 타기를 권한 삐끼에게 되물어보는 처지이니 모두가 다 짜고치는 고스톱 멤버들 같았다.

 

 내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정해진 예산에서 쓰는 돈이므로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하는짓도 되지만 무엇보다도 현지인들이 지불하는 정해진 가격을 주고 싶다는 말이다. 외국인이라고 해서 비싸게 주어야 할 까닭이 없는 것이다.

 

 

 어찌 되었거나 미니버스는 출발을 했고 나는 제일 앞자리 부근에 앉아서 앞쪽으로 펼쳐지는 상황을 살피기로 했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우리는 큰 배낭을 가지고 타게 되므로 체구가 적은 이나라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두사람 좌석을 차지하고 간다는 생각이 들만도 하겠다. 그렇다면 요금을 더 주어도 상관없지만 짐이 크다고 해서 돈을 더 받는다는 것은 너무 심한 처사가 아니던가?

 

따지고 보면 우리도 예전엔 그랬다. 무겁고 큰 짐을 가지고 타는 사람들에겐 돈을 더 받던 시절이 있었다. 완행버스는 특히 더 그랬었다. 시내버스도 그러지 않았던가? 저번 글에서 발리섬의 크기는 우리나라 제주도의 3배가 되는 큰 섬이라고 말한 사실을 기억해보라. 우리는 끝까지 가는 셈이 되니 운전기사 입장에서는 더 받고 싶다는 것이 당연하겠다.

 

 

 일단 출발했다고 해서 목적지까지 바로 달려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이런 차들은 좌석이 다 차야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니 시내를 빙글뱅글 돌아다니지는 않더라도 적당한 자리에서 차를 세우고 사람들을 기다리는 것이다.

 

앞에 앉아서 가만히 살펴보니까 다른 베모를 사용해서 버스가 서 있는 현장까지 온 사람들이 우리가 타고 있는 로컬버스(Local Bus)로 갈아타기도 했고 운전기사가 내려가서 사람들을 찍어오기도 했다. 다른 사람이 손님을 찍어 올 경우에는 그 인원수만큼 적당한 가격을 쳐서 차가 출발할때 슬며시 손에다가 돈을 쥐어주기도 했다. 모두들 그런 식으로 상부상조하며 살아가는 모양이다.

 

 

 덴파사르 시내를 벗어나는데는 한참 동안의 시간이 걸려야 했다. 동남아시아의 공통적인 사항이지만 여기에도 오토바이가 엄청 많았다. 신호등에 걸려 차가 서기만 하면 어김없이 오토바이들이 파고 들어서 차 앞 도로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들은 난폭운전을 예사로 해댔다. 아찔아찔한 순간은 부지기수로 발생한다. 간담이 서늘해질 때가 많아서 앞자리에 앉아 간다는 것은 간 큰 사람만이 할 짓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정도 달려서 시가지를 벗어나자 드디어 전원의 아름다운 경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내가 눈빠지도록 기다리던 장면이다.

 

 

 야자나무가 숲을 이룬 가운데 바나나 잎사귀 사이로 보이던 논들이 왜 그리 아름답던지?

 

 

 그러다가 다시 작은 마을을 지나고.....

 

 

 작은 개울위로 걸린 다리를 건넜다.

 

 

 지금은 모내기철인가 보다.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개울물이 조금 흐린듯 했다. 우기여서 그럴까?

 

 

 반듯하게 정비된 시골 마을길이 정겹게만 느껴졌고.....

 

 

 모내기를 위해 곱게 갈아엎어 놓은 논들을 보며 나는 우리나라의 초여름을 생각했다.

 

 

 동네사람들이 모여 종교의식을 행하는 모습을 차 안에서 구경하기도 했다.

 

 

 잠시 버스가 멈추자 그 순간을 이용해서 과자부스러기 한개라도 팔아보기 위해 버스로 다가오는 시골 아낙을 만나기도 했다.

 

 

 갈라진 문틈사이로 정성을 드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도로가에는 작은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는데.....  사는 사람들보다는 물건을 파는 사람이 더 많다는 느낌이 들때도 있었다. 

  

 의자 위에 올려둔 바구니 속에 담긴 저 물건들의 가격은 모두 얼마나 될까?

 

 

 다시 출발한 버스는 부지런히 속도를 올리면서 논 사이로 난 길을 달렸다.

 

 

 계단식 논 너머로 바다가 보였다.

 

 

 몇개의 작은 도시들을 지나간다.

 

 

 계속 달려나간다. 출발한지 세시간이 넘었는데도 차는 끝을 모르는 듯이 달리기만 했다.

 

 

 차가 작은 사당같은 곳을 지날 때마다 우리 차의 조수는 재빨리 내려서 작은 예물을 바치는 행동을 반복했다.

 

 

 손바닥만하게 만든 작은 뚜껑없는 도시락에다가 몇가지 작은 음식물들과 꽃을 담아 바쳤다. 가끔씩은 원숭이들이 노는 숲사이를 달리기도 했다.

 

 운전기사는 작은 기도소마다 차를 세웠고 그때마다 버스의 조수는 부지런히 예물을 드리고 두 손을 모아 무엇인가를 빌었다. 무사운전과 건강과 안녕과 발복을 기원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3시간 반만에 드디어 목적지인 길리마눅에 도착했다.

 

 

 길리마눅의 시외버스 정류장은 규모가 아주 컸다.

 

 

 목적지에 도착한 작은 버스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우리들은 배낭을 매고 내려야 했는데......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