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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경주, 야생화, 맛/경주 돌아보기 Gyeong Ju 1 (完)

대릉원의 목련이 익어가는 봄날에 3

by 깜쌤 2009. 3. 25.

 

 천마총에서 그냥 동부사적지구로 나가는 길을 따라 나가버리면 지금 제가 올리는 이 모습들을 못보고 지나칠 가능성이 백퍼센트입니다.

 

 

 나는 천천히 걸어갑니다. 빨리 걸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번 주는 꽃샘추위가 계속된다니까 목련이 조금 더 오래 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불안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꽃이 빨리 지면 어쩌나 싶어서 말이죠.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이 하나도 안 틀리는 것 같습니다.

 

 

 이 거대한 무덤 속의 인물도 지금은 다 잊혀지고 말았습니다. 무덤 주인에 대한

추측은 많지만 누구인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형태로 보아 쌍분(쌍둥이 무덤)임이 틀림없습니다.

 

 

 옛날 서라벌에는 엄청난 무덤 공사가 매일 진행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땅을 파고는 나무로 만든 널을 넣고는 그 위에 냇돌을 엄청난 두께로 얹은 뒤

다시 흙을 덮었으니 쉬운 공사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천마총 속에 들어가서 살펴보면 그 구조를 확실하게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무덤 사이로 난 이 길을 걷는 것이 너무 행복합니다. 무덤 사이를 걸으면서 좋다고 하니 말이 좀 우습기만 하지만 말입니다.

 

 

 호젓하고 고요하니 조용함을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길이 됩니다.

 

 

 이 나무도 나는 특별히 좋아합니다.

 

 

 하늘에 끼어있는 얕은 비구름이 분위기를 한결 돋구어 주었습니다.

 

 

 애니메이션 음악 영화 <환타지아 2000>속에 등장하는 나무와도 닮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냥 돌아서기가 너무 아까워서 다시 한번 더 찍었습니다.

나중에 꽃이 피면 다시 한번 더 찾아와야겠습니다.

 

 

 안녕~~

 

 

 내가 걸어온 길을 슬며시 되돌아 봅니다.

 

 

 밤에 불을 밝히면 분위기가 또 달라집니다.

 

 

 눈이 오면 이 길은 더욱 더 멋있는 길로 변합니다. 경주에 눈이 자주

오지 않는 것이 너무 안타까울 뿐입니다.

 

 

 남산 해목령(게 눈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산봉우리)이 고분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나는 수양버드나무 가지 밑을 지나쳤습니다.

 

 

 무덤 너머로 고개를 삐죽이 들이내민 목련나무가 왜 그리

아름답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데이트 나온 젊은이들을 보면서 흐뭇한 웃음을 날려봅니다.

 

 

 봄은 고분에서부터 스며드는가 봅니다.

 

 

 나는 갑자기 가슴아림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가는가 봅니다.

 

 

 나중에 나는 어디에서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묻힐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