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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0 인도네시아-적도의 천국:자바,발리,롬복(完

처음으로 밥 먹기

by 깜쌤 2010. 2. 3.

 

 테갈 베모 정류장에서 우붕 장거리 버스터미널까지는 약 3킬로미터 정도의 거리이다. 그러니 금방 도착하는 것인데 내리고 나서 사방을 둘러보고는 엄청 실망을 하고 말았다. 여기가 발리 최고의 장거리 버스터미널이라고?

 

발리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계 최고 시설을 갖춘 휴양지라는 사실을 먼저 떠올리지 싶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시설은 소수의 선택된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호화로움이지 나같은 서민이나 일반인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말이다. 혹시 여러분들은 발리에서 아래 사진과 같은 분위기를 상상하셨던게 아닐까?

 

 

 이런 시설들도 많다. 많은 정도를 넘어서 수두룩하다. 아니 지천으로 깔려있다고 보는 게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돈이다. 인도네시아 하층민들의 수입은 한달에 50만루피아에서 70만 루피아를 버는 것으로 안다.

 

2010년 1월 현재, 1달러가 은행에서 약 9,200루피아에서 9,300루피아 사이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었다. 인도네시아 화폐를 조금 평가절하해서 1달러를 1만 루피아로 환산해보면 한달에 50달러에서 70달러를 버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는 말이다. 실제로 현지인들은 1달러를 1만 루피아 정도로 여기며 쳐주고 있었다.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은 숙박시설에 묵으려면 기본적으로 50달러 정도는 주어야 한다. 하룻밤 숙박비가 현지하층민들 한달 생활비라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그랬다. 그런 실정이었으니 짧은 거리를 움직이는 베모를 한번 타는데 2000루피아 정도면 충분하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지만 그 정도의 돈도 현지인들에게는 결코 싼 돈이 아니었던 것이다. 

 

 

 일단 정류장에 도착했으니 차편을 알아보아야 했다. 사방에는 쓰레기가 가득했고 시설은 낡은 편이었지만 오늘 우리는 여기에서 희망을 찾아야만 했다. 터미널이면 당연히 있어야 할 매표소가 보이지 않아서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러니 더더욱 사방을 한번 둘러보아야 했다.

 

 

 터미널 바깥으로는 구멍가게 수준의 가게들이 좌악 깔렸고......

 

 

 승강장에는 행선지별로 표시가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반둥, 세마랑, 수라바야 같은 도시 이름들이 보였으니까 그렇게 짐작한 것이다. 수라바야는 인도네시아 두번째의 대도시이다. 

 

 

 여기저기에 대형 버스들이 조금씩 보였다. 저 정도면 탈만할 것이다. 좌석은 편안할 것이고 에어컨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거리를 움직이는 로컬 버스도 보였다. 발리 섬안을 다니는 단거리용 로컬 버스는 봉고 정도 보다는 조금 큰 소형버스 수준이었다. 많은 기사들이 우리에게 접근해서 어딜 가느냐고 물어왔다.

 

길리마눅으로 가는 버스는 의외로 자주 있었다. 그렇게 돌아다니며 상황을 파악하다가 마침내 바깥에서 매표소를 찾을 수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우리는 엉뚱하게도 버스들이 드나드는 곳으로 들어와서 터미널 안쪽부터 먼저 살폈던 것이다.

 

 

 정문을 찾아 바깥으로 나가보니 매표소가 있긴 있었던 것이다. 장거리 버스 요금은 회사마다 달랐다. 조그자카르타까지 갈 경우 22만에서 26만 루피아 사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가 원하는 조그자카르타 행 빅버스(Big Bus)는 오후 3시에 출발한다니 그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 

 

사진의 왼쪽을 보면 수라바야, 말랑, 쁘로보링고 같은 도시 이름이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프로보링고(쁘로보링고)같은 도시 이름은 기억해두면 좋을 것이다. 나중에 브로모 화산을 가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길리마눅까지 이동하기로 마음 먹었다. 사진에 보이는 문이 터미널 정문에 해당한다. 경비원들이 있어서 드나드는 사람들을 살펴보고 있었지만 별로 하는 일이 없는 분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문에 붙여둔 플래카드 내용으로 짐작해보건데 올해에 인구 센서스 조사를 한다는 말이 아닐까 싶은데..... 길리마눅이 어디인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다시 한번 더 발리 지도를 첨부한다. 바로 아래에 있는 지도이다.

 

 

 

길리마눅은 지도 제일 왼쪽 발리섬 끝머리에 자리잡은 도시이고 우리는 오늘 거기까지 이동할 예정이다. 참고로 이 기회에 발리섬에 대해 몇가지 기본지식을 알아두기로 하자. 

  

면적 : 5,632(㎢) - 제주도 면적의 3배  

    제주도의 면적 : 1,845.4(㎢)

 

인구 : 320만 - 제주도 인구의 6배

    제주도의 인구 : 약 56만명(2009년 기준) 

 

최고봉 : 구눙 아궁(활화산) 높이 3142미터

    제주도의 최고산 : 한라산 1950미터

 

종교 : 힌두교와 이슬람교

 

중심도시 " 덴파사르

 

그런 실정이니 결코 우습게 볼만한 섬이 아닌 것이다. 다음 행동 방향을 정했으니 이젠 아침을 먹어야 했다. 우리는 배낭을 매고 일단 정류장 바깥으로 나갔다.

  

  

 인도네시아에 와서 첫번째로 맞이하는 식사시간이다. 여행에서 빠뜨릴 수 없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다. 나는 철저히 현지음식을 즐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추장 한숟가락, 라면 스프하나 가져가지 않았다. 다행히 우리팀 멤버들은 음식타령을 하지 않는 분들이었다. 그러니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우리는 멀리 갈 형편이 되지 않았으므로 버스 터미널 부근에서 한끼를 해결하기로 했다. 터미널 바깥에 자리잡고 있는 많은 현지 음식점 가운데에서 무작위로 골라서 들어가 보기로 했다. 복잡한 단어를 섞어쓰는 문장은 안통해도 기본적인 통하는 법이다. 그리고 몸짓언어(Body Language)라는게 있지 않은가? 말이 안통한다고 해서 너무 겁낼 필요는 없다.

 

먹고 싶은 것을 보고 반찬통 속에 들어있는 음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만 하면 쌀밥을 얹은 접시 위에 올려주므로 받아서 먹으면 된다. 아래 사진처럼 되어 있는 이런 음식을 나시 참뿌르(나시 참푸르)라고 하는데 덮밥 더하기 비빔밥 정도로 이해하면 쉽지 싶다.

 

   

 이렇게라도 한끼를 먹어두어야 견딜 수 있는 것이기에 나부터 받아서 먹기 시작했다. 열대지방에 사는 사람들도 식중독은 겁내는 법이므로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먹고 탈 날것을 걱정하면 먹을 만한 것이 하나도 없게 된다. 용감하게 덤벼들어 아무 것들이나 마구 먹어보기로 하자.

 

단 물은 어지간하면 사마시는 것이 좋다.  쌀밥에다가 계란을 얹고 두부 몇조각에다가 고기 두조각을 올렸는데 나중에 1만 루피아 정도를 불렀다. 아직은 이게 비싼지 싼지 감을 잡지 못하겠다. 먹었으니 돈은 당연히 내어야 했고......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