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오죽 답답했으면 집마당에 세워놓은 내 자가용을
슬쩍 집어 갔겠소?
그리 값나가는 것도 아닌 고물을 말이오.
내가 그 자가용을 지난 여름 햇볕이 아주 따갑던 날, 6만원에 구했었소.
자가용이 6만원이라니까 기분 나쁘시오?
그럼 사실을 고백하리이다.
6만원짜리 자전거(自轉車) 말이외다.
한자를 잘보면 차(수레)라는 의미를 가진 글자가 그래도 두개나 들어있지 않소?
집에 있는 것을 집어간 분은 아마도 고물장수라고 믿고 싶소.
대문은 열려있었고 누가 봐도 확실한 중고물이니
그냥 가져간 것이라고 믿고
당신의 딱한 처지를 불쌍히 여겨 복이라도 빌어주고 싶소.
하지만 말이오,
나도 그리 형편 좋은 사람은 아니오.
고물이나마 나에게는 아주 유용한 교통수단이었으니
다음에는 함부로 집어가시지 말기 바라오.
그런데 말이오,
성탄절 새벽에 교회에 세워둔 새 자전거를 훔쳐간 양반은 좀 지나쳤소.
집마당에 세워둔 고물을 가져간 양반에게는 내가 집어갔다고
표현을 했소만 새것을 집어간 당신은
도둑질을 한 것이오.
아마 내 생각에 훔쳐간 사람들이 학생이 아닐까 싶소만
학생이라면 더욱 더 잘못한 것이오.
학문을 배우고 익혀야 할 나이에 도둑질을 먼저 배운 것이니
결코 옳은 것이 아니오.
더구나 교회 마당에 세워두고 자물쇠로 채워 둔 것을
가져갔으니 누가 봐도 범죄가 되는 것이오.
새벽 한시반에 내 자전거를 타고 집에 돌아가야 하는데
보이질 않았으니 집에까지 30분간 걸어가야만 했소.
그날따라 온갖 일을 다 처리하느라고
몸은 무거워서 추욱 늘어지는데 걸어가려니 조금은 서글펐소.
몇시간 눈붙인 뒤 또 다시 교회로 나와야 할 처지였다는 것을
당신이 알기나 할른지....
모르니 훔쳐가지 않았겠소?
자전거 한대 훔친 것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여기에 글까지 올리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자전거도 자전거 나름이고 개인처지라는 것이 다 있는 법이오.
더구나 성탄절 새벽에 교회에서 그랬으니
더더욱 옳은 일이 아니오.
교회에 세워진 물건이기에 교인들이 미워져서 더 더욱 가져가고 싶었다면
내 좁은 속이지만 이해는 하겠소.
하지만 나도 당신이 살짝 미워지려고 해서 참는데
조금은 힘이 들었소.
그런데 그 자전거 말이오, 앞에 끼워둔
전조등은 내가 빼서 따로 보관중이오.
필요하면 연락주시오.
밤에 탈 때 사고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기 바라오.
후미등은 스위치를 누르면 깜빡이니까 잘 사용하기 바라오.
그 정도는 물론 잘 알것이겠지만
노파심에서 한번 해보는 소리오.
아뭏든 복도 많이 받고 잘 살되
새해에는 절대로 그런 짓을 하지 말기 바라오.
자전거를 팔거든 책이나 사보시오.
자전거 판 돈으로 영화를 보고 싶거든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이 만든
이탈리아 고전 영화 <자전거도둑>을 찾아서 빌려 보구려.
무엇인가 느끼는게 있을 것이오.
깜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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