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골짜기의 끝입니다. 한때는 경주에서 알아주는 오지였습니다.
그 골짜기에 있는 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들에게는
다른 혜택을 주었을 정도로 외진 곳이었습니다.
이제 초등학교는 폐교되어 산촌체험교실로 변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동네에 자리잡은 집들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습니다만 간간이 남아있는
짧은 돌담 골목을 볼 수 도 있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내남, 광석을 거쳐 학동(鶴洞) 골짜기로 들어갔습니다.
학교터를 둘러보고 나오다가 이젠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이발소를 하나 찾았습니다.
이 산골에서 이발소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신기해서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돌담과 흙담밑에 핀 꽃들이 정겨운 곳입니다.
이제 이런 집들은 조금씩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텔레비전 안테나를 만나볼 수 있다니......
동네 이발소에는 흔한 간판조차 하나 없었습니다.
너무 놀라워서 사진기를 꺼내어 밖을 찍었는데 이발사 아저씨가 나와서
손사래를 쳤습니다.
그 분은 청각장애를 가지고 계셨습니다. 못들으니 말을 못하시는가 봅니다.
이 외진 산골에서 힘들게 살아가시는 것 같아 이발소 안을 찍어볼 엄두를 못냈습니다.
본인이 원하시지 않는다면 찍으면 안된다는 것은 상식이니까요.
이 산골에 사시는 분들이 도대체 모두 몇분이나 되는지는 몰라도
그리 많은 손님이 방문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더구나 노인들만 그득한 곳인데......
슬레이트 지붕하며 낡아빠진 70년대 문짝들.....
시멘트 벽돌로 만든 개숫대와 연탄 난로......
그분과 그분 가족이 정말이지 행복하게 사시기를 기원합니다. 돌아나오는 길에
얼핏 본 장애인 모자가 혹시 그 분 가족은 아닐른지.....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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