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10 인도네시아-적도의 천국:자바,발리,롬복(完

첫날부터 노숙하다 2

by 깜쌤 2010. 1. 31.

 

 우리가 타고온 비행기가 착륙을 한 것이 밤 11시 45분이고 짐을 찾고 입국수속을 발고 나온 것이 0시 반 정도 되었으니 이 밤에 어디 딱히 갈만한 곳도 없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미리 호텔을 예약하면 되지 않겠는냐는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 시간에 택시를 타고 미리 예약한 호텔에 도착한다고 해도 체크인을 하고 몸이라도 씻고 짐정리라도 조금 한다고 설치면 새벽 두시는 넘겨야 잘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아침 5시 반만 되어도 날이 샐텐데 배낭여행자 주제에 피같이 귀한 돈 써가며 이 시각에 호텔로 간다면 돈을 낭비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공항에서 날밤을 새우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노숙하는 것이 위험하기도 하고 도저히 피곤해서 못견디겠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분은 처음부터 패키지 여행을 시도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지금까지 나는 숱한 공항에서 밤을 세워 보았다. 법질서가 가장 엄하게 지켜진다는 싱가포르의 창이 공항에서는 경찰의 허가를 받고 공항 안에서 자본 적이 있었고, 태국의 돈무앙 국제공항에서는 너무 강력한 에어컨 덕분에 열대지방에서 추위에 벌벌 떨며 잠을 자본적도 있었다.

 

보통 공항에서 잠을 잘 경우에는 출국장에서 자는 것이 안전하다. 하지만 발리공항은 사정이 조금 달랐다. 출국장 자체가 좁을 뿐만 아니라 잠을 잘만한 공간 자체가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밤늦게 남의 나라 공항에 도착하였을 경우 밤을 안전하게 보내는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은 공항 안에서 버티는 것이었다 

 

발리섬의 응우라이 공항에서는 입국장 부근이 유리했다. 우리팀 멤버들로 하여금 복대를 하고 옷을 갈아입도록 한 뒤 나는 다른 한분과 함께 노숙할만한 공간을 탐색하기 위해 공항 여기저기를 뒤져 보았다. 발리 국내선 청사는 국제선 청사에서 한 5분에서 7분 정도의 거리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거기까지는 가보질 못했다. 

 

 

입국장 부근을 살펴보다가 레스토랑 부근의 후미진 공간을 찾아내었다. 잠을 자기 위해서는 너무 어두워도 안되고 너무 밝아도 안된다. 사람이 지나치게 많이 왕래해도 안되고 터무니없이 격리된 공간은 더더욱 곤란하다. 범죄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여긴 열대지방이니 모기도 조심해야 한다. 건물밖에서 노숙을 하면 비가 올 경우 쫄라당 비를 맞는 것도 문제가 되니 이런 점도 고려해야 한다.  

 

나는 우리팀 멤버들에게 침낭을 가져오라고 당부를 했었다. 열대지방을 여행하는데 무슨 침낭이 다 필요한가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요즘 오리털 침낭같은 것은 아주 가벼운데다가 부피는 작고 성능이 엄청 우수하므로 좋은 것으로 하나 장만해서 가지고 다니는게 여러모로 유리하다.

 

우리는 구석 공간을 찾아서 침낭을 깔았고 그런 뒤 눈을 붙였다. 물론 팀리더인 나는 제일 늦게 잠이 들고 가장 먼저 일어나야만 했다. 몇시간만 자고 일어나면 된다. 다음 날 피곤해서 어떻게 견디느냐 하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시라.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인삼추출액 몇 앰플 정도를 준비해두었다가 피곤을 느낄때 스리살짝 마셔두면 된다. 아울러 비타민C가 다량으로 함유된 상품 - 가루로 되어 있어서 물없이 입에다가 톡 털어넣을 수 있는 제품 - 을 가지고 다니면 더욱 좋고.......  

 

밖엔 비가 왔지만 달게 잠을 자고 일어났다. 이젠 시내로 들어갈 차례다. 우리는 오늘 발리섬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할 생각이었다. 내가 찍은 첫번째 목적지는 플로레스 섬이었다. 그럼 여기에서 아래의 지도를 살펴보기로 하자. 

 

 

 위의 지도는 미국 야후에서 가져왔다. 지도 중간에 황색점으로 표시된 곳이 발리섬이다. 옥색점으로 표시된 곳은 플로레스 섬이고......  잘 구별이 되지 않아서 속이 뒤집힐 것 같은 느낌을 받는 분들은 다시 아래 지도를 보시기 바란다. 바로 아래지도를 클릭하면 제법 크게 뜰 것이다.

 

 

 눌러보셨는가? 영어를 조금만 알면 지도보기는 너무 쉽게 진행될 것이다. 인도네시아라는 나라의 크기를 우습게 보면 안된다. 지도의 오른쪽이 동쪽이고 왼쪽이 서쪽인데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의 거리는 약 5,000킬로미터 정도다. 5천킬로미터라면 우리나라에서 인도네시아까지 가는 거리가 된다. 비행기로 날아도 7시간에서 8시간 정도 걸리는 엄청난 거리라는 뜻이 된다.

 

그러니 한번 여행에 이 나라를 다돌아보려면 일년 이상 날짜를 잡아야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딱 세개의 섬에만 가보려고 마음 먹었다. 자바발리플로레스 ! 그런데 첫날부터 노숙을 하고 난 뒤 일어나서 상황을 살펴보니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하기로 하자.

 

 

어리

버리

 

 

 

 

 

'배낭여행기 > 10 인도네시아-적도의 천국:자바,발리,롬복(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모를 타고  (0) 2010.02.02
공항 밖으로   (0) 2010.02.01
첫날부터 노숙하다 1  (0) 2010.01.30
오사카를 거쳐서   (0) 2010.01.29
떠남  (0) 2010.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