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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갈 비행기표가 필요합니다!!

by 깜쌤 2009. 4. 2.

 

 유럽에 우크라이나(Ukraine)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폴란드, 루마니아, 벨로루시, 몰도바,  러시아 같은 나라들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죠. 1991년에 구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인구 약 4700만명의 큰 나라입니다. 하지만 국민소득은 그리 높은 나라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많은 사람들이 보다 나은 생활을 위해 외국에 취업을 나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공연단 40여명이 작년에 우리나라에 공연을 하러 입국했다가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일부 단원들이 아직도 출국을 못하는 일이 벌어져 있습니다.

 

 

 어떤 공연기획사를 통해 계약을 맺고 국내에 들어온 모양인데 기획사쪽의 사정이 여의치 않아 작년 10월 8일부터 경주를 중심으로 가지려고 했던 공연이 중단되었고 결과적으로 체불임금 약 1억여원을 받지 못하면서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 된 것이죠.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까지 경주에 내려와 문제해결을 위해 관계당국과 접촉을 했다고 하나 아직까지 뚜렷한 해결책을 얻지 못하고 사태가 오랫동안 질질 끄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경실련같은 시민단체까지 나섰지만 해결방법이 요원한 것 같습니다.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해 경주에 남은 9명의 단원들은 현재 경주 보문에 있는 모 숙박시설에 머물고 있습니다만 이제는 생활비까지 걱정해야하는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습니다. 밀린 임금도 임금이지만 자기 나라로 돌아갈 비행기표마져 구하지 못한 상황이기에 이를 안타깝게 여긴 몇몇 단체들이 나서서 시민들과 관계당국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길거리 공연에 나섰던 것입니다. 

 

 

정말로 안타까운 것은 이런 불미스런 일이 세계적인 관광도시라고 자처하는 경주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에 입국하는 외국인들이 한번쯤은 거쳐가기를 원하는 경주에서 말이죠.

 

 

 나는 이 글 속에서 사건을 일으킨 관계자들을 비난하고자 하는 뜻은 조금도 없음을 밝혀둡니다. 말로만 경주가 국제적인 관광도시입네 어쩌네 하는 식으로 외치지 말고 다같이 걱정해보자는 뜻에서 이 글을 쓰는 것이죠.

 

 

 지금까지 알아본 바로는 기획사쪽에서는 돈을 지불할만한 형편이 안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런 사건이 생길 때마다 문제를 발생시킨 편에서 이야기하는 주장이 그대로 재연되고 있는 것이죠. 이와 비슷한 사례를 당하는 외국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산 이주노동자 센터의 소장님이 발벗고 나서서 뛰고 있었습니다.

 

   

 경주 관광발전을 위해 여러가지로 애를 쓰는 여러 단체와 개인과 제가 섬기는 교회까지 나서서 이들을 돕기로 뜻을 모으고 거리공연을 주선했습니다.

 

  

 경주시내 중심상가 번영회의 여러분들까지 나서서 도와 주시고 관심을 표명해주셔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모두 아홉명인데 그 가운데에는 열살먹은 소녀 리사(Lisa)도 섞여 있습니다. 이 아이 같은 경우에는 빨리 돌아가서 공부를 해야 할 처지이지만 이렇게 남아있는 것이죠.

 

 

 교회 측에서는 시민들을 위해 무료로 차를 대접하기도 했습니다.

 

  

 지역 텔레비전 방송국에서도 깊은 관심을 나타내 취재를 나왔습니다.

 

 

 평소에는 풀이 죽어 있던 분들이 공연의 기회를 만들어주자 얼굴 표정이 확 달라지면서 열정적으로 공연에 나서더군요.

 

  

 한국에 대해 나쁜 인상을 가지고 있었던 이 분들도 최근 들어서는 많이 풀려가는 듯 했습니다. 

 

 

 안나라는 이름을 가진 이 아가씨는 터키의 이스탄불 같은 대도시에서 공연을 많이 했었다고 하더군요. 그 옆의 루슬란씨는 카이로 같은 세계 여러나라의 큰도시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지만 임금 체불문제로 이런 상황에 빠져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밀려있는 임금에 대해서는 현재 소송이 진행중이지만 이긴다고 해도 돈을 받아낼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그러므로 우선 자기들 고국으로 돌아갈 비행기표와 당장 먹고 살 생활비를 확보하기 위해 이런 행사를 가지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미 우크라이나 국영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이 사람들의 처지가 전국적으로 방송이 되었다고 하니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와 경주만 망신을 톡톡이 하게 된 셈입니다.  

 

 

 돈을 벌겠다고 나서서 일을 벌여 놓았다가 뒷감당을 하지 못하게 된 기획사의 처지도 딱하지만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손을 놓고 있었던 행정당국의 처사도 그리 아름답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관계당국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이런 식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불합리하게 대우하는 것이 맞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한 때 얼마나 많은 우리 근로자들이 사막으로, 오지로, 열대지방으로 가서 외화를 벌겠다고 고생을 많이 했습니까?  

 

 

 그날 모금한 금액은 약 128만원 가량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직접 보는 가운데서 모금된 금액을 계산하고 확인시킨 후 공인된 시민단체 통장에 넣어서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단 한명이 귀국할 수 있는 비행기표를 확보한 셈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가 그리 메마르지는 않았다는 위안을 얻어 봅니다만 나머지 비행기표는 어떻게 구할 수 있을지......  상황이 변하는대로 나중에 다시 한번 더 글을 올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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