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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좋은 날 - 울산에서 경주까지 자전거로 가기 2

by 깜쌤 2009. 9. 8.

 

울산에서 경주로 가기 위해 자전거를 탈 경우 넓고 편안한 길을 사용해도 됩니다. 그 편안하고 좋은 길이란 바로 사고많기로 소문난 7번 국도입니다만 저같으면 그 길은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화물을 가득 실은 대형트럭들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질주하므로 위험성도 아주 높은데다가 매연까지 들이마셔아 하니 사용하기를 권하지 않는다는 말이죠.

 

  

선바위를 지나서부터는 계속해서 오르막입니다. 제가 체력이 강한 사람도 아니므로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걸었습니다. 제법 선선한 날이었지만 땀이 비오듯이 흘러 내렸습니다. 

 

하지만 일단 정상에 오르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경주까지 내리막길 아니면 평탄한 길이니 너무 쉽습니다. 식은 죽먹기나 마찬가지입니다. 고개 꼭대기 부근에 온천이 자리잡고 있더군요.    

 

 

 제가 달린 길을 확인해 보시려면 위 지도를 클릭해보시기 바랍니다. 큰 지도가 나타날 것입니다. 현재 화면에 대각선(左上右下)처럼 지르는 길을 생각하면 됩니다. 

 

 

 교통량도 적고 한적한 도로여서 달리기에는 그저 그만이었습니다. 급할게 없는 사람이니 무리하지 않고 달립니다.

 

 

 이 부근 어딘가에 만고충신 박제상의 유적이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한번 와본 곳이지만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길가에는 가을의 전령사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코스모스가 피어있었습니다. 어느해 8월말, 터키 중부의 카파도키아 지방의 동굴집에서 추위속에 하루밤을 지새고 난 뒤 아침에 맞이했던 코스모스를 보고 느꼈던 그런 애절함을 다시 한번 떠올려 봅니다.

 

 

 두동면을 지나면 곧이어 소불고기 단지로 유명한 봉계가 나올 것입니다. 아직까지 갈길은 멀지만 거기까지만 가면 그다음부터는 행정구역이 경주로 바뀌게 되므로 지도가 머리 속에 환하게 떠오를 것입니다. 박제상 유적지로 가는 도로표지판이 보였습니다. 망부석의 전설이 서려있는 치술령도 부근에 있다는 말이 되겠지요.

 

 

 저 어디메일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없으므로 오늘은 그냥 지나치기로 합니다. 

 

 

 다음에 올 경우를 생각해서 위치를 대강 입력해둡니다.

 

 

 먼 산으로 구름 한덩어리가 지나가면서 제 그림자를 산자락에 걸쳐두고 있었습니다.

 

 

 길가의 소나무 한그루와 코스모스...... 별것 아닌 작은 것에도 자주 감동을 하는 저도 알고보면 문제가 많은 사람입니다.

 

 

 그렇게 길을 따라 달렸더니 두동면이 나왔습니다. 면소재지이니까 당연히 학교도 있을 것입니다. 두동초등학교를 찾아 들어가 보았습니다.

 

 

 시골학교지만 제법 아담하고 깔끔했습니다.

 

 

 정감이 가는 학교입니다. 방학중이어서 그런지 아이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면사무소에 들러 화장실을 빌려 쓴 뒤 경주로 가는 길을 다시 한번 더 확인했습니다. 모두들 얼마나 친절한지 모릅니다.

 

 

 작은 고개를 두서너개 지났더니 드디어 눈에 익은 경치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봉계부근까지 온 것입니다.

 

 

한 십오륙년 전, 야생 춘란에 정신이 팔려 경주, 울산, 포항 부근의 야산을 다 뒤지고 다닐때 이 부근까지 와서 온 산을 헤매고 다니며 익혀둔 산들이니 기억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경치가 얼마나 반듯한지 모릅니다.

 

 

 하늘은 유난히 푸른데 구름까지 하얗기만 하니 이런 날은 저절로 행복해집니다.

 

 

 논벌 끝에 초등학교가 보였습니다.

 

 

 온 천지가 녹색과 파란색으로 가득합니다.

 

 

 울산까지 트럭으로 자전거를 실어준 교우가 나를 추월해와서 지나쳤으니 아마 봉계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봉계 삼거리까지 가서는 커피 한깡통을 사서 마셔야겠습니다.

 

 

 봉계에서 교우를 만나 잠시 쉬어갑니다. 커피를 나누면서 서로의 마음을 읽어줍니다.

 

 

 그런 뒤에 다시 페달을 밟았습니다. 이젠 경주까지 한시간 남짓하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형산강 상류의 가는 물줄기를 이리저리 살펴가며 달립니다.

 

 

 이제 경상북도로 들어서는 것이죠.

 

 

 맑은 물이 가득한 보를 지나고....

 

 

 이윽고 내남을 지났습니다.

 

 

 그 다음에는 틈수골, 용장, 삼릉.... 뭐 그런 식이 됩니다.

 

 

 오릉을 지나 시내로 들어왔습니다. 지나온 길을 돌아봅니다. 멀리있는 경주 남산이 유난히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잘 정비된 고분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푸근해 집니다.

 

 

 해가 기울고 있습니다.

 

 

울산 범서에서 경주까지 오는데 3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정도면 만족합니다. 다음에는 왕복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