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대릉원 옆 도로에서 지도를 보며 이리저리 살펴가며 서 있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그 앞을 지나던 나는 배낭여행자에게로 향하는 특유의 호기심이 발동하여 물어보았습니다.
"도와드릴까요?"
"예, 첨성대를 가려고 하는데 찾지를 못하겠어요."
"그래요, 아주 쉽습니다. 자 이쪽으로 오시지요."
나는 그녀를 큰길로 데리고 나가서 부근에 있는 유적지의 위치를 설명해주었습니다.그녀의 차림새를 살펴보니 어깨에 무거운 배낭을 매고 있었습니다. 큰 배낭을 매고 유적지를 찾아다닌 것은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 아울러 그런 몸으로 거리를 걷는다는 것은 고생을 자초하는 것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도를 클릭하면 크게 뜰 것입니다 - 자료출처: 구글 지도>
"어디서 오셨소?"
"에스토니아에서 왔습니다."
"으흠, 에스토니아라면 발트해 연안의 나라 아닙니까?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와 함께 독립한지 얼마 안되는 나라 맞지요?"
"아니, 우리나라를 어떻게 알지요?"
"아, 나도 배낭여행자로 자주 세상을 헤매고 다니는 사람이니 어쩌다 알게된 것이지요. 그런데 지금 어디에서 묵고 있는거요?"
"찜질방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나는 갑자기 그녀가 불쌍해졌습니다. 배낭여행자는 일단 목적지에 도착하면 숙소를 정해두고 큰 배낭은 벗어두고 가벼운 차림으로 다니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런데 그녀가 찜질방에 머무른다면 돈을 아끼기 위한 처절한 노력을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 그렇다면 아가씨, 아가씨가 원한다면 우리 집에 머무를 수도 있습니다. 나는 크리스찬입니다. 나그네에게 작은 친절을 베풀어주는 것은 우리들의 의무이기도 하죠. 아가씨가 나를 믿고 안 믿고는 아가씨의 판단에 맡깁니다."
그리고는 나는 선글래스를 벗어서 제 얼굴과 머리카락 색깔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녀는 조금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내 좋다는 반응을 보여왔습니다.
"내 친구가 시내에 사무실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가씨 배낭을 그 사무실에 맡겨두고 다니는게 낫지 않을까요?"
그녀는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나는 그녀를 데리고 시내에 들어와서 같은 믿음안에서 친하게 지내는 분의 사무실에 배낭을 맡겼습니다. 멋쟁이 신사인 교우는 제가 드린 전화를 받고 로비에 나와서 우리를 맞이해주었습니다. 일이 그렇게 된 것입니다.
"아가씨, 나는 지금 시내의 어떤 교회에서 하는 바자회에 가는 길입니다. 점심을 먹기 위해서죠. 헐한 가격에 한국의 전통음식을 몇가지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어떻소? 가시겠어요?"
그렇게해서 친구 몇몇이 점심을 먹는 자리에 그녀도 참가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그녀에게는 부담을 지우지 않습니다. 그런 자리에서까지 외국 아가씨에게 야박하게 돈을 내라는 사람들이 아니니 아가씨에게는 공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녀는 추어탕과 호박전, 잔치국수를 먹을 줄 알았습니다. 식후에는 인스턴트 커피를 한잔 대접했더니 너무 맛있다며 몇번씩이나 인사를 해왔습니다.
일년에 한두번씩은 꼭 배낭여행자가 되는 나는 배낭여행자들의 처지를 이해합니다. 내 자신도 남의 나라를 헤매고 다닐때 현지인이 베풀어주는 많은 친절과 도움을 받아가며 쉽게 다닐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우리나라를 떠도는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작은 도움을 베풀어주는 것이 은혜를 옳바르게 갚는 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그러길래 상대가 먼저 이름을 가르쳐주지지 않는 한 굳이 캐물을 일도 없고 주소같은 것은 더구나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가르쳐주면 교환하는 정도입니다. 에스토니아에서 온 그녀는 크리스티나였습니다. 이야기를 해본 결과 아주 영리하고 밝고 그러면서 겸손한 대학생 아가씨였습니다. 좋은 여행을 하고 돌아가기를 빌어봅니다.
"크리스티나양! 행운을 빌어요~~~"
어리
버리
'사람살이 > 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녁 강가에서 (0) | 2009.10.31 |
---|---|
그와 그녀가 우리나라에 온 까닭 (0) | 2009.10.27 |
빨리 나아야겠습니다. (0) | 2009.10.14 |
덜 떨어진 사람인지? (0) | 2009.10.10 |
갈비뼈 부러지다 (0) | 2009.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