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하루전 날, 영천국립묘지(영천호국원)에 영면하신 선친을 찾아뵙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섰습니다.
경주에서 현곡을 거쳐 호국원으로 넘어가도 되지만 중간에 큰오르막이 버티고 있는 재를 넘어야 하기에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시내에서 출발하여 무열왕릉 앞을 지난 뒤, 법흥왕릉이 있는 선도산을 오른쪽으로 끼고 영천으로 가는 도로를 달렸습니다.
새고속전철역이 들어설 화천지구로 들어가는 광명을 지나서 박목월 선생의 생가가 있는 모량을 지났습니다.
모량교회에 들러 잠시 쉬어갑니다.
어떤 교수님 한분과 같이 가기로 했지만 개인 형편으로 인해 못가게 되었다는 연락을 바로 전날 저녁에 받은터라 다른 교우 한분과 출발했던 것입니다.
모량의 금척리 고분군(群)을 지나서 건천으로 향합니다. 건천에는 김유신 장군의 전설이 어린 단석산이 있습니다.
그때까지는 상황이 아주 좋았습니다. 맞바람 때문에 조금 고생하긴 했지만 사이클 라이딩에서 그정도는 흔히 있는 일입니다.
건천 읍내를 지나 아화로 향했습니다.
건천은 경주신역사 때문에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해서 한바탕의 투기 세력이 훑고 지나간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건천을 지나면 아화입니다. 여기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어 909번 지방도로를 따라 갔습니다.
재 하나를 넘으면 곧이어 904번 도로와 만날 것입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한 것이죠.
큰지도 보기를 눌러보시면 지도가 크게 뜰 것입니다.
고개를 넘어 내리막을 달리는데 사진에서 보는것처럼 도로를 잘라서 물길을 내어놓은 작은 절단면을 만난 것입니다. 도랑 위로 철판을 깔아서 자동차 통행이 가능하도록 하면서 중앙에만 시멘트로 발라 놓았습니다.
자전거의 특성상 도로 가를 따라 달려야 하므로 중앙의 시멘트 부분은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거기다가 도로면과 철판을 깔아둔 면이 고르지 못하므로 순간적으로 자전거가 튀어 오르도록 되어 있습니다.
거기다가 도로에 자잘한 시멘트 조각들이 소복하게 깔려 있고 커브길이니 백발백중 사고가 나게 되어 있습니다. 넘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속도를 줄여가며 내려왔습니다만 내리막길이니 만큼 어느 정도의 속력이 붙어있는 상황이 된 것이죠.
자전거가 공중으로 튀어오르는 그순간에 저는 이미 왼쪽 핸들에 가슴을 심하게 부딪힌 상황이 된 것입니다. 사진을 보면 제가 잡은 브레이크 자국이 선명합니다. 브레이크 자국 끝머리에는 콘크리트로 어설프게 만든 작은 난간이 보이는데 거기까지 밀려가서 쳐박힌 것이죠.
마지막 순간에는 머리를 들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그때는 이미 얼굴이 도로에 갈리면서 밀려 가더군요. 나는 도로위에 그대로 쳐박히면서 극심한 통증때문에 몸을 뻗은채로 마냥 버둥거렸습니다. 그 시간이 한 일이분 정도 계속된 것으로 기억합니다. 자전거 핸들에 가슴이 박히지 않고 그대로 힘이 실려있었다면 콘크리트에 머리를 박고 현장에서 즉사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아찔해지더군요.
숨이 탁 막히며 가슴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습니다. 온몸에서 힘이 다 빠져나가며 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냥 도로에 누워있다가는 내리막길을 내려오는 차에 깔리겠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로가로 기어나가야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버둥거리다가 간신히 도로밖으로 기어나와보니 휴대전화는 자전거로부터 한 2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쳐박혀 있었고 얼굴에서는 피가 흘렀습니다. 간신히 전화기를 주워들고 먼저 내려간 교우분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때 마침, 그 전전날 같이가기로 약속했던 교수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결국 그 분이 승용차를 몰고 사고현장까지 오셨기에 자전거를 버려두고 경주로 돌아와서 집앞의 병원에 가서 사진을 찍어보았더니 왼쪽 가슴 늑골 세개가 부러진 것으로 판명나더군요.
지금은 병가를 신청해두고 이번 주일 내내 집에서 쉬는 것으로 요양을 대신하는 중입니다. 천만다행으로 조금씩 움직일 수는 있게 되었습니다만 그날 이후로 고통때문에 누워서 잠을 자는 것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다친 이후의 여러가지 이야기는 생략합니다만 그래도 이 정도로 끝났으니 천만다행으로 여깁니다. 덕분에 신앙간증거리가 하나 더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아참, 안전장비와 보호장비를 갖추고 자전거를 타는 것은 기본이고요, 항상 서로 조심하십시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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