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호국원을 가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섰습니다. 경주 서천(=형산강 중에서 경주시가지를 흐르는 부분) 고수부지를 지나서는 장군교를 통해 형산강을 건너기로 했습니다.
중앙선 철교로 쓰이던 것을 산책로로 바꾸어 사용하면서 이름도 장군교로 붙였습니다.
장군교를 건넌 뒤에는 충효지구를 지나 경주대학교 앞을 거쳐 박목월 선생의 생가가 남아 있는 모량쪽을 향했습니다.
모량에 다 왔다고 생각한 순간 자전거 뒤 타이어의 감각이 이상했습니다. 펑크가 난 것이죠. 갈길이 먼데 펑크가 났으니 암담한 상황이 된 것입니다. 부근에 자전거 수리점이 없으니 해결방법이 있을리가 없습니다. 별 수 없이 모량교회 앞 휴식 공간에 자전거를 세우고 트럭을 가진 아는 교우에게 전화를 드려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분이 선선히 자전거를 운반해줄 트럭을 가지고 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분은 마침 경상북도 북부지방으로 볼 일이 있었는데 잘 된 일이라면서 자전거를 짐칸에 훌쩍 싣더니만 그 길로 내달리기를 시작한 것입니다. 졸지에 계획에도 없던 북부지방 탐방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모든 고속도로가 이런 식으로 왕복차선이 분리되어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중앙고속도로를 벗어나 안동시내로 나갔습니다. 안동에 계시는 블로거분께 고속도로 위에서 연락을 드리면서 점심이나 같이하자고 말을 맞추어 두었습니다.
칼국수를 먹었습니다. 그 집에는 칼국수가 나오기 전에 밥이 먼저 나왔습니다. 아주 특이한 순서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급하니 이내 작별인사를 나누고는 예천으로 향했습니다. 찾아간 곳은 우리나라 물도리동의 대표격인 회룡포입니다. 사실 국어사전을 찾아봐도 물도리동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습니다. 물이 감돌아나가는 마을이라는 의미를 지닌 말이지 싶은데 정확한 어원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거나 요즘 쓰이고 있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회룡포를 한눈에 내려다 보기 위해서는 장안사 부근에 자리잡은 전망대로 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장안사로 오르기 전 잠시 내성천 옆을 지나칠때 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장안사 밑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전망대로 향합니다.
길도 호젓한데다가 날이 흐려서 곧 빗방울이라도 후두둑하고 떨어질 것 같은 분위기이니 구경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날입니다. 비가 내리면서 비안개라도 슬며시 먼산에 걸린다면 분위기 하나는 끝내줄 것 같습니다.
트럭을 세우고 위를 올려다보니 장안사의 부속건물이 슬며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예천군 관광안내도를 보니 회룡포 마을이 소개되어 있었고요.....
전망대로 가는 길을 올라 갑니다.
슬며시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다보니 서북쪽 저 먼산으로는 비가 내리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곧 있으면 이쪽에도 비가 내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북쪽으로부터 비가 묻어오는 형상입니다. 첩첩이 놓여진 산들이 아득한 향수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장안사로 해서 갈 경우 첫번째 만나는 전망대인데 여기서 회룡포를 보고 돌아선다면 실망하고 맙니다.
회룡포 마을의 전체적인 모습을 담은 그림이 붙어있는 안내판이 바로 옆에 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은 완전하지 못하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앞을 가로 막은 나무 가지들 때문이죠.
여기서는 회룡포 마을의 일부를 볼 수 있을 뿐입니다. 마을을 감아도는 내성천 줄기가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으니 아쉽습니다.
안내도를 보면 여기가 기가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라는 사실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장소로 이동해야 합니다.
소나무 잔가지 사이로 물이 벌판을 감돌아 나가는 모습을 희미하게나마 살필 수 있습니다.
이제 회룡포의 실체가 점점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마침내 산마루에 올라 아래를 보면.....
두번째 전망대인 회룡대가 나타납니다. 저기가 명당입니다.
슬금슬금 내려가 보았습니다.
점점이 이어진 낮은 산봉우리들과 모래벌판, 그리고 초록으로 물든 논밭이 살포시 모습을 드러냅니다.
물은 왼쪽 저 위에서부터 흘러와서 벌판을 감싸 안은 뒤 다시 왼쪽으로 빠져나가는 것이죠.
회룡대에는 먼저 온 관광객들이 구경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마을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여깁니다. 강물이 마을을 감돌아 나가면서 기가 막힌 명승을 만들어 둔 곳입니다.
강바닥은 고운 모래로 덮여있습니다. 하얀 모래가 끝없이 이어지며 여울을 이루고 그 위로 맑은 물이 흐르는 곳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낙동강 지류 가운데 하나인 내성천에는 하얀 모래가 가득한데, 그러면서 다시 물이 감돌아 나가며 기가 막히도록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해둔 장소가 여기 말고도 몇군데 더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회룡포인 셈이죠.
<다음 글에 계속 이어집니다>
어리
버리
'우리나라 안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 나라안 여기저기 in Korea'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도리동 회룡포 3 (0) | 2009.09.03 |
---|---|
물도리동 회룡포 2 (0) | 2009.09.02 |
안동역 앞 맛보기 (0) | 2009.06.09 |
안동! 그 가능성을 열어가다 (0) | 2009.06.07 |
나랏님 사시던 경북궁으로 5 (0) | 2009.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