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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바보처럼 남기 2

by 깜쌤 2009. 8. 4.

 

    천년 세월을 깔고 부용이 방싯 피어났다.

 

 

 천 몇백년 세월을 굽어본 왕릉들은 입을 다물고 산다.

 

  

 산은 옛 산이지만 꽃은 해마다 새로핀다.

 

 

 한때 좋은 세월을 보냈던 인걸들은 이제 다 사라지고 없다.

 

 

 그들은 이제 역사라는 책속에 들어박혀 산다.

 

 

 고래등만한 터를 베고 누웠지만 기억해주는

사람은 드물기만 하다.

 

 

 큰 터를 차지한 호걸을 기리기보다 작은 꽃 한송이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더 많다.

 

 

 무리지어 핀 꽃들은 모처럼 내어비치는 햇살 속에 졸고 있다.

 

 

 밤이면 조명까지 비춰주며

 

 

 사라진 호걸을 불러내보지만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들 간 곳을 따라 가보고 온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천년 세월이 조는 무덤은 늘 한가롭다.

 

 

 한가롭다.

 

 

 이젠 비탈을 미끄러져 내리던 아이들조차 놀 장소를 잃어버렸다.

 

 

 아이들이 사라진 대신

 

 

 해마다 돋아오는 꽃들이 친구가 되었다.

 

 

 꽃들은 세월의 속살거림을 들어 아는지도 모른다.

 

 

 그들만이 아는 언어로 속삭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잃어버린 과거를 찾아

 

 

 지금쯤 어디를 헤매고 다니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

 

 

(사진은 모두 경주 동부사적지구 왕릉에서 찍었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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