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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를 유후인처럼 4

by 깜쌤 2009. 11. 23.

 

 맑은 물이 흐르는 관광지 마을에서 느끼는 감정과 물이 없는 관광지 마을에서 느끼는 감정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클 것이라고 여긴다. 그만큼 물이 주는 이미지는 강렬하다. 마을 한가운데 흐르는 작은 개울이라도 있다면 그 하나만 잘 이용해도 충분한 관광자원이 될 수도 있다.

  

 

대표적인 마을이 중국 서남부 운남성 산골짜기에 자리잡은 리지앙(麗江 여강)이라는 마을이다. 마을 한가운데로 흘러가는 작은 개울을 중심으로 하여 송나라 시대의 목조가옥이 즐비한 곳이다. 송나라 때라면 우리나라 고려시대에 해당한다. 오래된 기와집도 볼거리 가운데 하나지만 마을을 흐르는 물길이 가지는 의미도 보통은 넘는다.

 

 

 이 사진은 유후인의 개울이다. 온천수가 흘러나가는 개울이어서 그런지 물에서 김이 솟는다. 눈이 온 겨울인데 김이 솟는 개울물이라니....  불국사지구에는 그런 개울이 존재하지 않는다. 물길을 마을로 끌어들이는 일은 개인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니만큼 담당행정기관이 감당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물길을 내지 않고 마을을 가꾸고 만들어도 된다. 그러나 어지간하면 하나 만들어두는 것이 낫다. 불국사지구에 그런 물이 어디있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잘만하면 얼마든지 흐르게 할 수 있다.

 

 

보문호덕동호의 물은 끌어와서 흐르게 하자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형산강으로 흘러들어가는 남천의 물은 어떨까? 불국사에서 석굴암으로 올라가는 길에 그냥 솟아나오는 오동약수는 어떨까? 그런 물은 용출량이 너무 작아서 어렵다는 것 정도는 알지만 예를 들면 그런 식으로 얼마든지 검토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자연환경 탓을 하지 말자.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아이디어와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법이다. 더구나 자금줄과 실권을 쥐고 있는 행정관청이 하는 일인데 하고자 하는 의지와 앞날을 내다보는 안목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 

 

 

물길에는 비단잉어를 기를 수도 있다. 이런 작은 물길 하나가 주는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비단잉어가 부담스럽다면 금붕어를 풀어놓아도 된다. 먼 훗날을 내다보고 물길 가에는 나무도 심어두자.

 

아무래도 길가에 심는 나무는 꽃이 아름답게 피는 나무나 단풍이 아름다운 활엽수 종류를 심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할 것이다. 느티나무나 벚나무 단풍나무 은행나무도 좋겠고 메타세콰이어 같은 잎 떨어지는 침엽수가 우거진 길도 한두군데 조성해두면 좋을 것이다. 

 

 

 길가의 생울타리 하나라도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면 아름다운 마을을 만드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 다음에 신경을 써야할 부분은 간판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거리의 간판은 영업장의 위치와 종류 및 업소를 광고한다는 의미를 넘어서 시각공해 수준에 가깝다.

 

 

 

간판이나 물길 조성 같은 일에는 행정관청이 나서서 추진하는 것이 옳은 일일 것이다. 가능하다면 주민들이 스스로 알아서 결정하는 자율적인 규칙이 존재하도록 하면 좋겠지만 현재의 우리나라 형편에는 이루어지기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다.

 

 

 그 다음에는 거리청결문제이다. 일본과 우리나라 사이에 벌어지는 격차문제가 있다면 청결과 질서가 아닐까 싶다. 유후인이나 츠와노 같은 명품마을을 만드는 것은 결국 주민의 노력과 행정관청의 의지와 안목이 결합되어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이번 글에서 간략하게 언급한 몇가지 화두(붉은 색으로 표시해둔 낱말들)에 관해서는 다른 글에서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기로 하자.

 

 

<여기를 유후인처럼.  끝>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