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가을은 한데 모여 안압지에 다 잠겨있는 것 같습니다.
하늘연못에도 가을이 빠져있습니다.
관광객들이 많이 오셨지만 일부러 지나가기를 기다렸습니다.
사진 속에도 고요함을 담고 싶었거든요.
나는 이 곳에서 중국 운남성 곤명 부근의 석림(石林)을 떠올렸습니다.
석림이 어떤 곳인지 궁금하신 분만 아래 주소를 눌러보시기 바랍니다.
http://blog.daum.net/yessir/10573954
석림구경을 하고 오셨나요? 제 곁으로 중국어 비슷한 말을 쓰는 젊은 새댁들이 가득 지나갔습니다.
물어보니 베트남에서 왔다더군요. 베트남어도 성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어찌 들으니 중국 변경의 사투리 같기도 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중국이나 일본구경을 먼저한 서양인들 가운데에는 우리나라를 중국이나 일본의 변방정도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은근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야간공연을 위한 준비 작업 현장이 보입니다.
여러 곳에서 사람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나는 임해전쪽으로 걸어갑니다.
호수물이 맑고 고요한 날에 찾아온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안압지 동쪽을 보면 호수 기슭이 들쭉날쭉하지만 건축물들이 늘어서 있는 서쪽면은 직선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도 재미있는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곡선과 직선의 조화라고나 할까요?
안압지에서는 매주 토요일 저녁에 공연이 있습니다. 토요일 저녁입니다. 그러다가 가을이 깊어지고 날씨가 쌀쌀해지면 끝을 내는 것이죠.
그 다음해 봄이 되면 다시 공연을 재개합니다. 경주 구경을 오셔서 시내에 머무르는 분이라면 반드시 안압지 야경과 공연을 즐겨보기를 권합니다.
제법 수준있는 공연이 펼쳐지므로 볼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안압지와 임해전 같은 건물들의 모형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제는 천천히 돌아나갈 시간입니다.
못 속에는 세개의 섬이 자리잡고 있었다고 합니다.
추녀끝에도 가을이 달려있는듯 합니다.
중국의 정원들은 규모가 장대하고 일본의 정원들은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규모를 따져서 우리 것이 별거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 전에 독특한 우리의 멋을 느끼는게 우선일 것입니다.
이제 출구가 저 앞에 보입니다.
유적지를 두른 철책의 굴곡 속에서도 나는 아름다움을 느껴봅니다.
기와집의 매력이 묻어납니다. 나는 처마 곡선미에 빠져 한참을 보았습니다.
국화 향기 속에 안압지의 가을이 익어가는 듯 합니다.
이런 유적지를 자주 들러 볼 수 있다는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릅니다.
모두가 다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발걸음을 옮겨 계림쪽으로 향했던 것이죠. 지금부터 11월 초순까지 경주의 가을은 단풍으로 그 절정을 이룰 것입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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