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뵙고 돌아오는 길에는 중앙선의 탑리역을 꼭 거치게 됩니다. 탑이 있는 마을이니까 탑리라고 부릅니다.
탑리역에는 아주 탐스런 부용이 핍니다. 탑리에 있는 국보 77호 탑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주소를 눌러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찍은 많은 사진과 함께 글이 뜰 것입니다.
http://blog.daum.net/yessir/12344086
나는 최근들어 이 꽃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꽃이 너무 큼지막해서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어지간한 아이들의 머리크기만큼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꽃은 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얼핏보면 무궁화같기도 하지만 무궁화보다가 꽃이 훨씬 더 큽니다.
이 사진은 접시꽃입니다. 부용이나 접시꽃이나 큰 것은 제법 큽니다.
부용도 자세히 보면 여러가지 색깔이 있더군요.
암술 수술은 무궁화와 너무 흡사합니다.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이 생각납니다.
부용을 보는 것만 해도 마음이 설레는 일인데 거기다가 접시꽃까지 보게 되니 더욱 더 횡재한 기분이 듭니다.
이러니 돈을 버는 일에는 재주가 없는가 봅니다. 돈 버는 일에 머리가 팽팽 돌아가야 하는데 그런 쪽으로는 영 꽝이지만 꽃을 보면 쉽게 Feel이 꽂혀버리니 사람살이가 헛방 같습니다.
한쪽 옆에는 칸나까지 피었습니다.
부용에다가 칸나까지......
시골역이지만 그래서 더 정감이 갑니다.
나는 저 철길을 따라 내 삶의 터전인 경주로 내려 갈 것입니다.
탑리역 건물은 성채를 닮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역을 지키는 파숫꾼같은 키 큰 나무 꼭대기에는 까치집이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역 건물 한구석에는 목화(=면화)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목화꽃이 피었습니다.
붉은빛이 나는 목화꽃도 같이 피었습니다.
탑리는 고려말에 문익점 선생이 원나라로부터 목화씨를 구해와서 재배한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물론 재배지에 관해서는 다양한 주장과 학설이 존재함을 미리 밝혀둡니다.
요즘은 유네스코 지정 경주 동부사적지구에도 부용을 심어두었더군요.
탑리역은 관리상태가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깔끔합니다.
관리하는 자동차들도 줄을 맞추어 단정하게 세워두었습니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자동차문도 활짝 열어두었더군요.
나는 기차를 타기 위해 플랫폼으로 나갔습니다.
변덕스런 날씨만큼이나 하늘의 구름도 색깔을 바쁘게 달리했습니다.
비를 뿌릴듯하다가도 조금 뒤엔 햇빛을 뿜어대고......
기적을 울리며 기차가 들어옵니다.
손님이라고는 나를 포함해서 고작 몇몇 뿐이지만 이렇게라도 다녀주는 기차가 너무 고마울 뿐입니다.
요즘 운행되는 무궁화호 기차는 얼마나 깔끔한지 모릅니다.
기차타는 즐거움을 모르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습니다. 부용꽃이 예쁜 탑리여, 안녕~~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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