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압지! 우리말로 쓰면 무슨 뜻인가 하고 한참을 생각하게 되지만 한자로 써두면 단번에 의미를 파악할 수 있지 싶습니다.
안압지는 한자로 雁鴨池로 씁니다. 기러기 안(雁)에다가 오리 압(鴨)이니 오리와 기러기가 노니는 못이라는 의미입니다. 신라때부터 그렇게 불러 온 것이 아니고 조선시대때 시인묵객들이 붙인 이름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신라멸망후 세월이 흐르면서 황폐해지고 나자 기러기들과 오리들이 와서 노니는 못이라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신라때에는 월지(月池)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안압지는 신라 궁궐안에 만든 연못 겸 세자의 거처 정도로 이해를 하면 쉽지 싶습니다.
날이 더 차가와지기 전에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시내에 볼일을 보러 가는 김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못의 전체 크기는 약 4700여평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못 속에 세개의 인공 섬을 만들었다고 전해집니다.
안압지 야경이 아름답다고 소문이 나서 그런지 저녁때가 되면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몰리기도 합니다.
안압지에 들어와서 입구쪽을 되돌아 보았을때 나타나는 숲이 신라의 궁궐이 있던 반월성입니다. 그러니까 예전에는 반월성과 안압지가 한곳에 같이 붙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도로가 만들어지면서 두동강이 난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이죠. 무당이던 뭇솔리니가 이탈리아 도심의 핵심 유적지를 두동강으로 내어버린 도로를 만들고도 큰소리 쳤던 사례와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여기에서 무당은 엑소시스트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무식한 놈이 당당한 것'을 의미합니다.
나는 곧바로 정면에 있는 임해전으로 가지 않고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갑니다.
끝머리에 모과나무가 서 있습니다. 노랗게 익어가는 모과나무가 가을의 정취를 한껏 돋구어 줍니다.
모과가 가득 달렸습니다. 나무 근처에만 가도 모과 향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습니다.
또 다른 모과나무가 있는 곳을 유심히 보시기 바랍니다. 사진에 있는 모과나무의 오른쪽을 보면 땅을 파놓은 듯한 모습이 보이지요?
그리로 접근하기 전에 제 모습을 찍어보았습니다. 깜쌤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이렇게라도 공개해 봅니다. 이젠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아시겠지요?
모과 열매가 많이도 달렸습니다.
모과 열매를 따서 옷장이나 이불장 속에 넣어두었더니 향긋한 냄새가 배이더군요.
나무 오른쪽에 도랑 비슷한 시설이 보이지요? 이제 거기를 확대해 보겠습니다.
바로 이런 식으로 생겨있습니다. 안압지도 못이므로 물이 흘러들어오는 곳이 있고 빠져나가야 하는 곳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물의 순환이 이루어져서 물이 썩지 않게 될 것입니다. 여기가 바로 입수구(入水口)에 해당하는 곳입니다. 외부에서 끌어들인 물이 기운차게 흘러 갑니다.
물이 흐르는 양쪽을 돌로 꽉 물리도록 해서 흙이 침식되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막았습니다.
흘러들어온 물은 작은 도랑을 통해서 돌로 만든 시설물인 수조(水槽)에 잠시 고이도록 해두었습니다.
두번에 걸쳐 걸러지면서 침전된 물은 다시 넘쳐서 못으로 흘러 들어가도록 했습니다. 이 정도 되면 제법 세밀하게 신경써서 설계를 하고 공사를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시설물을 통해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수조는 화강암으로 만들어졌고 길이는 약 2.5미터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조에 관한 설명이 부근에 있으니 놓치지 말고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반대편에서 본 수조의 모습이죠.
그렇게 수조에서 넘친 물은 작은 폭포를 이루면서 안압지로 떨어지게 했습니다.
못으로 흘러들어간 물은 이내 평온해지면서 거울같은 수면을 만들어 놓습니다.
나는 못가로 난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걷습니다.
단풍이 들면 이 작은 길은 더더욱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안압지는 하늘에서 보지않는 한 호수 전체가 한눈에 다 들어오도록 설계해두지 않았습니다. 그게 또한 신비로운 일이기도 합니다.
다음 글에 계속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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