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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9 일본-서부 일본(完)

자전거 탐방 길비로 2

by 깜쌤 2009. 6. 13.

 

 신사를 나오니 도로는 곧장 봇도랑을 따라 가게 되어 있었다. (洑)란 논에 물을 대기 위해서 강을 가로막은 낮은 둑을 말한다. 보를 막아서 들판으로 끌어들인 물이 흐르기 위해서는 물길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물길을 봇도랑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정도 시설 같으면 제법 큰 편이 아니던가? 여기에 바닥이 넓적한 작은 배를 띄워서 다닐 수 있도록 한다면 그 자체가 운하로 변해버린다. 이 사진을 보면 들판으로 난 물길 옆으로 하얀색 가드레일을 설치했는데 이 표시만 따라가면 길을 잃지 않도록 되어 있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물론 길비로라는 푸른색 표지판이 군데군데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은 저번 글에서 이야기를 했었다. 

 

 

 물길 가로는 꽃을 심어서 아름답게 가꾸어 두었다. 나는 처음에 네덜란드의 운하를 떠올렸을 정도였다.

 

 

 확실히 일본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이상으로 앞서 나가는 나라이다. 일본의 국가 처신과 국민들의 행동 모습을 우리나라의 현실과 비교해볼 때마다 나는 심한 슬픔을 느낀다. 잘난 사람이 너무 많고 너무 말이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라는 느낌이 들때가 많다. 도랑을 흐르는 물도 아주 맑아서 멱을 감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길을 자전거로 슬금슬금 달리는 것이니 기분이야 한껏 오르게 되어 있다. 일본의 농촌을 살피면서 고적지를 순방하는 자전거 트래킹이므로 한번씩 경험해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그러므로 나는 천상 배낭여행자가 될 수밖에 없다. 오카야마 변두리에 이런 자전거 탐방로가 있다는 사실은 론리 플래닛을 통해 알았다. 론리 플래닛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배낭여행안내서라고 보면 된다.

 

자전거를 조금만 탈 줄 아는 사람이면 아무 위험없이 돌아다닐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외국인들과 일본인들이 이 길을 자전거로 돌아다닌다. 그냥 자동차로 휙 하고 지나치는 그런 여행만 생각하는 분이라면 이런 식의 배낭여행은 안하는게 나을지도 모른다.

 

 여기에도 농사를 짓지 않아 묵어가는 밭들이 보였다. 감나무가 자라는 밭이 그냥 묵어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리는 작은 신사를 발견했기에 들어가 보았다.

 

 

 신사구경은 싫증나도록 한 것이지만 건물이 독특해서 들어가 보기로 한 것이다.

 

 

 어떤 곳이든지 나무 하나는 기가 막히게 가꾸어 두었다.

 

 

 강론을 하던 곳이었을까? 넓직한 대청마루가 인상적이었다.

 

 

 어디든지 너무 정갈해서 함부로 범접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계속 길을 가던 우리들은 이 부근에서 길을 놓치고 말았다. 그 부근이 어디냐고?

 

 

 저기 산밑에 자리잡은 신사가 제법 유명세를 타고 있는 모양이다. 이 길비로 자전거 탐방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신사가 바로 키비츠진자(吉備津神社)이다. 거기는 모모타로 전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신전이라고 하던데.....

 

나는 저번부터 모모타로라는 아이 이야기를 조금씩 꺼낸바가 있다. 모모타로의 이야기는 일본개척사와 관계있는 사실을 품고 있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역사를 조금만 아는 분들이라면 일본은 서남쪽의 큐슈지방에서부터 동쪽으로 가면서 개척이 되었다는 사실 정도는 상식으로 알고 있다.

 

그것을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한반도에서 건너간 사람들이나 중국 남부, 혹은  남중국해에서 위로 북상하는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건너간 사람들이 일본이라는 신천지를 만나 개척해나간 사실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식으로 일본에 들어가지않은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일본 북부지방에 살고 있는 아이누종족일 것이다. 아이누 종족은 누가봐도 백인 피가 섞여 있음을 알 수 있다.   

 

 

 백제가 멸망하고 난 뒤 일본에서 대규모의 백제부흥군단을 조직하는데 그 군대와  나당연합군이 오늘날의 동진강 하구 부근 바다에서 백강구 전투를 벌였다는 사실이 역사기록에 등장한다. 우리가 여행하는 이 오까야마 지방은 백제부흥군대를 조직한 그런 사실과 관련이 있는 지방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우리는 기비츠 신사를 지나치고 말았다. 모모타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멋진 장소를 그냥 지나치고 말았으니 참 어리석은 짓을 해버리고 말았다. 기비츠 신사는 대단한 규모를 자랑한다고 하던데....

 

 

 그 부근에서  길을 잃어버린 우리는 엉뚱한 마을을 지나치게 되었다.

 

 

 아무리 달려봐도 길비로 표식이 보이지 않았다.

 

 

 그럴땐 물어보는게 최고다.

 

 

 결국은 도로 가에 자리잡은 농기구 수리소에 가서 길을 물었고 형님과 나는 우여곡절 끝에 길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일본의 하천에는 쓰레기들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나라 같으면 건축물 쓰레기도 군데군데 버려져 있고 농사용 비닐들이 여기저기 마구 버려져 패잔병 깃발처럼 나뭇가지에 걸려 바람에 나부끼고 있으련만 여긴 그런 모습이 없었다.

 

 

 가는 빗방울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강변길을 달려본다.

 

 

 이런 길이라면 하루 종일 달려도 되겠다. 공기 자체가 달콤한 것 같았다.

 

 평화로운 분위기다.

 

 

 강변을 조금 달린 끝에.....

 

 

 마침내.....

 

 

길비로  안내도에 나오는 이식신사(코이쿠이 진자)를 만났다. 잉어를 먹은 사실과 어떤 연관이 있는 신사일까? 론리 플래닛 자료에 의하면 이 신사는 키비츠비코라는 인물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여기에서 숨을 고르었다.

 

 

 그런 뒤 도로를 다시 달리고.... 또 길을 묻기도 하며..... 작은 산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넘어서 또 달렸다. 마구 달렸다.

 

 

 그런 연후에 비로소 다음 목적지인 조산고분을 찾아냈던 것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