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 안을 볼 수 없으니 할 수없이 다른 곳이라도 둘러보고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서원 담을 따라 계곡 쪽으로 조금만 가게되면 향정원(?)이라는 작은 건물이 나타납니다.
서원과 향정원 사이의 화장실도 아주 운치가 있습니다. 화장실 앞에는 황화코스모스가 가득하고 뒤에는 엄청나게 큰 은행나무 한그루가 터억 버티고 서 있습니다.
화장실 정면을 예쁘게 가리고 있는 흙담의 아름다움도 보통이 넘더군요.
은행나무 뒤편에 보이는 건물이 유연정입니다.
화장실 쪽에서 본 서원의 모습이죠.
오래된 서원의 기와집이 그려내는 직선과 곡선과 황화코스모스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령이 220년은 넘었다는 은행나무는 또 어떻고요? 1789년에 이 나무를 심었다는 기록이 맞다고 본다면 약 220년의 수령이 되지만 경주시에서 세운 안내비석에 의하면 약 330년이 되었다니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은행나무 맞은편에는 단정한 기와집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두채로 이루어진 작은 집인데요.....
아마 이 두집을 가지고 향원정이라고 하는가 봅니다. 집 한쪽에는 옹기단지가 가득하더군요. 된장과 고추장, 그리고 청국장을 판다는 광고가 벽면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마당 한켠에는 솟대가 그득합니다.
기와집과 화장실과 서원 사이에 버티고 선 전봇대가 풍광을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저런 것도 아름다움을 잘 생각해서 구석으로 설치할 수는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무신경하게 다루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댓돌부근에 단정하게 정리해둔 고무신이 정겹기만 합니다.
주인 어른은 어디로 가셨는지 도무지 인기척이 없었습니다.
온 사방천지가 조용하기만 했습니다.
뜰에는 봉선화가 피었습니다.
아침부터 매미들은 제 세상을 만난듯이 합창을 해대었습니다.
은행나무 가지에서 말입니다.
나무가 워낙 크니 고개를 뒤로 제껴서 한참을 보았습니다. 늦가을에는 노란잎들이 장관을 이룰 것 같습니다.
사랑방으로 쓰는 것같은 저 방에도 사람이 없는가 봅니다.
뜨거운 여름 햇볕에 장독들이 이글이글 달아오르고 있었습니다.
속에 든 여러가지 장들이 잘 익어가지 싶습니다.
봉숭아와 과꽃이 한창이더군요.
너무 고요하기만 하니 적막감만 가득합니다.
나는 천천히 여기저기를 기웃거려 봅니다.
하지만 주인이 안계시니 함부로 들어갈 형편이 못됩니다.
결국 돌아서기로 했습니다.
오늘 다 못보면 다음에 오면 될 것입니다.
결국 유연정에는 들어가보지도 못했습니다.
늦가을에는 다시 한번 와봐야할 것 같습니다.
나는 그렇게 다짐하고 발길을 옮겼습니다.
잠시 의자에 앉아 쉬다가 가야겠습니다.
땀이라도 훔치면서 조금 쉬었다가 가야지 싶다가도 가야 할 길이 멀 것 같아서 부랴부랴 다시 일어섭니다.
<다음 글에 계속됩니다>
어리
버리
'경주, 야생화, 맛 > 경주 돌아보기 Gyeong Ju 1 (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계댐 주위 라이딩 (0) | 2009.09.21 |
---|---|
운곡서원 찻집 (0) | 2009.09.20 |
서원을 찾아서 1 - 운곡서원 (0) | 2009.09.18 |
골굴사 3 (0) | 2009.09.17 |
골굴사 2 (0) | 2009.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