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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안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나라안 여기저기 in Korea

삼강나루 주막에서 2

by 깜쌤 2009. 9. 5.

 

 터키말로 호수나 못(湖, 澤)은 Gölü정도로 표기합니다. 터키를 여행하면서 많이 본 글자였고 심심찮게 들어본 말이었습니다. 한국문화상징사전에 의하면 만주어의 골오(河身), 몽골어의 고올(河) 같은 말은 모두 같은 어원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는데 물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일기예보 시간에 자주 등장하는 러시아 시베리아 지방의 바이칼 호수라는 이름 속에도 물과 관계있는 발음이 있다고 합니다. 이 변해서 된 말이라고 하는데 '갈'은 물을 의미하며, 개울 혹은 개천 같은데 쓰이는 라는 낱말도 이 변해서 생긴 말이라고 본다는 것이죠.

 

 

 하지만 강(江)은 한자말입니다. 원래 강()은 중국 중앙부를 흐르는 장강, 즉 양자강을 일컫는 말이고 하()는 황하를 지칭했다고 합니다. 강은 순수한 우리말로 garam 정도로 소리가 났습니다. 이야기가 복잡해졌습니다만 어쨌거나 강은 사람들의 언어와 생활풍습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이 사실이라는 말이죠.

 

 

강 이쪽저쪽을 건너다녀야 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생활에 필요한 물자가 배에 실려지고 부려져야했던 나루에는 사람들이 모이게 마련이었으니 자연적으로 음식을 먹거나 자거나 쉬어야했던 공간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양(洋)의 동서(東西)를 막론하고 사람과 물자가 이동을 하는 나루터 부근에는 주막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주막에는 당연히 술이 있어야 했습니다. 술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막걸리가 대세였습니다. 술을 마시는데 안주가 빠질 수는 없으니 딸려 나오는 안주로는 지짐이나 채소 겉절이, 김치나 소금 정도면 만족할만한 수준이었습니다. 고기가 나온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고기 안주도 돈만 내면 나올 수도 있었겠습니다만 그게 어디 그리 흔하던 물건이었습니까? 현대판 주막에는 별별것이 다 보입니다.

 

 

 삼강나루 주막구경을 대퉁 끝낸 우리는 방하나를 골라 들어앉기로 했습니다.

 

 

 방하나씩마다 가마솥이 걸린 아궁이들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제법 시골스런 분위기가 풍겨납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이런 날에는 따뜻한 방안에 납작 엎드려 볶은 콩을 주워 먹으며 만화책을 읽는것도 좋겠습니다만 이제 그런 낭만일랑은 깨끗이 포기하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주막 부엌에 가서 주문을 하고 상을 받아가는 시스템이더군요.

 

 

 통배추 조각에 부추 몇오리를 올려 함께 부쳐서 그런지 어린 시절 어머니가 부쳐 주시던 지짐을 먹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묵 한사발과 두부 한모.....

 

 

 종지에 담긴 간장과 지짐......

 

 

 비내리는 밖을 보며 주모가 차려준 한상을 받는 재미도 제법 쏠쏠합니다.

 

 

 삼강나루터를 복원한 예천군의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이게 소문이 나서 그런지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벤치마킹을 하러 오는 모양입니다.

 

  

 주막 운영은 어떻게 하며 주모는 누가 맡고 어떻게 선발하는지 그런 것들이 궁금했지만 내가 나서서 다 물어볼 일은 없습니다.

 

 

 주막 분위기를 느끼면서 추억을 되살리는게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한상을 처리하고 나오자 그 사이에 비가 그쳤습니다. 먼 산에 걸렸던 비구름들이 슬슬 걷혀 올라가는 분위기로 변해 있었습니다.

 

 

 출발하기 전에 다시 사진기를 꺼내들고 한바퀴 돌아야 하지만 슬며시 귀찮아지고 맙니다. 비는 그쳤지만 배가 부르기 때문인가 봅니다. 

 

 갈때는 저 산을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주막을 복원할 때 터를 더 높게 돋우었더라면 좋았겠습니다. 강물을 방안에서 볼 수 있는 것과 현재처럼 옴팍하게 내려앉아 앞을 가로막은 강둑을 보며 한상 차려서 먹는 것은 느낌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른 방에도 제법 손님이 찼습니다.

 

 

 방마다 두런두런 말소리가 새어나옵니다.

 

 

 부엌 아궁이에 무엇을 땠는지 금방 표가 납니다. 그것 참....... 

 

 

(다음 글에 계속됩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