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다녀오던 길이었습니다. 부산 시내 어떤 병원에 입원해 계신 합창단원 한 분을 찾아뵙고 문안드리기 전에 이미 노대통령께서 투신하셨다는 긴급뉴스를 본터라 마음이 편치를 못했습니다.
돌아오는 길, 차안의 분위기는 착잡하기 그지 없었는데 갑자기 고속도로 집입로에 수박냄새가 진동을 했습니다. 고속도로에 왠 수박냄새인가 싶어 사방을 살피고 있는데 글쎄 말입니다......
수박을 가득실은 트럭 한대가 달리고 있었습니다. 나들목을 지나 본격적으로 고속도로로 진입하고 있는 많은 차들 가운데 수박을 가득 실은 트럭 한대가 눈에 띄었습니다.
나는 그 트럭을 보는 순간, 어이가 없어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귀한 수박을 가득 싣긴 실었는데 테이프로 고정을 시켜두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벌써 한덩어리는 고속도로 진입로에 떨어져 박살이 난 형편이었는데 나머지 수박들도 모두 너무 위태롭게 보였습니다. 차가 한번 출렁거린다든지 하면 순식간에 와그르르르 무너질 가능성이 높아보였습니다.
우리 사는 모습이 이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치밀하게 더 치밀하게 하지는 못할망정, 우리가 이렇게 허술하게 더 허술하게 할 수 있다는 모습을 과시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목적지까지 무사히 다 싣고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운전기사는 수박이 떨어져 나뒹구는 줄도 모르고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고 계셨고 운전석 옆에는 포장한 상자들이 가득 실려 있었습니다. 오른쪽 리어미러(=후면경)가 바르게 보일지 걱정이 되었습니다만 그 분은 태평인 것 같았으니......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아니면 내가 걱정도 팔자일 정도로 남의 일에 신경을 쓰는 것인지.......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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