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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9 일본-서부 일본(完)

코라쿠엔 2

by 깜쌤 2009. 6. 6.

 

 57만여석 정도의 다이묘오(大名)가 이 정도의 정원을 가질 수 있었다면 그 경제력은 어느 정도였을까? 17세 말기의 일본 전체의 경제력 규모는 어느 정도였는지가 궁금해진다.

 

 

 19세기, 조선의 대원군이 왕실의 권위와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해 경복궁을 중건했다는데 그 공사의 여파로 나라의 재정이 흔들릴 정도였다면 도대체 조선의 재정 규모는 어느 정도였을까?

 

 

 정원 한쪽에는 무대가 가설되어 있었다. 노오(能)라고 하는 것일까?  

 

 

 연주실력이 만만한게 아니었다.

 

 

숲너머로 등장하는 오카야마성의 천수각을 배경으로 하여 펼쳐지는 깨끗한 잔디밭에 여기저기 무리지어 앉아 그들의 전통음악을 감상하는 저들의 삶에서 나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거기에 비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은 어떠한가?

 

 

 우리가 보기에 일본이 이 세상에서 제일 싸가지 없는 나라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있는 것 같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은 과연 일본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지금까지 돌아다니면서 의견을 들어본 결과 우리나라와 중국 정도를 제외하면 일본 흉을 보는 나라의 사람들은 드물었다.

 

 

 일본군의 직접적인 침략을 받은 동남아시아 사람들도 일본에 대한 느낌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차원의 감정이 아닌 것 같았다.

 

 

 이들의 놀라운 질서의식과 단결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국토 어디를 가나 깨끗이 관리되어 있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정전제(井田制)의 모습을 보여주는 자운영 밭이다. 신라시대에 실시했다는 정전제(丁田制)가 아니다. 밭이나 논을 우물 정자 모습으로 나누면 9칸의 구역이 생긴다. 그 중 여덟칸은 농민들이 농사를 지어서 자기들이 그 소출을 차지하고 나머지 가운데 한 구역에서 생기는 수확물은 국가에 대한 세금으로 바쳤다는 맹자의 기록을 근거로 하는 토지제도가 정전제(井田制)의 핵심인 모양이다. 

 

 

 

 정전제의 실시여부는 미지수인 모양이지만 일단 발상이 재미있지 않은가?

 

 

 멀리 보이는 오카야마 성의 천수각과 정원 전체를 훑어볼 수 있는 언덕의 조화가 기막히다.

 

 

 잘 가꾼 수목들과 너른 잔디밭과 그것을 즐길줄 아는 사람들의 여유로움......

 

 

 이게 일본의 실체라면 정말이지 그들은 두려운 존재들이다.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주는 놈이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랴? 아니, 진짜 맞을 필요도 없이 그냥 상대가 손만 들어올리는 흉내라도 내어주기만 하면 울어줄 수 있으니 그런 기회가 오기만 온다면 정말 억울하다는 듯 실컷 울어줄 수 있는 상황!

 

 

 요즘의 북한 핵문제를 바라보는 일본의 시각이 그런 것 아닐까? 핵무기를 가지고 싶다. 그런데 그 동안 그 핵무기에게 한번도 아닌 두번씩이나 얻어맞았다는 사실을 근거로 하여 지구 최고의 유일무이한 평화주의자를 자처하고 살았다.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질 수 있다. 그런 능력도 되고 기술도 된다. 문제는 핑계다. 그런데 어떤 맛이 간 국가가 그런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이거야말로 절대로 놓쳐서는 안되는 하늘이 주는 기회가 아니련가?

 

  

  코라쿠엔 정원을 보며 나는 별별 생각을 다해보았다. 조금 전 우리가 거쳐온 언덕이다. 어떤가?

 

  

 일본의 이 놀라운 번영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한 십여년전 우리나라 어떤 신문의 기자가 대한민국의 수출량이 너무 많아 후진국이 차지해야 할 몫을 착취한다는 식으로 써놓은 기사를 본적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 느낀 것인데 어떨 땐 기자들이 너무 철없는 자기 생각을 쓴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런 일본의 번영을 보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그런 문제는 잘난 분들에게 맡기자. 밑천 짧은 내가 입에 거품 물고 나설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인터넷 공간에는 난다긴다하는 고수들이 즐비하지 않은가? 잘못 얻어 걸리면 나같은 피래미는 한방에 맛이 가는 수가 있다.

 

 

 "쓸데없는 삼류 허접 쓰레기 글은 집어치우고 애들이나 똑 바로 가르쳐, 이 짜샤~" 뭐 이정도의 말 한마디만 들어도 나만 손해다.

 

 

 정원 한쪽은 녹차밭이었다.

 

 

 새 잎이 돋고 있었다.

 

 

 그지 없이 평화로운 모습이다.

 

 

 너무 멋지다.

 

 

 나는 일본이라는 나라이 실체에 대해 이상하게도 열불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얄미울 정도로 잘 하는 일본인들이 두려워지기도 했다. 나도 한때는 일본을 추월가능한 존재로 여겼다. 지금은 솔직히 말해서, 솔직히 말씀드려서 생각을 바꾸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말이다, 우리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보다 더 잘해낼 수 있을 것이다.

 

 

  저 여자는 혼자서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었다.

 

 

 지나온 곳들이다. 어떤가?

 

 

 나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망연자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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